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선교ㅣ복음화

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세속화된 세상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28 ㅣ No.328

프란치스코 교황 「복음의 기쁨」, 세속화된 세상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방준위 영성신심분과 학술심포지엄 “올바른 사회 복음화 위한 사회통합과 공동선 실현에 광범한 노력 필요” 강조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준비하면서 보편교회에 대한 교황의 사목 청사진이라 할 수 있는 「복음의 기쁨」에 대한 학술 담론이 무성하다. 그중에서도 23일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은, 교황이 제시하는 사회 복음화의 기준과 방법을 바탕으로 지역 교회, 특히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에 제기되고 있는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내적 쇄신 방안을 모색한 자리였다.

 

이날 심포지엄은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한국 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성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발제자들은 사회 복음화를 올바로 다루지 않으면 복음화 사명의 참되고 본질적인 의미가 계속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단언하고, 한국교회는 관리자가 아닌 ‘선교하는 교회’로 지속해서 쇄신해야 한다는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양극화한 오늘날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 복음화를 위해서는 교회가 사회통합과 공동선 실현을 위해 광범위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포지엄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한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회 현실 

 

한국 천주교회는 오늘날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양극화된 사회 안에서 중산층 붕괴 및 신빈곤층 확산, 각종 환경문제와 이념 갈등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많은 사회적 갈등 현장에 함께 해 왔다. 한국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삶의 자리에 함께하는 것은 △ 배척의 경제 △ 돈의 우상숭배 △ 비윤리적 금융투기 △ 폭력을 낳는 불평등 등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 실현을 위한 사목적 응답이요 노력이다. 또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로 앞으로도 사회 복음화에 대한 보편교회의 지향과 맞물려 반성과 성찰을 갖고 쇄신을 통해 선교 사명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선 한국 사회 안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양극화의 위기를 냉철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와 사목적 응답’에 대해 발표한 박준영(전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부장)씨는 “한국천주교회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스스로 ‘중상층’으로 변모를 거듭해 이미 가난한 교회와는 거리가 있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사회적 영성을 퇴조시켜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교회가 교육ㆍ의료사업뿐 아니라 영리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를 운영해 스스로 자본가로 전락했고, 위계적 교계제도의 폐쇄성과 더불어 개인적이고 근본주의적인 구원관을 확산시켜 교세에 안주하는 ‘영적 세속성’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서춘배(의정부주교좌본당 주임) 신부도 ‘「복음의 기쁨」 살기-한국 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이란 발제에서 “오늘날 우리의 가장 큰 위험은 탐욕스러운 마음과 피상적인 쾌락을 부추기는 극심한 소비주의와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있는 개인 이기주의”라며 “지나치게 교회 내적 사목에만 치우치는 경향을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신부는 “본당 간, 교구 간 높은 벽과 성사집전자와 관리자로서 안주하려는 사목자의 태도, 해고 노동자와 이주민, 노숙자, 중독자, 홀몸 노인, 청소년 등 새로운 형태의 빈민에 대한 취약한 사목 대안 등이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과제”라고 열거했다. 

 

이연학(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도회) 신부는 ‘124위 순교자들과 「복음의 기쁨」’에 관한 발표를 통해 복음화에 걸림돌이 되는 우상으로 △ 개인주의 △ 영적 세속성 △ 물신 △ 이데올로기와 국가폭력 △ 말씀을 막고 왜곡하는 세상의 ‘말’들 등을 제시했다.

 

 

