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교회문헌ㅣ메시지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무엇을 담았나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4-26 ㅣ No.766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무엇을 담았나 (상)


모래 위에 세운 집처럼 흔들리는 가정에 관심과 배려 요청

 

 

-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8일 가정에 관한 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을 발표했다. 교황은 이 문헌을 통해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재확인하고, 어떤 가정에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베풀 것을 강조했다. 본지는 서문과 9개 장을 포함해 모두 325개 항으로 구성된 「사랑의 기쁨」이 담고 있는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9일 성 요셉 대축일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후속 권고 「사랑의 기쁨」에 서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교황은 성가정의 수호자인 성 요셉의 축일에 자신의 두 번째 교황 권고에 서명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대한 그의 관심을 표명하고 가정문제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청했다. 

 

‘가정에서의 사랑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사랑의 기쁨」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교황이 가정을 주제로 소집한 두 번의 시노드 결과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이 문헌에는 시노드 최종문서와 전임 교황의 문헌과 가르침,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가정에 대한 가르침이 포함되어 있다. 교황은 또한 아르헨티나, 케냐, 호주 등 지역 주교회의가 발표한 문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에리히 프롬 등 저명인사의 어록도 인용했다. 교황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을 인용해 가정의 개념도 설명했다. 특히 「사랑의 기쁨」은 현대사회의 가정에 대해 광범위하고 자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가정의 기쁨은 교회의 기쁨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서문은 “가정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은 또한 교회의 기쁨입니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7개항으로 이뤄진 서문에서는 긴급하고도 철저한 연구가 필요한 현대 가정의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황은 서문에서 우선 현대의 가정생활에 관한 다양한 시각의 질문들로 각각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끌어낸 시노드 교부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교황은 시노드 동안 진행되었던 원칙이나 도덕, 사목적 이슈에 입각한 논의 내용을 교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대원칙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교황은 실제로 몇몇 문제들에게 대해서는 “각 나라 혹은 지역이 그 문화에 부합하거나 전통과 지역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서 “사실 문화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일반 원칙이 존중받고 적용되기 위해서는 토착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항)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가정이 겪는 여러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도록 당부한 것이다.  

 

2015년 시노드 폐막미사에서도 교황은 분명한 어조로 “어느 대륙에서는 정상인 것이 다른 대륙에서는 이상하고 추악하게 보일 수 있으며, 어느 사회에서는 인권침해로 간주되는 행위가 다른 사회에서는 피치 못할 행위로 인식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양심의 자유가 다른 이에게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은 교회의 교도권으로 정의된 교리 문제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성경에서 본 가정

 

서문에 이은 첫 장은 성경에 대한 그의 묵상으로 시작한다. 특히 유다 결혼 예식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결혼 예식에도 볼 수 있는 시편 128장에 주목했다. 

 

교황은 성경이 “가정과 인물의 탄생, 사랑 이야기, 가정의 위기”들로 가득하다 (「사랑의 기쁨」 8항)면서, 이를 통해 우리는 가정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실질적인 “삶”(「사랑의 기쁨」 16항)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성경은 첫 장에서부터 아담과 이브의 가족이 겪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창세기 4장 참조), 마지막에는 하느님의 어린양과 신부의 결혼식(묵시록 21장 참조)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예수가 말한 돌 위에 세운 집과 모래 위에 세운 집 비유는 각 가정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장에서는 가정에 있어서의 자녀의 의미, 자녀 교육에 관한 성경의 의미를 해설했다. 교황은 “성경은 또한 가정을 신앙 안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장소”임을 확인하고, “가정 안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될 것”을 주문했다.

 

 (「사랑의 기쁨」 16항) 이어 “부모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하며, 아이들도 부모의 말씀을 듣고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도 재차 확인해준다.

 

특히 교황은 가정과 결혼생활은 다정함을 통해 지속되지만(「사랑의 기쁨」 28항), 사랑의 관계가 지배의 관계로 변하게 되면 이 관계는 죄와 직면하게 된다(「사랑의 기쁨」 19항)고 지적했다. 하느님의 말씀은 어려움을 겪는 모든 가정에게 추상적인 생각의 연속이 아닌 위로와 사랑의 원천이라고도 강조했다. 성경은 가정이라는 여정의 목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22항) 

 

이어 교황은 모든 가정들이 ‘나자렛의 성가정’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 가정 또한 헤로데의 인정사정 없는 폭력이라는 무거운 짐과 악몽에 시달렸다”면서 “이들이 겪은 고통은 슬프게도 우리 사회로부터 거부되고 무기력이 빠진 이주민 가정에게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의 가정은 동방박사들처럼 아기예수를 경배하고 마리아처럼 용기와 평온으로 가정에 닥친 도전을 직면하면서, 하느님이 행하신 모든 모든 일을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가정이 겪는 도전 구체적 제시

 

성경으로 「사랑의 기쁨」의 기초를 세운 교황은 두 번째 장에서 가정의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가정이 겪는 “실제 상황을 토대로” 교황이 두 번의 시노드에서 제시한 최종문서 내용을 담은 부분이다. 

