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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헌법재판소 결정문 들여다보기: 교회 입장에서 본 헌법불합치 결정 논리의 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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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22 ㅣ No.1641

헌법재판소 결정문 들여다보기 - 교회 입장에서 본 ‘헌법불합치’ 결정 논리의 부당성


임신 22주 이내 태아는 그 존엄성을 무시해도 되는가?

 


헌재 판결문과 교회 입장 

 

① 자기결정권에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 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 생명은 불가침 영역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태아는 모체에 의존하지만, 별개의 인격체로 존엄성을 지닌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과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②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 · 심리적 · 사회적 · 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全人的) 결정이다. 

 

▶ 임신한 여성이 임신에 대한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마음의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낙태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자신의 필요 때문에 생명을 떼어내는 것이다. 여러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한 전인적 결정이었다면, 태아도 전인적 삶을 살아갈 생명체임을 거부하지 말았어야 한다. 전인적 결정이 아니다.

 

 

③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 생명의 발달 단계에 따라 그 보호 정도나 보호 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태아 발달 단계에 따라 보호 여부와 단계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

 

▶ 우리가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방식과 역행한다. 어른보다 아동을 더 보호하는 것은 아동이 어른이 비해 더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아는 어머니 몸속에서 보호를 받는 만큼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다. 헌재 판결은 보호를 가장 필요로 태아일수록 보호 수준을 낮춘다는 뜻이다.

 

 

④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 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하는 게 타당하다.

 

▶ 임신 22주 이내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임신 22주 이후의 태아는 인간에 가까우므로 태아의 생명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발달 단계에 따라 인간 존엄성의 무게가 달라질 수 없다.

 

 

⑤ 임신한 여성의 안위는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 미혼모 시설에 오는 여성들은 생명을 선택한 여성들이다. 낙태 시기를 놓쳐서 오는 경우도 많지만, 결국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한다. 엄마와 태아의 안위 관계는 깊지만, 엄마의 안위만을 생각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어렵다. 엄마의 안위가 아이의 생명을 지켜내는 전제 조건은 될 수 없다. 위태로운 위기 상황에서 출산하더라도 정서적 지지와 도움을 통해 아기를 출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 미혼모도 많다.

 

 

⑥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ㆍ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 예컨대,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이 충분치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의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을 통해 국민들에게 성과 출산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게 했다. 생명을 출산, 양육하는 것은 모든 경제ㆍ사회적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만 정당한 것이 아니다. 헌재의 결정문은 그런 여건을 갖추지 않았을 때에는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같다.

 

※ 도움 주신 분=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ㆍ신상현 수사(한국 남자 수도회ㆍ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생명문화전문위원장)ㆍ정수경 수녀(자오나학교장)ㆍ김소영 수녀(‘생명의 집’ 원장)ㆍ김혜선 수녀(틴스타 교사)ㆍ윤형한 변호사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4월 21일, 정리=이지혜 기자]

 

 

헌재 결정, 약자 보호의 기본 질서 파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이튿날인 12일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생명윤리연구소에서 만났다. 많은 일간지는 이날 ‘낙태, 죄가 아니다’ ‘낙태, 죄의 굴레를 벗다’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은 환호하는 여성들 모습이 실렸다. 

 

“낙태죄는 태아를 보호하려는 법적 조치였습니다. 여성의 도덕성을 판가름하고, 여성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동복지법이 보호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아동을 보호하는 조항이듯….”

 

정 신부는 헌재의 사실상 위헌 결정에 대해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는 기본 질서를 이루는 가치 토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른과 아동을 보면 아동이 더 약자입니다. 아동에 대한 보호가 더 필요하지요. 태아는 이미 어머니 몸속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보호가 필요한 약자이지요. 그런데 법적인 보호는 반대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정 신부는 헌재가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로 ‘임신 22주’를 제시한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는 모체에 대한 생존 의존도가 높으면(22주 이전) 인간으로서 부족하고, 생존 의존도가 덜 하면(22주 이후) 인간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신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교회는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잉태된 아이가 보호받고, 임신한 여성이 지지받을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 교회가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그는 “교회가 반성할 게 많지만,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되며, 낙태는 태아를 죽게 만드는 행위이며, 낙태는 여성에게 큰 상처를 입힌다는 교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신부는 “모든 사회ㆍ경제적 여건이 갖춰진 상황에서만 생명에 대한 책임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회를 인간답게 이뤄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교회가 할 일은 더 분명해졌다”며 “임신한 모든 여성이 보호받고, 지지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좀더 실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일로 볼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은 공동 책임의 영역으로 봐야 합니다. 아기 아버지에 대한 책임도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정 신부는 “들판의 들꽃도, 반려동물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고, 귀하게 여기는 생태적 감수성이 높아진 시대에 태아를 제외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 신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낙태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낙태는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반적인 의료행위가 아니라면서, 국가 시스템이 낙태 시술을 보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낙태에 대한 법적 상황이 달라지면 가톨릭 병원들은 정체성을 확고히 유지하기 위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4월 21일, 정재우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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