▨ 새로운 사회 복음화의 방향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복음화를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를 포함한 모든 이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 실현’으로 투신할 것을 권고했다.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에 따르면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이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사회생활을 모든 이를 위한 형제애, 정의, 평화, 존엄의 자리가 되게 하셨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목자를 비롯한 그리스도인들은 환경 문제를 포함해 모든 인간 존재의 삶과 전인적 진보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표현해야 하고, 정치 당국자들은 이를 ‘간섭’이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날 기조강연을 한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는 “가톨릭 신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예수께서 선포하는 복음의 전달자가 돼야 하고 가톨릭 사회교리의 확실한 메신저가 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가톨릭 사회교리는 모든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중요 지침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모든 이의 사회 통합’과 ‘공동선’을 위해 무엇보다 신자 각자가 먼저 다른 이를 향해 쏟는 사랑의 관심을 길러야 하고, 연대의식을 갖고 다양한 형태의 빈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의 교육과 의료혜택, 고용에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토소 주교는 돈과 권력의 양극화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반대했다. 오히려 그는 시장경제를 인정하면서도 사람들과 공동선에 봉사하는 ‘포용경제’ 실현을 위해 더 참여적이고 더 사회적인 ‘고강도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연대할 것을 힘주어 말했다. 

 

토소 주교는 또 “정치 참여는 신자들의 소명이며 도덕적 의무”(「복음의 기쁨」 220항 참조)라면서 “신자들은 모든 이를 위한 온전하고 연대적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 통합적인 발전의 실현을 위해 일할 의무가 있고 공동선과 사회 평화를 이루는 데에 능동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 124위 순교자들이 간직한 복음의 기쁨 

 

사회 복음화를 위한 「복음의 기쁨」에 나오는 주제인 △ 제자 △ 종말 증언 △ 이 세상 변방의 나그네요 이방인 △ 동행 △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 △ 토대요 중심인 말씀 등은 이미 순교자들의 삶에서 증언되고 있다. 

 

이연학 신부는 시복되는 하느님의 종 124위 순교자들이 △ 복음을 철저히 액면가 그대로 추종한 제자들이었을 뿐 아니라 △ 종말의 시간을 지금 여기서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보여줌으로써 “종말론적 그리움과 결단을 증언했다”고 제시했다. 또 △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 ‘사회 변방’에서 박해와 몰이해를 기꺼이 감내했으며 △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고 다른 양들을 버리거나 고발하기보다 기꺼이 함께 죽는 ‘동행’의 정신을 증언했고 △ 신분의 차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어 가진 것을 나누면서 초세기 교회 모습을 방불케 하는 높은 수준의 복음 공동체 생활을 증언했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순교자들의 이러한 삶은 ‘말씀’이 토대요 중심이 됐다고 강조했다.

 

 

▨ 「복음의 기쁨」 살기 - 한국교회 쇄신 방향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쇄신해 나가야 할 우선적 방향은 △ 교회 문을 열어야 하고 △ 사람들을 찾아가야 하며 △ 백성의 아픔과 관심사에 응답하는 사목을 펼쳐야 한다. 그 이유는 하느님의 마음이 되어 세상 백성들의 음성을 듣는 것이 복음화의 첫 단계이고 선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춘배 신부는 “교황의 말대로 성당 문을 열고, 사제관도 열고, 사목자의 휴대전화도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각종 성사도 세상 백성들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쉬는 신자가 50%가 넘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성사 집전자로 교회 관리자로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사목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서 신부는 이를 위해 먼저 가정과 병자 방문을 정례적으로 하고 빈소에도 찾아갈 것을 사목자들에게 권고했다. 또 백성들의 현실 삶에 대해 깊이 공감하기 위해 아픔이나 관심사를 복음에 비춰 나누는 소공동체 모임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서 신부는 교회 쇄신을 위해 우선적으로 복음화의 원천인 ‘말씀’에 중심을 두고 예언직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되려면 

 

현대 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요구되는 것은 ‘가난의 영성’이다. 모든 교회의 신비는 가난의 영성과 맞닿아 있다. 하느님 친히 가난하게 되실 정도로 하느님의 마음속에는 가난한 이들의 특별한 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준영씨는 “중상층화한 한국교회는 가난한 사람이 실제 있는 곳에 교회가 있지 않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려는 흉내만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씨는 “한국교회가 가난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인적ㆍ물적 자원을 직접적으로 제대로 전달해 준다면 그것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논평자로 나선 장동훈(주교회의 정평위 총무) 신부는 “가난한 이들과의 접촉은 접촉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 스스로를 가난하게 만든다”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가난한 교회로 향하게 한다고 밝혔다. 장 신부는 또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 사회 참여와 무관하지 않다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가난한 교회를 향한 쇄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29일, 리길재 기자, 김유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


교황 권고 비추어 한국교회 과제 식별, 내적 쇄신 · 사회 복음화에 박차 가해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내적 쇄신과 사회 복음화를 향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가할 책임을 안게 됐다. 