 

현대 사회의 가정은 많은 도전을 겪고 있다. 교황은 이주에서부터 열악한 주거환경, 빈곤, 실업, 마약, 여성폭력에 이르기까지 현대 가정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고찰하고 이들 가정이 겪는 도전들을 살폈다.

 

교황은 이 부분에서 이번 교황 권고의 주요 특징으로 꼽히는 구체성에 집중했다. 실제를 해석하는 ‘이론들’과 독단적인 ‘이상’이 보여주는 상당한 차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구체성과 사실성, 일상성인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 내용을 인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체적인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면서 “성령의 요청과 요구는 역사를 통해 울려 퍼지고, 이를 통해 교회는 결혼과 가정의 무궁무진한 신비를 좀 더 심오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사랑의 기쁨」 31항)

 

교황은 “오늘날 모든 가정의 상황을 이 문헌에 정리할 수는 없다”면서도 “시노드 교부들은 전 세계 가정의 상황을 면밀하게 조사했기 때문에, 나의 경험에 비춘 우려와 함께 교부들이 통찰한 바를 적시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오늘날 문화인류학적 변화는 우리의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각 가정과 개인 생활은 과거보다 사회구조의 지지를 점점 덜 받아간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황은 오늘날 만연한 개인주의로 한 사람이 자신을 타인에게 아낌없이 주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3항) 

 

교황은 다음 항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과 안정과 신의를 향한 욕망 때문에 현대인은 자신의 개인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는 부부 관계라는 함정에 빠지고 있다.” (「사랑의 기쁨」 34항)

 

「사랑의 기쁨」은 결혼 생활을 한 개인의 발전과 이상 실현을 위한 역동적인 경로로 이해해야 하고, 이상주의로는 결혼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황은 “은총에 대한 열린 마음 없이 그저 원칙과 생명윤리, 도덕적 잣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7항) [가톨릭신문, 2016년 4월 24일, 최용택 기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무엇을 담았나 (중)

 

결혼할 당시 그 마음 그대로 … 부부의 사랑 계속 갱신해야

 

 

가정과 결혼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은 325항이라는 방대한 양 만큼 현대사회의 가정과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사랑의 기쁨」은 사람들의 현실 문제를 이론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현실을 감안하여 해결의 방향을 밝혀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각자의 상황과 자신의 개별적인 필요에 가장 적합한 내용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에게 유익한 내용을 식별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호에는 「사랑의 기쁨」의 서문과 성경에서 묘사된 가정생활과 오늘날 가정의 현실과 도전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호에서는 교황이 권고문을 통해 제시하고자 하는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부부의 사랑, 다양한 관계와 열매를 맺는 가정의 사랑, 이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점들을 풀어본다.

 

 

성소로서의 가정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결혼과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환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모두 30개 항으로 구성된 제3장 ‘그리스도를 통해 보는 가정의 성소’는 복음의 관점으로 보는 가정의 성소를 축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랑의 기쁨」은 무엇보다 결혼의 성사적 본질인 불가해소성과 생명 전달, 자녀 교육에 대해 강조한다.

 

교황은 이 장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기쁨과 희망」(Gaudiumet Spes),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인간생명」(Humanae Vitae),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를 폭 넓게 인용했다.

 

「사랑의 기쁨」을 통해 교황은 현대 가정의 ‘불완전한 상황’에 대해 보다 폭넓은 관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교황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말씀의 씨앗’을 식별하기 위해서는(「선교 교령」(Ad Gentes 11항 참조) 이 문화권에서 의미하는 결혼과 가정의 실제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타종교의 전통에서도 비록 가끔 모호하긴 해도 결혼에 관한 다양한 긍정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사랑의 기쁨」 77항)”고 밝혔다.

 

이러한 성찰에 따라 교황은 2015년 주교대의원회의(주교시노드) 최종보고서의 내용들을 대폭 인용해 ‘상처입은 가정’에 대한 사목자들의 배려를 요청했다. 특히“사목자들은 진실을 알기 위하여 상황을 조심스럽게 식별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가정 공동체」 84항)는 일반론적 원칙을 먼저 제시했다.

