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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가톨릭운동 단체: 레지오 마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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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7 ㅣ No.103

[한국교회 가톨릭운동 단체를 전망한다] (3) 레지오 마리애


단원 정신 재무장, 활동영역 확대 바람직

 

 

- 한국교회 최대의 신심사도직단체로 성장한 레지오 마리애는 21세기 교회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최첨병으로 거듭나기 위해 내외적 성숙을 도모해야 할 시점에 직면해 있다. 사진은 지난 5월8일 광주 월드컵기장에서 열린 레지오 마리애 한국 도입 50돌 기념행사에서 단기를 들고 입장하는 단원들. 평화신문 자료사진.

 

 

20년째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아무개(데레사, 52)씨. 30대 초반에 결혼하면서 신자인 남편을 따라 입교한 그녀는 레지오 활동을 하던 남편 권유로 레지오에 입단, 복음선교를 위해 앞장서는 성모님의 군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활동해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그 자부심이 사라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레지오의 꽃은 발로 뛰어다니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활동인데, 요즘은 그 활동이 시들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쁘레시디움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주회도 활기를 잃고, 레지오를 떠나는 단원들도 생기고요…."

 

레지오 마리애가 한국교회에 도입된 지 올해로 50돌을 맞았다. 그간 한국 레지오 마리애는 단원 60여만명에 달하는 한국 최대 신심사도직단체로 성장했으며, 입교 권면, 방문 선교, 복지시설 자원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교회의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김씨의 말처럼 한국 레지오는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징조는 레지오 단원 수에서부터 드러난다. 레지오 마리애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8만 5468명에 달하던 행동단원이 올 3월 현재 27만 2258명으로 집계돼 6개월만에 단원 1만 3210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천명 이상 늘던 단원 수가 한국 레지오 역사상 처음으로 1만명 이상 떨어진 것이다.

 

단지 통계 수치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한국 레지오 마리애가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되고 쇄신되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60만 대군으로 성장한 성모님의 군대가 활기를 잃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복음선교의 최첨병이 되는 단원 개개인의 활동이 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레지오 내부의 자성섞인 목소리다. 성모님의 지휘 아래 세속과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 싸움에 참가하기 위해 설립된 군대와 같은 레지오의 핵심은 입교 권면, 방문 선교, 복지시설 자원봉사, 병자 방문, 냉담자 회두 및 선교 등 다양한 활동이지만 단원들이 전처럼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레지오 내부에서는 행동단원 28만여명 가운데 20~30%만이 활동에 참여하는 현실이라고 추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활동이 시들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복음선교 대상자를 개인적으로 접촉해 활동해야 할 의무를 지닌 단원 개개인들이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활동을 게을리하는 풍토가 확산되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보니 매주 한차례 모여 한주간의 활동을 보고하고 새로운 활동을 배당받는 주회합이 자연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활동이 부족했으니, 그 활동을 바탕으로 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정보가 희박하게 되고, 이로 인해 활동거리도 적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이다.

 

주회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남성 쁘레시디움에서는 회합 후 이른바 술자리로 이어지는 '2차 주회합'이 본 주회합보다 활성화되고 여성 쁘레시디움은 사적 계모임으로 이어지는 등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군대 조직을 본뜬 레지오에서는 간부들의 지도력이 매주 중요한데 이 지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간부들은 대부분 레지오 활동을 오래한 단원들 가운데서 선출되는데 간부 직책 수행에 적합한 체계적 교육이나 자질 향상 등이 없이 단지 활동을 오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간부에 선출되다 보니 지도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간부들의 영적 미성숙과 지도력 부족은 단결을 바탕으로 강력한 활동을 무기로 삼는 레지오의 조직력을 흔들리게 하고 이로 인해 쁘레시디움이 해체되는 위기까지도 초래한다.

