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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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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6 ㅣ No.744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페이스북 (1) 13억 명 이용하는 엄청난 관계망 도구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사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뉴미디어에 대해 말하며 페이스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오늘부터 2회에 걸쳐 페이스북이 쳐놓은 그물 속으로 빠져보기로 하자. 페이스북(www.facebook.com)은 2004년 미국의 마크 주커버그와 네 명의 동료 하버드 대학생이 시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서, 현재 전 세계 약 13억 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시절 배운 순열 조합을 떠올려 계산해보니, 이론적으로 페이스북 안에선 최소 약 84.5x1016개만큼의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일상인의 감각으로는 거의 무량대수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페이스북’은 원래 간단한 신상내용이 적힌 학교 사진첩 - 우리로 치면 졸업앨범 정도를 의미한다. 알다시피 이 엄청난 관계망 도구를 만든 사람은 30세의 유태계 미국인 마크 주커버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하버드대학을 중퇴했고, 어린 시절부터 천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이름을 날렸다 한다. 치과의사인 아버지는 아들 주커버그가 지닌 그 범상치 않은 이과적 재능에 주목했고, 당대 꽤 이름을 날리던 컴퓨터 프로그래머 데이빗 뉴먼을 가정교사로 들여 어린 주커버그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데이빗 뉴먼은 선생보다 훨씬 많이 아는 어린 학생 주커버그를 가르치느라 진땀 꽤나 뺐던 듯하다. 천재소년 주커버그가 주로 제작했던 것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린 주커버그가 ‘관계와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의 바다를 향해 말한 기계언어(프로그램)가 ‘관계중심’의 언어였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당연하게 들리는데, 바로 이 ‘당연함’이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버드대에 진학한 주커버그는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하버드대 재학생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하버드대학 서버를 해킹한 후, 서버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던 재학생들의 이름과 사진 등의 정보를 몽땅 빼내온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퇴학을 면한 주커버그는 곧 ‘예술사’ 과목의 노트와 사진, 감상들을 서로 나누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이어 아예 학교를 뛰쳐나와 2004년 2월 인터넷 시대의 (잠정적인) 꽃 ‘페이스북’을 개통했다.

최근 어쩌다 (혹은 고의로) 뉴욕타임스의 내부 기밀 보고서가 유출된 일이 화제가 됐었는데, 이 보고서는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의 위력’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뉴욕타임스 웹사이트를 방문할까? 놀랍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뉴욕타임스 첫 페이지부터 차근차근 기사를 클릭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내를 받아 뉴욕타임스의 누리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페이스북이 뱃길을 이어주지 않으면 그 막강한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조차 그저 고립된 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페이스북의 위력은 너무도 막강하다. 과연, 그 위력의 본질은 무엇일까? 다음호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자.

* 성기헌 신부(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 1
999년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으며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매스컴과 종교의 관계 연구’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톨릭신문, 2014년 9월 21일, 성기헌 신부(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페이스북 (2) ‘사람과 사람’ 연결의 현실화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고독에 대해 예찬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고독을 찬양하는 사람들조차 페이스북에 들어와 자신이 생각한 고독의 유용성에 대해 말한다. 그 말이 공유되는 순간, ‘고독’조차도 페이스북 안에서는 전혀 고독하지 않은 듯 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그런데 그 페이스북이라는 일상은 그냥 일상이 아니라 매우 위력적인 일상이다.

한 두마디 말로 페이스북의 위력과 성공의 근원을 요약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지닌 그 위력의 근원은 사실 매우 평범하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페이스북의 위력은 그것이 인터넷의 특징과 이상을 가장 잘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다. 인터넷이 사실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라는 미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간단히 말해 인터넷의 특징은 ‘연결’에 있다. 그런데 이 연결이란 것이 무엇인가? 인터넷이 연결해 주는 것은 우선 서로 분리되어 있는 플랫폼들이다. 컴퓨터, 모바일기기 등의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다양한 메시지들을 만들어내고 변형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메시지들은 인터넷을 통해 저편의 플랫폼으로 전송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가 만들어 내지 않은 정보 혹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인터넷은 또한 사람과 정보를 이어준다. 이러한 플랫폼의 연결, 나아가 정보의 연결을 통해 결국 인터넷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킨다. 인터넷을 통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것은 여전히 모호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인터넷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자 이상(理想)인 것만은 분명하다. 바로 여기서 페이스북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그 특유의 기능들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인터넷의 특징과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킨다. ‘구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페이스북은, 우리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단면들을 서로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해줌으로써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이루어준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생각, 그들이 먹고 보는 것들, 그들이 듣는 소리들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 - 이러한 것들로 구성된 상대방의 ‘시간’에 서로 반응하고 그 시간을 서로 공유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사물들의 연결과는 전혀 다른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사실, 바로 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에 인터넷의 근원이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은 인터넷의 관계지향적 속성을 거스르지 않으며 인터넷의 순리에 ‘구체적’이며 참신한 방식으로 순응한다 말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위력은, 페이스북을 가능케한 ‘인터넷’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특징과 쓰임새를 관찰할 때에 비로소 분명히 드러난다. 인터넷이 왕이라면, 페이스북은 그 왕의 존재이유와 목적을 가장 잘 이해한 영리한 충신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9일,성기헌 신부(서울 성모병원 영성부장 겸 가톨릭대 성의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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