 

가정의 파괴에 있어서도 사안에 따라 부부간의 책임 정도가 다르고 복잡하다는 것을 고려해 사목자들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어 사목자들은 필요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부부에게 귀를 기울여 상황에 따라 이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고 어떻게 괴로움을 견뎌나가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사랑의 기쁨」 79항)

 

 

결혼 안의 사랑

 

「사랑의 기쁨」은 바오로 사도의 코린토 1서(13,4-7)에서 묘사한 ‘결혼 안의 사랑’에 대해서도 말한다.

 

교황은 “혼인성사는 그 무엇보다도 부부 간에 더욱 완벽하게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하느님의 은총”이라면서 “이를 통해 부부는 신의를 지키고 서로에게 더욱 희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부부와 자녀의 일상을 통해 사랑을 경험하고 이를 키울 수 있다면서 부부들에게 코린토 1서의 ‘사랑의 찬가’ 부분을 깊이 묵상하고 이를 일상생활에 대입해 볼 것을 권한다. 교황은 이 ‘사랑의 찬가’가 인간의 사랑을 아주 구체적인 용어로 조심스럽게 그리고 부드럽게 기술했다고 평가하고, 심리학적 성찰 정도도 상당히 높다고 칭송했다. 이러한 심리학적 통찰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배우자의 감정 세계에 빠져들도록 한다.

 

하지만 교황은 오늘날 부부들이 사랑하면서 겪는 풍부하고도 인지적인 상황들에 대해 이상적인 기준만을 들이대지 말 것을 당부한다. 교황은 “한계가 있는 두 사람에게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의 교회와 같은 완벽한 결합을 요구해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면서 “결혼은 ‘역동적인 과정’을 거치고,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을 점진적 또 진보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이기 때문(「사랑의 기쁨」 122항)”이라고 말한다. 다른 한편으로 교황은 부부간의 사랑은 그 본성상 즐거움과 싸움, 긴장과 휴식, 고통과 위안, 만족과 갈망, 성가심과 기쁨 등 모든 것을 망라하는 영원한 결합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강조한다.(「사랑의 기쁨」 123항)

 

교황은 이 장의 마지막을 “사랑의 변화”라는 의미심장한 묵상으로 마무리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부부 사이의 밀접하고도 독점적인 관계가 40년, 50년 심지어 60년까지 이어지는 현실을 고려한 조언이다. 교황은 이에 따라 “결혼 당시의 사랑이 계속해서 갱신되어야 한다”(「사랑의 기쁨」 163항)고 전한다.

 

아울러 교황은 부부의 육체적 외모가 변함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이끌림도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성욕이 단란함과 상호성에 대한 욕망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가 일생동안 똑같이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만일 한 부부가 공통의 영속적인 인생 목표를 갖고 있다면, 이들은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풍요로운 친밀함을 즐길 수 있다”(「사랑의 기쁨」 116항)고 덧붙였다.

 

 

결실을 맺는 사랑

 

「사랑의 기쁨」 제5장에서는 사랑의 열매와 출산에 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생명과 임신, 모성애와 부성애에 관한 심오한 영적, 정신적 태도에 관해 밝힌 장이다.

 

이 장에서는 불임부부에 입양을 장려하는 한편 가정 안의 사랑을 통해 ‘만남의 문화’를 증진하도록 당부했다. 이어 가정의 범위를 서로 지지하는 친구와 타가정으로 확대해, 서로 어려움과 사회적 책임, 신앙을 함께 나눌 것을 요청했다.

 

혼인성사의 영성은 깊은 ‘사회적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사랑의 기쁨」 187항) 이러한 사회적 차원 안에서 교황은 특별히 청년과 노인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향후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미리 훈련하는 의미에서 가정 내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의 중요성도 언급한다. 교황은 “은총에 대한 열린 마음 없이 그저 원칙과 생명윤리, 도덕적 잣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가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37항)

 

 

가정에 대한 사목적 관점들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가정이 견고하게 되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사목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황은 두 번의 주교시노드 최종보고서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및 자신의 교리교육 내용을 폭넓게 인용했다. 특히 교황은 가정이 복음화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정이 세상을 복음화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교황은 사목자들이 현대의 가정이 겪는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는데 필요한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사랑의 기쁨」 202항)하고, 각 가정이 사목활동에 더욱 활발히 참여하길 당부한다.(「사랑의기쁨」 203항) 특히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동방교회 사제들의 폭넓은 경험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교황은 예비부부들의 결혼 준비 과정과 책임 있는 부모에 관한 교육 등 신혼 초기에 교회가 이들을 동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정이 겪는 복잡한 상황과 위기 등에 관해서도 “가정이 겪는 각각의 위기는 우리 교회에게 가르침을 준다”면서 “우리는 마음의 귀로 어떻게 이러한 가정의 어려움을 들을 것인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232항) 이번 권고를 통해 가출, 별거, 이혼 등으로 상처 받은 가정에 대한 ‘교회의 동반’도 강조했다.