 

셋째, 레지오 활성화를 위한 교회 사목자와 지도자들의 관심과 지원 부족이다. 레지오가 성모님의 군대로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영적 사목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체계적 지원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정리가 됐지만 한때 소공동체 운동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단원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빚은 것도 레지오 마리애의 위축을 부추긴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 시대와 사회의 흐름에 부응하는 사도적 활동을 찾아 수행하기보다는 천편 일률적 봉사 활동에 머무르고 있고 ▲ 단체적이고 조직적 활동을 강조하는 레지오의 기본 방향이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신앙 생활을 추구하며 여가를 즐기려고 하는 오늘날의 전반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것 등을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레지오 마리애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단원들의 정신 재무장을 통한 활동의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기도와 봉사활동에 머무는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회 안팎의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는 활동 영역 확대와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지 '선교의 도구'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감시자 또는 견제기구'로서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전개, 사회공동선 실현의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레지오 간부들의 자질과 지도력 향상을 위한 자체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레지오 활동을 오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간부직을 떠맡기는 관행에서 벗어나 간부 선출과 관련한 명확한 규준을 마련하는 동시에 간부 직급에 맞는 체계적 교육 과정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 레지오가 최근 간부 교육을 위한 전국 차원의 교육기획팀을 창설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셋째, 레지오 활성화를 위한 교회 사목자와 지도자들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어쩌다 한번 주회합에 들어오셔서 2~3분 가량의 짧은 알로꾸시오(훈화)를 해주는 것 외에 신부님이 레지오를 위해 해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는 레지오 경력 30년차 이 아무개(스테파노, 59)씨가 "60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한 레지오에 대해 훈화 차원을 넘어 활성화를 위한 대안과 영성적 뒷받침을 해주는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푸념하는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레지오 관계자들은 이를 위해서는 신학교의 사제 양성 과정에서부터 레지오를 비롯한 교회 내 각종 신심단체의 영성과 사목적 배려에 대해 배우는 교과 과정을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고 강조한다.

 

 

레지오 마리애란

 

 

'마리아의 군단'이라는 뜻을 지닌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가 창설된 것은 지난 1921년. 빈첸시오회원으로 활동하던 아일랜드 청년 프랭크 더프(1889∼1980)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빈첸시오회 활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영혼을 구하는 복음선교'에 투신할 목적으로 모임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첫 모임 이름은 '자비로운 성모회'였으나 '성모님 도움에 힘입어 교회가 벌이는 싸움의 최전방에 서는 복음화 첨병이 되자'는 뜻에서 이후에는 '레지오 마리애'라고 개칭했다. 설립 첫해 4개의 쁘레시디움에 불과했던 레지오 마리애는 현재 전세계 2700여 교구 중 2300여 교구에 33만여개의 쁘레시디움을 두고 있으며, 1300여만명이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가 첫걸음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53년 5월31일. 당시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원이자 광주교구장 서리였던 현(玄) 하롤드 헨리(제5대 광주교구장 역임) 신부는 일본 방문 중 레지오 마리애 한 단원을 만나 주회에 참관한 후 한국교회에 도입을 결심하고, 목포 산정동, 경동 본당 신자들과 함께 '치명자의 모후'와 '평화의 모후', '죄인의 의탁'이라는 3개의 쁘레시디움을 만들었다.

 

이후 레지오 마리애는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선교사업에 박차를 가해 전국 각 교구로 확산된다. 현재 광주와 서울의 2개 세나뚜스, 12개 레지아(서울, 광주, 군종교구 제외), 186개 꼬미시움, 1967개 꾸리아, 3만557개 쁘레시디움, 단원 60여만명에 달하는 한국 최대의 신심 사도직 단체로 성장했다.

 

 

서울 세나뚜스 류길성 단장 인터뷰

 

 

"지금 한국 레지오를 비유하자면, 돈 많은 부자가 자기가 모은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그 이자로 가만히 앉아 먹고 노는 형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레지오 마리애 서울 세나뚜스 류길성(스테파노) 단장은 "60여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공룡단체로 성장한 한국 레지오가 이제는 변화돼야 할 때가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레지오의 쇄신을 위해서는 단원 개개인의 영적 재무장 및 활동의 활성화, 간부의 지도력 배양 및 올바른 양성, 교회 지도자와 사목자의 관심과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단장은 "레지오가 한국 최대 신심사도직 단체로 성장하다보니, 교회 내에서 어떤 행사가 있을 때에 행사 참여 인원을 메우기 위한 동원단체처럼 사람들에게 비쳐지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동원되는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면서 "동원 인력 차원이 아니라 복음 선교와 사회 공동선 실현을 위한 정예부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사목적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 단장은 이를 위해 "레지오 차원에서는 단원들이 개인적 선교와 봉사활동은 물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종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 활동 영역 확대를 통한 공동선 실현에 앞장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간부들의 질적 성숙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한국 레지오가 21세기 교회와 사회에 참된 복음화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03년 6월 22일, 박주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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