 

심포지엄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은 이러한 한국교회 당면 과제를 교황 권고에 비추어 식별, 보다 구체적인 역할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의 하나로 열렸다. 

 

23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진행된 이 심포지엄은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 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준비위원장 강우일 주교, 분과위원장 조재형 신부)가 주최하고,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전원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사목적 지향에 화답하며, 한국 순교자들의 영성을 우리 시대의 교회 영성으로 재조명하면서 한국 사회 안에서의 교회 역할을 모색하고, 이를 위한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실천하는 출발점으로 이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성베네딕도수도회)와 서춘배 신부(의정부 주교좌본당 주임), 박준영 전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국장이 각각 주제발표에 나서 지역교회 복음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발표 주제는 ‘124위 순교자들과 복음의 기쁨’, ‘복음의 기쁨 살기 - 한국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와 사목적 응답’이었다. 

 

각 발제에 대해서는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이현숙 수녀(마리아의전교자프란치스코회), 장동호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가 논평했다. 각 논평에서는 순교자 현양의 현재적 의미는 ‘복음의 기쁨’ 덕분에 죽음의 공포를 이긴 순교자들처럼 오늘날 신자들도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불편함이나 손해, 손실을 각오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또 쇄신은 사목자 개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평신도가 스스로 소명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낄 때 가능하다는 제안과, 교세에 안주하는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 아니라 제도로서의 교회일 뿐이라는 사실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하는 ‘불편’을 더욱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시됐다. 

 

특히 심포지엄 주제발표에 앞서서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무총장 마리오 토소 주교의 기조강연도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복음의 기쁨 : 사회의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강연한 토소 주교는 “교황께서 한국에 오시는 이유는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믿음에 더욱 확신을 갖도록 돕기 위해서”라며 “예수 그리스도와의 진정한 만남이 이뤄지면 각 사회에서 발생하는 어떠한 문제에 관해서도 올바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고 당부했다.

 

 

■ 발제 요약 

 

‘124위 순교자들과 복음의 기쁨’ - 이연학 신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도회) 

순교자들, 삶과 죽음으로 복음 증언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이 철두철미 복음에 토대를 두고 ‘선교적 회심’으로 초대하는 메아리라면, 조선조 말 우리 순교자들의 언행은 이 메아리에 대한 살아있는 해설과도 같다. 복음을 ‘군말 없이’ 실천하자는 교종의 호소는 소수의 열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권고’가 아니라 세례 받은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명령’이다. 여기서 우리는 평신도였던 순교자들이야말로 철저한 복음 증언을 삶과 죽음으로 산출했으며, 이 증언 자체가 최상의 선교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복음증언으로서의 선교는 결국 사람 안팎의 우상, 그 세력들과 벌이는 투쟁이다. 복음증언을 위해서는 우선 이러한 우상들을 식별하고 규명해야 한다. 「복음의 기쁨」을 중심으로 제자의 증언과 복음화의 걸림돌이 되는 우상은 ▲ 개인주의 ▲ 영적 세속성 ▲ 물신(物神) ▲ 이데올로기와 국가 폭력 ▲ ‘말씀’을 막고 왜곡하는 세상의 ‘말들’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복음의 기쁨」과 우리 신앙선조들의 목숨을 건 증언에 비추어 교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교회의 참된 성장은 자기 보존과 생존을 도모할 때보다 예수님처럼 자기 밖으로 나와 한 알의 밀알처럼, 소금처럼, 누룩처럼 이웃에게 자기를 내어주고 스러질 때 가능했다. 또한 순교자 현양은 교회의 자기 현양도 영웅 숭배도 아닌,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과 은총의 힘이 승리하리라는 찬미가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회 안의 다양한 의견을 서로 용인하고 존중하며 일치를 위해 서로 투신하는 일도, 프란치스코 교종처럼 복음에 초점을 맞추고 열린 마음으로 사회교리를 익히면서 서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노라면 가능할 것이다. 

