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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속 신앙 찾기: 미라클 프롬 헤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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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19 ㅣ No.935

[영화 속 신앙 찾기] 미라클 프롬 헤븐

 

 

“저는 지금까지 기적이 빛과 큰 소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알아요. 기적은 아무 조건 없는 선과 사랑이라는 것을요. 저에게는 신의 손길과 같았죠. 10미터 높이에서 거꾸로 떨어져도 살아남는 위대한 기적도 있지만, 삶에는 작은 기적들도 많아요. 날마다 그것을 보고 느끼며 살아갈 수 있어서 정말 기뻐요. 이 모든 것을 겪고 나서 저는 작은 순간도 모두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불치병에 걸린 딸의 치료를 위해 노력하다 하느님의 기적과 함께 새로운 삶의 영광을 얻은 어머니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의 가족에게 안겨준 기적에 대해 들려준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을 감동시켰던 것은 치유의 기적보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나누었던 작지만 끊임없는 사랑이었고, 그것이 모여 결국 커다란 기적을 낳게 된 것이다.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는 크리스티 빔(제니퍼 가너 분)은 수의사인 남편과 성격이 각각 다르지만 명랑한 세 딸 애비와 애나벨(뒤에 ‘애나’로 통칭함) 그리고 아델린과 함께 살고 있다. 주일이면 가족이 하느님의 영광을 함께 찬미하며 여느 가정처럼 평온하게 행복한 삶을 누리는 가정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시련, 그리고 기적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이 둘째 딸 애나(카일라 로저스 분)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찾아온다. 세 딸 가운데 유독 맛있는 걸 좋아하고 유쾌한 아이에게 찾아온 무시무시한 통증과 식중독 그리고 위산 역류 등의 증상을 가족은 쉽게 치료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병의 원인은 알 수 없고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여러 병원을 다니며 가족은 절망에 빠지고,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한 채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한다. 크리스티는 무리해서 찾아간 보스턴 소아병원에서 처음으로 희망의 빛을 보게 되고, 애나도 긍정적으로 힘을 얻는다. 하지만 치료를 포기하고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가족의 추억이 가득한 집 앞마당 나무 앞에 선 세 자매. 이들에게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커다란 기적의 순간이 다가온다.

 

 

환우와 그 가족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

 

불치병에 걸린 딸의 치유를 위해 기도하는 크리스티를 향해 일부 교우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혹한 시련의 원인이 크리스티에게 있을 것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던진다. 위로해 주어야 할 가까운 이웃이 오히려 상처를 주는 현실과 어쩌면 그리도 똑같을까?

 

영화는 서서히 지쳐가는 환우의 가족에 대한 시선은 과장하지도 화려하거나 감상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먼 지방의 전문병원을 오가는 교통비는 물론 비싼 치료비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아버지, 그리고 조금씩 지쳐가는 언니와 동생의 모습은 여느 환우의 가족들 모습 그대로다. 물론 병에 시달리는 애나와 그 곁에서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려는 크리스티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조금씩 찾아오는 기적들, 어쩌면 이것이 더 큰 기적

 

기적이란 사전적 의미로 ‘상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일, 불가사의한 현상’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와 애나가 예약 없이 무턱대고 찾아간 보스턴의 소아 전문병원에서도 사람들은 불치병 환우라는 애틋한 시선으로 모녀를 바라보기만 한다. 포기하려는 순간 작지만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난다.

 

친절한 흑인 여성 안젤라와 멕시코인으로 유쾌한 전문의 사무엘 너코 박사는 애나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고, 크리스티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신용카드가 정지된 줄 모르고 애나에게 찾아가는 가족에게 비행기 회사 직원의 친절한 배려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커다란 치유의 기적은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을 찾아가는 것은 이들 가족이 겪는 현실적인 시련과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자그마한 사랑이 실천되는 모습이다. 그것은 이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들려주려는 기적이 치유의 커다란 기적의 신비라기보다 우리 곁의 작고 소중하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기적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아무 사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하여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아주 작은 기적들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찾아올 종교 영화

 

올해 부활절을 맞아 영화 ‘부활’이 개봉되었다. 두 달 동안 전국에서 20만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고 지금까지 상영되고 있다.

 

올해 우리 곁에 찾아올 종교 영화로 ‘사일런스’, ‘벤허’, ‘더 프로미즈’, ‘광야에서의 40일’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2014년 ‘노아’의 흥행에 힘입어 할리우드에서 다시 제작한 ‘벤허’는 대형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영화관을 찾을 예정이다.

 

17세기 일본에서 박해받는 예수회 사제의 이야기를 담은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스’는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세계적인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을 맡고, 페레이라 신부님 역에 리암 니슨이 열연하며, 아사노 타다노부와 카세료가 출연하는 등 화려한 주목을 받고 있다.

 

어쩌면 2016년은 우리에게 종교 영화의 혜택을 가득 받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해외에서 활발하게 제작되고 관객에게 찾아가는 작품들이 그득한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그 움직임이 작다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보며 우리의 소명을 조금씩 키워가는 것은 어떨까? 나아가 우리나라 관객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화 관객에게 우리나라의 가톨릭 영화를 선보이는 그날을 행복하게 꿈꾼다.

 

* 정지욱 이냐시오 - 영화평론가. 일본 리웍스(Re:WORKS) 서울사무소 편집장과 푸드티비 푸드필름 페스티벌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본심 심사위원과 일본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본심 심사위원, 영화 시민연대 대표를 맡았다.

 

[경향잡지, 2016년 6월호, 정지욱 이냐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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