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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사십주년(Quadragessimo A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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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13 ㅣ No.1361

[사회교리 문헌 해설] 『사십주년(Quadragessimo Anno)』

 

 

국가의 ‘올바른 역할’이 궁금한 신자들에게

 

교우님은 지난 달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 씨가 구속을 면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정부 고위관료들이 줄줄이 감옥행일 때 벌어진 이 일을 보고 재벌이 국가보다 힘이 세다고 느끼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최근 자주 뉴스에 등장했던 사건들을 보며 우리나라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오늘 소개하는 『사십주년』은 이 질문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답변입니다.

 

 

회칙의 이름과 의미

 

회칙의 이름은 처음 시작하는 라틴어 두 단어로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이 회칙의 이름도 처음 나오는 ‘사십’(Quadragessmo)과 ‘년’(Anno) 두 단어를 따서 부릅니다. 그러면 무엇으로부터 사십 주년인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새로운 사태』가 일명『노동헌장』이라 불리고, 관련 주제를 다루는 회칙들의 ‘헌법’ 노릇을 한다고 했는데 이 문헌이 그 점을 잘 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이 회칙이 1891년 5월 15일에 반포된 ‘새로운 사태’를 정확히 사십년 뒤에 기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몇 번 더 이런 식으로 회칙이 반포되고 이름이 붙여지는 일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사태』가 뒤이어 반포되는 회칙들의 기준이자 모범이 되고 있어 『노동헌장』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이 회칙에도 별명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회질서의 재건」(The Reconstruction of the Social Order)입니다. 역사적 배경에서 바로 확인하겠지만 제국주의, 세계대전, 경제공황, 공산주의 국가 출현 등으로 혼란스러워진 세계가 어떻게 건전하게 개혁을 추진하여 바른 질서를 수립할 수 있는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배경

 

사회 회칙은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 반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회칙이 몇 년도에 반포되었는지 보면 그 앞에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회 회칙은 그 시대 상황에 민감하고, 당시 제기된 문제들에 답변하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이 회칙 반포에는 크게 세 가지 사건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첫째, 1914~17년 사이에 일어난 제1차 제국주의 전쟁, 이른바 제1차 세계대전입니다. 둘째, 회칙이 반포될 즈음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공산혁명이 성공하여 사회주의 국가가 건설됩니다. 마지막으로, 1928년에서 1930년까지 역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 대공황이 일어납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경제적 민족주의인 나치즘과 파시즘이 등장합니다.

 

이에 비오 11세 교황님은 이 회칙을 통해 극심한 사회혼란과 변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힐 필요를 느끼게 됩니다. 교황님의 반포 의도는 이 회칙 5항에 잘 드러납니다.

 

“새로운 사태가 ① 가톨릭 교회와 전 세계에 가져온 이익을 회상하고, ②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이 위대한 교사(레오 13세 교황)의 가르침 가운데 어떤 점에 관해서 제기되어온 일부 의문에 대하여 해명한 후 발전시키고, ③ 마지막으로 무질서한 현행 경제를 심리하고 사회주의의 죄과를 경청한 후, 현대사회의 무질서의 근본원인을 밝혀내고 건전한 개혁을 위한 유일한 길, 즉 도덕의 그리스도교적 혁신을 지적”하기 위한 것입니다.

 

 

회칙의 구조

 

회칙은 반포 목적에 충실하게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새로운 사태』가 지난 사십 년 동안 교회와 국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서술합니다. 둘째, 『새로운 사태』에 포함된 사회, 경제교리들을 분명히 밝히고 이를 더 발전시킵니다. 비오 11세는 특히 경제, 사회분야에서 교회의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소유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합니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남용을 지적하며 사랑에 기초한 정의의 실천과 사회도덕의 혁신을 요청합니다.

 

 

중심 가르침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만 다룹니다. 첫째는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 회칙에서 비오 11세 교황님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제3의 길로 ‘조합주의’ 형태 국가를 제시합니다. 조합주의 국가에서는 개인 소유보다 단체, 교회, 노동조합, 경제인 연합회 등 각종 사회단체들이 공동 재산을 가능한 한 더 많이 보유하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여기서 국가는 자본과 노동 중간에 서서 양자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재산을 고루 분산시키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국가는 사회계층 간 갈등을 없애고 이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일도 의무로 삼습니다.

 

둘째는, 보조성의 원리입니다. 이 원리는 국가가 노동조합을 범죄시하거나 불법시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동시에 노동조합 같은 많은 이익단체와 조직들이 다원주의 사회에서 더 많이 조직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많은 이익단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영역을 확보해나가야 특정 정당이나 소수 경제 집단이 사회와 국가를 독점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는 교회, 가정, 직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회칙의 의의

 

이 회칙은 사회교리의 주요 원리 가운데 하나인 ‘보조성 원리’를 처음 강조한 문헌으로 유명합니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모두를 비판한 탓에 ‘제3의 길’을 제시한 회칙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회가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여 그리스도교 도덕 원칙에 충실한 사회질서 건설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지원하는 일을 자신의 임무로 여긴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2017년 2월 12일 연중 제6주일 의정부주보 5-6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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