 

또한 교황은 이번 권고를 통해 자신이 추진한 결혼무효 절차 개혁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특별히 이혼 가정 안에서 자녀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관심을 보인 교황은 “이혼은 악이며 이혼 증가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가정에 관한 교회 사목의 가장 중대한 임무는 바로 가정 안에서 사랑을 키우고, 이들의 상처를 보듬는 한편 이혼의 증가를 막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랑의 기쁨」 246항)

 

한편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가톨릭 신자와 그리스도교 타 종파 신자 사이의 결혼, 가톨릭 신자와 타종교인 사이의 혼종혼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주교시노드에서 논란이 있었던 동성애자 문제 관해서는 이들은 존중 받아야 하고 이들에 대한 불의한 차별이나 억압, 폭력은 없어야 한다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맺는 것이며, 동성 결합은 그리스도인 혼인과 동등한 차원의 것이 될 수 없다”(「사랑의 기쁨」 251항 참조)고 선을 그었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일, 최용택 기자]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무엇을 담았나 (하)

 

자녀에 대한 집착 버리고 사랑과 자유 안에서 성장 도와야

 

 

가정과 결혼생활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은 현실과 무관한 이론서가 아니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을 통해, 교회와 사목자들이 가정 안에서 상처 받아 고통당하는 모든 이와 가까이 동행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한 교황은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에게 서슴지 말고 사목자의 도움을 청하라고 당부한다. 사목자에게는 개개인이 처한 상황을 단정하거나 엄격한 규율에 맞추어 판단하지 말도록 요청하고 있다. 사안별로 문제점과 어려움 등을 식별하고, 이들 가정을 동반해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자비를 베풀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본지는 두 차례 「사랑의 기쁨」을 해설하면서 오늘날 가정의 현실과 도전, 가정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부부 간의 사랑, 가정의 열매 등 가정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관점들을 풀어봤다. 이번 호에서는 「사랑의 기쁨」이 제시하고 있는 자녀 교육의 중요성과 성교육, 온전치 않은 가정에 대한 돌봄과 식별, 교회로의 통합 방안, 혼인의 영성에 대해 알아본다.

 

 

자녀 교육의 중요성

 

「사랑의 기쁨」은 제7장에서 자녀 교육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자녀들의 윤리교육과 훈육, 인내가 필요한 현실, 성교육, 신앙의 전수 등 교육적 맥락에서 가정의 역할을 설명한다. 각각의 항에서 제시되는 권고와 조언은 지혜롭고 탁월하다. 특히 교황은 자녀들의 윤리교육은 “이해되고 수용되며 존중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실천해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사랑의 기쁨」 271항 참조)

 

‘더 나은 자녀 교육을 향하여’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집착은 교육적이지 않다”면서 “우리는 자녀가 처한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에, 부모가 자녀의 행방을 알려하고, 자녀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려 집착한다면 부모는 자녀의 공간만을 지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이런 식으로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하지 못하고, 힘을 길러주지도 못하며, 도전에 맞서게 하지도 못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많은 사랑으로 자녀들이 자유를 키우고, 소양을 지니며, 온전한 성장을 하고, 참다운 자립을 촉진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일”이라고 전했다.(「사랑의 기쁨」 261항 참조)

 

성교육을 다룬 부분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먼저 “성을 가볍게 여기고 무력화시키는 이 시대에 가톨릭 교육 기관들이 이 도전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어 건전한 성교육은 “사랑과 서로 자신을 내어주는 것에 관한 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랑의 기쁨」 280항 참조)

 

교황은 또한 ‘안전한 성관계’(safe sex)라는 표현이 문제점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표현이 “성관계로 생길 수도 있는 아이를 자신이 방어해야 하는 적으로 여기는, 성관계의 자연스러운 목적인 출산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뜻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표현은 수용이 아니라 자기애적인 공격성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사랑의 기쁨」 283항 참조)

 

 

취약한 가정에 대한 동반과 식별, 통합

 