 

 

‘복음의 기쁨 살기 - 한국교회 사목 현실과 쇄신 방향’ - 서춘배 신부(의정부주교좌본당 주임) 

말씀에 비춘 복음화에 철저히 초점 맞추길 

 

복음화란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현존하게 하는 것이다. 교회가 지속적인 선교체계로 바뀌어야 할 이유가 이것이다. 

 

이에 따라 ‘개방성과 찾아가는 사목’, ‘백성들의 아픔과 관심사에 응답하는 사목’, ‘예언직 수행은 명료한 복음 선포로 선교 그 자체’,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비롯해 ‘한국교회의 주교직무의 쇄신’을 이뤄야할 것이다. 

 

교종은 복음화와 관련해 교회 구조를 ‘지속적인 선교체계’로 바꾸어야 함을 아주 강력하게 수없이 반복한다. 그러나 ‘구조나 체제의 변화에 앞서 먼저 복음의 일꾼들의 내적 태도의 변화’를 말씀하신다. 우리 모두가 선교사라는 멋진 직분에 초대되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선교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속적인 선교체계’를 위해서는 복음에 비추어 삶의 이모저모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교회로 소공동체를 꼽고 싶다. 모든 차원의 사목활동을 포괄적이고 개방적이고 철저히 복음화에 초점 맞춘 교회, 교회 모든 구성원 특히 평신도가 복음의 일꾼으로 선교사라는 신원의식을 갖도록 하는 교회, 본당 내적 사목 성사나 전례, 단체 활동이나 행사 외에도 많은 사목적 형태가 있음을 알고 과감히 밖으로 나가는 교회, 사람들이 사는 그곳에 하느님 나라 현존을 보여주고자 하는 교회,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교회, 그래서 변두리로 내몰린 한 사람을 찾아 나서는 교회, 세상과 삶의 모든 문제를 말씀에 비추어 복음화하려는 교회, 말씀이 모든 교회 활동의 중심이 되는 교회…. 이 교회는 소공동체 교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 시대의 징표와 사목적 응답 - 양극화 번영 속 교회의 위기’ - 박준영(전 아시아가톨릭뉴스 한국지국장) 

영적 세속성 극복하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해야 

 

지금 2010년대를 사는 우리가 봐야할 시대적 징표는 양극화와 당장 자기만의 뭔가를 받을 수 있는 노예가 되길 선택하는 모습, 한국 가톨릭 신자의 사회적 성격이 중상층에 속하고 계급성을 드러내는 문제 등이다. 아직까지는 신자들의 계급성은 즉자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교계제도로 대표되는 ‘교회’의 계급성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선교와 사회봉사 목적에서 시작한 병원과 학교의 성격에서 영리 수단의 면이 강해지고 교회가 자기도 모르게 자본가의 입장에 선다는 점이다. 또 가톨릭이 아예 그 자신 안에 돈을 벌고 축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을 갖춰간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가난한 이를 위한다고 말을 하는 부유한 교회’에 가깝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목적 대응은 먼저 직접적인 사회선교로 이뤄져야 한다. 복음에서 가난이 강조되지만, 가톨릭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다는 의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가난한 사람이 실제 있는 곳에 교회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가난한 이들이 선 자리에서 함께 해결하지 않고 있으며, 교회가 설사 그런 흉내를 낸다 해도 그 말과 행동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해 그들이 입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세라는 영적 세속성도 극복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교세’에 안주하고 교회 ‘관리’에 몰두하다 보면 신앙의 궁극 목적을 잊어버리거나 심지어 퇴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교회는 기도하는 말도 중요하지만 돈을 어디에 쓰느냐를 보고 그 복음성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를 보고, 우리가 실제 복음의 기쁨을 얼마나 누리는 이들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6월 29일, 주정아 기자]



2,49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