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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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그리스도 임마누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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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5-15 ㅣ No.256

[영혼을 여는 문 '이콘'] 그리스도 임마누엘(Christ Emmanuel)

 

 

- ‘대천사들과 함께 계신 구세주 임마누엘’. 17세기말. 러시아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미술관.

 

 

이번 호부터는 지난주에 이어 예수님을 묘사한 다양한 이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언자 이사야는 ‘임마누엘’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다. 이 뜻을 형상화한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이콘이다.

 

이 이콘은 단순한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라, 교부들이 강조했던 것처럼 결코 늙지 않는 영원한 젊음과 동시에 성숙함이 공존하는 신비스럽고 알 수 없는 하느님의 얼굴을 묘사하고 있다. 즉 그분의 신성과 영원한 권세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 주제의 이콘은 수염이 없는 나이의 어린아이만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초월한 부패하지 않는 젊음, 제단의 성체성사에서 피 없는 희생 속에 매일 새로워지는 젊음도 나타낸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성모승천대성당(Cathedral of the Dormition)이 보존하고 있는 임마누엘 이콘은 바로 이 해석을 확인시켜 준다. 특히 러시아 문화에서 ‘임마누엘’은 요한이 복음서 도입부에서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1:1)라고 말한 것과 같이, 신성한 지혜(Divine Wisdom)이신 말씀을 나타낸다.

 

이 이름의 이콘은 얼굴만 묘사하기도 하고, 반신상 혹은 드물게는 전신상으로 옥좌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도 묘사한다. 오늘 소개하는 이콘과 같이 미카엘과 가브리엘 대천사를 그 좌, 우에 함께 묘사하기도 한다. 때로는 여러 천사들이 자신들의 주인이신 이 예수님의 형상 주위를 둘러싸고 성스러운 집회를 하는 모습으로도 묘사하는데, 이러한 형태를 시낙시스(Synaxis 그리스어 : Συναξιs, 슬라브어 : Собор)라고 한다. 잔(cup)을, 그리고 두 팔을 들어 축복하는 임마누엘 예수가 그 안에 서 있는 모습으로도 묘사하는데, 이는 그분이 바로 우리를 위해 희생제사 제물이 되셨음을 나타내준다.

 

그리고 두 손을 위로 들고 기도하는 성모님의 가슴에도 그려지는데, 이러한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보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불리리라”(이사 7,14)라는 이사야서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니고 품고 있는 모습으로, 이 형태를 표징 또는 표상의 성모라 부른다.

 

이러한 형태의 예수 그리스도의 이콘은 그리스 지역에서 생겨나, 러시아의 노브고로드와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5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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