「사랑의 기쁨」은 교회의 전통적 가정관에 부합하지 않는 가정에 대해 자비를 베푸는 한편 이들에 대한 사목적 식별을 하라고 초대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8장에서 동반과 식별, 통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용어들은 취약한 상황, 복잡한 상황, 불법적 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중요하다. 교황은 이 장에서 사목의 점진성, 식별의 중요성, 사목적 식별에 관련된 기준과 사정을 참작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사목적 자비의 논리’에 관하여 언급했다. 이는 가정 문제와 관련해 상당히 민감한 부분들이며, 두 차례에 걸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총회에서 논의 된 결과이기도 하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혼인의 본질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교 혼인과는 다른 형태의 결합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 이상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그 가운데 일부는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이 이상을 비슷하게 실현한다”고 인식했다. 교회는 혼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건설적인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사랑의 기쁨」 292항 참조) 

 

“불법적” 상황의 식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을 피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처한 상황으로 당하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사랑의 기쁨」 296항 참조) 이어 “모든 이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든 이가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는 알맞은 방법을 찾도록 도와서 그들이 ‘과분하고 무조건적이며 무상(無償)인’ 자비의 대상임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랑의 기쁨」 297항 참조)

 

이러한 맥락에서 교황은 시노드 교부들의 의견들을 받아들여 “이혼 후 사회재혼한 신자들이 여러 가능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온전히 통합되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이들의 참여는 다양한 교회 봉사를 통하여 드러날 수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교회에서 파문당했다고 느끼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 살아가며 활발한 구성원으로 성숙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통합은 그들의 자녀를 돌보고 그리스도적으로 양육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사랑의 기쁨」 299항 참조)

 

 

잣대보다는 사안별 식별 강조

 

교황은 「사랑의 기쁨」을 통해 각 가정의 구체적인 상황들의 엄청난 다양성을 고려하면, 일종의 교회법과 같은 새로운 일반 규범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개별 상황에 대해 책임 있게 사목적 식별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교황은 사목자들이 신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들을 동반하고 이들의 상황을 식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했다.

 

교황은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신자들이 자신의 목자에게, 또는 주님께 헌신하는 평신도에게 신뢰하는 마음으로 다가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 바란다”면서 “신자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바람에 대한 동의를 늘 얻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개인적 성장의 길을 발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빛을 분명히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목자들에게는 “목자들이 신자들의 말을 사랑의 마음으로 침착하게 듣고 바른 마음으로 그들의 어려움과 관점을 이해하고,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며 그들이 교회 안에서 자신에게 맞갖은 자리를 찾도록 하여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사랑의 기쁨」 312항 참조)

 

교황은 아울러 예외적 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이 완전한 이상의 빛을 흐리거나 예수님께서 인간에게 제시하신 것에 이르지 못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오늘날 혼인 생활에 실패한 이들에 대한 사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혼인을 강화하여 그 파국을 막는 사목적 노력”이라고 (「사랑의 기쁨」 307항 참조) 밝혔다.

 

 

혼인과 가정의 영성

 

교황은 「사랑의 기쁨」 마지막 장인 제9장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행위들로 이루어져 있는’ 혼인과 가정의 영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교황은 “영성에 대한 깊은 갈망이 있는 사람은 성령을 따르는 삶의 성숙에 가정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오히려 가정은 우리가 신비로운 일치의 절정에 이르도록 주님께서 사용하시는 수단”이라고 말했다.(「사랑의 기쁨」 316항 참조)

 

교황은 가정생활의 모든 것, “기쁨과 휴식과 축제, 그리고 성(性)조차도 주님 부활의 온전한 삶에 참여하는 체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사랑의 기쁨」 317항 참조), 파스카의 빛 안에서 드리는 기도, 하느님의 성실하심을 반영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함께 늙어가는 (부부의) 자유로운 배타적 사랑의 영성을 언급했다.(「사랑의 기쁨」 319항 참조)

 

이어 “가정생활 전체는 자비로운 보살핌”이라면서 “우리 저마다는 우리의 사랑과 돌봄으로 다른 이들의 삶에 흔적을 남긴다”고 돌봄과 위로와 격려의 영성을 언급했다.(「사랑의 기쁨」 322항 참조)

 

「사랑의 기쁨」 마지막 항에서 교황은 “어떠한 가정도 완전한 형태로 영원히 천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각 가정이 사랑의 능력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당부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과 한계를 넘어서서 더 위대한 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데에 힘쓰도록 부르심을 받았다”면서 “우리의 한계 때문에 용기를 잃지 말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사랑과 친교의 충만을 추구하는 일을 멈추지 말자”고 각 가정을 격려했다.(「사랑의 기쁨」 325항 참조)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5일, 최용택 기자]



5,62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