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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공의회 문헌 풀어보기: 종교 자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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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9-14 ㅣ No.787

[공의회 문헌 풀어보기] 종교 자유 선언

 

 

종교 자유 선언 ‘인간 존엄성’(Dignitatis Humanae)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6편의 문헌 가운데 제일 마지막에 나온다. 공의회 폐막 전날인 1965년 12월7일에 최종 통과돼 공포된 종교자유 선언은 ‘인간 존엄성’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종교 자유가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임을 분명히 한다. ‘종교 문제의 사회적 시민적 자유에 대한 개인과 단체의 권리’라는 부제를 단 선언은 서론(1항)에 이어 제1부 종교 자유의 일반 원리(2~8항), 제2부 계시에 비춰본 종교 자유(9~14항) 결론(15항)으로 이뤄져 있다.

 

선언은 우선 종교 자유의 근거와 대상에 대해 밝힌다(2항). 이와 관련, 교부들은 “모든 인간이 종교 자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면서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종교 자유를 갖는다는 것은 △ 종교 문제에서 자기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지 말아야 하고 △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혼자서나 단체로나 정당한 범위 안에서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데 방해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종교 자유는 인간의 본성 자체에 뿌리박고 있다. 곧 “모든 인간은 자기 존엄성에 따라 본성적으로 진리, 특히 종교에 관한 진리를 추구하도록 이끌리며 또 그 진리를 추구할 도덕적 의무를 지닌다”(2항). 이렇게 보면 종교 자유란 일차적으로 진리 추구를 위해 종교를 신봉할 자유를 의미한다. 하지만 선언은 또 “진리를 추구하고 그 진리에 따라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 자유의 권리를 지닌다”(2항)고 밝힘으로써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도 인정한다.

 

선언은 이어 종교 자유의 문제와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한다(3항). 인간은 자기 양심을 통해 하느님 법의 명령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양심을 거슬러 행동하도록 강요받아서는 안 되며, 특히 종교 문제에서 자기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데 방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만일 공공질서를 제대로 지키는 자유로운 종교 실천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인간에 대한 불의”일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 생활을 위하여 세우신 질서 자체를 짓밟는 것”이다. 또 “국가 권력이 종교 행위를 지도하거나 제지하려 든다면 이는 국가 권력의 한계를 넘는 일”이다. 국가 권력은 현세적 공동선의 증진을 본래 목적으로 하고 있고, 종교 행위는 하느님을 섬기는 행위여서 “본질상 지상적 현세적 질서를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도 인정

 

공의회 교부들은 개인의 종교 자유뿐 아니라 종교 단체의 자유도 인정받아야 함을 분명히 하면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4항). 종교 단체의 자유는 △ 자체 규범에 따라 스스로 다스리고 △ 최고 존재를 공공연히 예배하며 △ 그 구성원들의 종교 생활 실천을 돕고 △ 교리를 유지하며 △ 그 종교 단체를 위한 제도들을 증진할 권리와 자유를 포함한다.

 

또 △ 국가나 행정 당국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체 교역자를 선발, 임명, 이동시킬 권리 △ 외국 종교 단체들과 교류할 권리 △ 종교 건물을 세우고 적합한 재산을 취득하고 사용할 권리 △ 신앙을 공공연히 가르치고 증언할 권리도 포함한다. 하지만 종교 단체는 공공질서의 정당한 요구를 어기지 말아야 하며, 강요로 보이는 모든 행동은 늘 삼가야 한다.

 

선언은 가정의 종교 자유와 관련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4항). “부모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서 자기 자녀들에게 전수할 종교 교육 방침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국가는 부모들이 참으로 자유롭게 학교나 다른 교육 수단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해줘야 한다. 만일 부모의 종교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학교 수업에 자녀들의 참석을 강요하거나 종교 교육을 전적으로 배제한 획일적 교육 제도만 강요한다면, “부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은 지적한다.

 

공의회 교부들은 또 종교 자유가 소극적으로 인정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6항). “시민, 사회단체, 국가 권력, 교회와 다른 종교 단체들은 모두 그 나름대로 공동선에 대한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종교 자유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이는 국법 질서 안에서 한 종교 단체에 특수 지위를 인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국법으로 그리스도교 국가임을 규정해 놓았다 하더라도, 다른 종교를 실천하는 개인과 종교 단체의 종교 자유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곧 “시민의 법적 평등이 종교적 이유로 침해되지 않도록 또 시민들 사이에 어떠한 차별도 일어나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하지만 종교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다. 자유의 행사에 있어서는 개인적 사회적 책임의 도덕 원리를 준수해야 하고, 이는 종교 자유의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 권리를 행사할 때는 △ 다른 사람의 권리 △ 다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의무 △ 모든 이의 공동선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그에 따른 도덕률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은 밝힌다(7항).

 

따라서 자유의 행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8항). 이와 관련, 공의회 교부들은 특별히 가르치는 임무를 지닌 사람들에게 △ 자신의 생각으로 진리에 비추어 사물을 판단하고 △ 책임감을 갖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며 △ 바르고 옳은 것을 추구하는 데 힘쓰고 △ 다른 사람과 기꺼이 협력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종교 자유에 관한 가르침은 계시에 근거해

 

선언의 제2부(9~15항)는 종교 자유에 관한 가르침이 계시에 근거하고 있음을 제시한다. 우선 교부들은 “어느 누구도 억지로 신앙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10항)는 것이 종교 자유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으뜸가는 가르침이라고 밝힌다. 사실 “하느님께서 몸소 창조하신 인간, 곧 자기 판단으로 행동하고 자유를 누려야 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신다”(11항).

 

이에 관한 가장 뛰어난 모범이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은 “진리를 증언해 주셨지만, 반대자들에게 그 진리를 힘으로 강요하지는 않으셨다. 그분의 나라는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증언하고 들음으로써 굳건해지고 사랑으로 넓혀진다”(11항). 그리스도의 모범을 배우고 따른 사도들과 또 시대를 거쳐 오면서 무수한 순교자들과 신자들에게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교회는 “종교 자유의 원칙을 인간의 존엄성과 하느님 계시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존중할 뿐 아니라 비록 때로는 복음 정신과 덜 맞거나 반대되는 행위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 누구에게든 신앙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 왔다”(12항)고 선언은 밝힌다. 같은 맥락에서 선언은 또 교회의 자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13항).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회가 인간의 구원에 필요한 행동의 자유를 완전히 누리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자유는 교회와 공권력과 모든 국가 질서의 관계에 대한 근본 원리이다.”

 

종교 자유 선언은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을 환기시키면서(14항) 종교 자유의 중요성을 거듭 언명한다. “인류가 평화와 화합을 이루고 다지려면 지상 어디서나 종교 자유가 실질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고, 사회에서 자유로이 종교 생활을 영위할 인간 지고의 의무와 권리가 준수돼야 한다”(15항).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종교 자유 선언을 공포한 지 반 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종교 자유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곳이 적지 않다. 교황청 선교지역 통신 ‘피데스’에 따르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교현장에서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 수는 365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신앙 때문에 희생된 이들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9월호, 이창훈 알퐁소(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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