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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베네딕토 16세의 연설, 젊은 약혼자들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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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3 ㅣ No.747

이탈리아 전국 성체 대회가 열린 이탈리아의 안코나 사목방문

베네딕토 16세의 연설

젊은 약혼자들과의 만남

(2011년 9월 11일)



사랑하는 예비부부 여러분,

전국 성체대회의 절정인 오늘을 마감하면서 은총 가득한 이 대회의 유산을 젊은 여러분에게 맡기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여러분이 나에게 준 이 질문들을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는 주 예수께 맡겨드립니다. 그분만이 여러분과 우리 미래의 삶을 위한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가지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던지는 물음들은 오늘의 사회에서 큰 무게를 지니는 것들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의 이 물음에 대해 몇 가지 방향만을 제시해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의 식탁에는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처럼 축제에 쓰일 포도주가 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어려움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베일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의 상황은 우리에게 결단력 있는 결정을 뒤로 미루게 하며 사회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 세대가 지닌 능력과 창의력의 힘이 갖는 부유함을 충분히 인정하지 못 하도록 가로막고 있습니다. 명백한 도덕적 기준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이 시대 역시 축제에 쓸 포도주가 떨어지고 없습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이 시대에 사람들은 개인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도록 충동을 받고 있으며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 머물고 맙니다. 공동체적 유대의 해체는 필수적인 가치를 허물어버리는 상대주의로 귀결되고, 감각과 마음과 감정의 공유가 인생의 규범을 공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결과적으로 인생의 근본적인 선택들마저 쉽게 깨어지고 끊임없이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변해버렸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를 구가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근본적인 삶의 선택 자체가 희귀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성을 하찮게 여기고, 성을 생명의 나눔, 사랑의 나눔과 무관한 것으로 여기는 육체 예찬 역시 축제에 필요한 포도주가 결핍된 문화에 속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이러한 도전에 맞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 안에 굳건히 남아 용기를 지니십시오. 여러분은 우리의 힘이신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사랑받고 있으며, 하느님의 사랑에 의해 보호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십니다. 이 때문에 여러분의 사랑이 항구하고 서로에게 충실하듯,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의 항구 하고 충실한 만남, 곧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어떤 것도 하느님의 사랑으로부터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교회 역시 여러분과 가까이 있으며, 여러분을 격려하고, 큰 신뢰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십시오. 교회는 여러분 모두가 신앙과 인간, 가족과 인간관계, 정의 등 가정의 토대가 되는 참된 가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압니다. 삶의 식탁으로부터 기쁨을 앗아가는 듯한 부족함 앞에서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가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가 떨어졌을 때 마리아는 하인들을 예수님께 불러 아주 분명한 지침을 주었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복음에 실린 마리아의 마지막 이 말씀, 마치 그분의 영적 유언과도 같은 이 말씀들을 귀중히 여기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은 언제나 축제의 기쁨을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축제의 포도주이십니다!

예비 신랑신부로서 여러분은 유일무이한 시기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 시기는 만남의 경이로움을 열어주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이로 존재하고 서로에게 ‘당신은 내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시기입니다. 강렬하지만, 점진적이고, 진지하게 이 여정을 살아가십시오.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고 반영하는 사랑 외에는 그 어떤 이상도 따르기를 거부하십시오. 그렇다면 어떻게 여러분 삶의 이 단계를 살고, 어떻게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증거 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거짓된 보호막인 둘만의 내밀한 관계 안에 여러분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둘 사이의 관계가 공동체 안에서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는 현존의 누룩이 되도록 하십시오. 동시에 진실한 사랑을 살기 위해서는 성숙의 여정이 요구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서로에게 이끌리고, 상대방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부터 상대방의 선을 바라는 데에 익숙해지십시오.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기 자신의 희생과 용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먹고 자라납니다.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인간의 모든 사랑은 우리를 창조하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결혼을 통하여 서로에게 생명을 주기로 한 남자와 여자의 선택을 성화시키는, 영원하신 사랑의 징표입니다. 그러므로 결혼을 약속한 이 시기를 믿음을 지니고 그러한 선물을 기다리는 기다림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이러한 선물은,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존경하며,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 서로에 대한 관심의 길을 함께 할 때, 받게 됩니다. 사랑의 언어는 이러한 여건들이 충족될 때에만 해가 지나도 의미 있는 언어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서로에 게 충실성을 지키는 자유로움에 익숙해지십시오.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사는 것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사랑의 특성인 ‘영원’을 선택하는 데에 익숙해지십시오. 혼인의 불가해성은 제약이기 이전에, 끊임없이 변하는 인간적인 상황들을 초월하여, 언제나 원하고 요구되고 실천되어야할 선물입니다. 동거가 미래를 위한 보증이라는 흔한 사고방식에 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과정을 단축시키는 것은 사랑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끝나고 맙니다. 오히려 때와 점진적인 애정 표현을 존중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적인 사랑을 충실하고 행복하고 불가해한 것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그리스도께 시간을 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간의 사랑의 충실성과 지속성은 여러분으로 하여금 생명을 향해 열려 있도록 해주고 부모가 되게 해 줄 것입니다. 결혼 성사 안에서 여러분의 결합이 공고해질 때,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선물로 주실 자녀들이 선한 삶 속에서 신뢰를 지니고 자라나게 될 것입니다. 충실성과 불가해성과 생명의 전달은 모든 가정의 근간이며, 진정한 공동선이자, 온 인류 사회를 위한 값진 재산입니다. 바로 이 순간부터 이러한 가치 위에 혼인을 향한 여러분의 여정을 건설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과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에게 이를 증거하십시오! 노력과 전문성과 사랑으로 여러분의 양성을 도와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십시오. 그들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여러분을 향해 지닌 관심과 보살핌의 징표입니다. 여러분은 홀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먼저 교회의 보살핌을 찾아나서고 받아들이십시오.

저는 지금 핵심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자 합니다. 사랑의 경험은 내재적으로 하느님을 향한 지향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영원을 허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결혼을 향한 여러분의 이 시기가 신앙의 여정이 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둘이 함께 하는 여러분의 인생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가 삶의 중심이 되고, 교회 안에서 나아가는 것이 삶의 중심이 되는 그런 삶을 발견하십시오! 마리아께서는 우리 각자의 선익은 순응하는 마음으로 성자의 말씀을 경청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분께 의탁하는 사람 안에서는, 일상적인 삶의 물이 인생을 선하게 하고, 아름답게 하고, 기름지게 하는 사랑의 포도주로 변화됩니다. 가나의 기적은 희생제물인 동시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다가와 우리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키는 잔치상인 성체성사의 ‘새로운 포도주’를 예고하는 것이며, 그것을 미리 맛보게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오늘 이 만남의 생생한 중요성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주일 미사전례에 전적으로 참여하십시오. 성체로부터 그리스도인의 존재의 의미와 삶의 새로운 방식이 솟아나기 때문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의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후속 교황권고 ‘사랑의 성사’ (Sacramentum caritatis) 72-73 참조>. 이렇게 할 때 부부가 되려는, 쉽지 않은 선택에 따르는 책임감을 받아들이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두 사람이 유일한 하나의 몸이 되는 이 ‘위대한 신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에페 5,31-32).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여러분을 성 요셉과 거룩하신 마리아의 보호에 맡겨드립니다.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는 동정 성모님의 초대를 따를 때 참된 축제의 향취가 여러분에게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세상을 위해 내어주시는 가장 좋은 ‘포도주’를 사람들에게 전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 또한 여러분과 또 여러분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이 여정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 곁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음을 다해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평협소식 제34호, 2011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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