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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직면할 용기 (1) 신경증과 성격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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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8-28 ㅣ No.415

[생명을 주는 가족] 직면할 용기 (1) 신경증과 성격 장애

 

 

갖가지 문제와 고통에 마주하는 ‘훈련’에 나설 때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나 훈련에 나서는 일이 쉽지 않다. 신경증과 성격 장애의 차이를 통해 이를 살펴본다.

 

 

어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이런저런 문제(갈등)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자신의 잘못된 성격이나 행동 탓으로 돌리며”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빠져드는 경험을 해 보았을 터다. “오늘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다 나 들으라는 듯 폐부를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거나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아니 나만 없으면 우리 가족 모두가 편안할 텐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죄책감이나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생활하노라면, 이렇듯 누구나 약간의 신경증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이런 태도가 심화된 경우 심리학에서는 ‘인지 부조화’로 진단하며 심리치료를 권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간혹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하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Carl. G. Jung)은 “모든 신경증은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고통을 회피한 대가”라고 단언했다. 크든 작든 삶에서 생겨나는 문제와 그에 따르는 고통을 회피하려 들기 때문에, 정신 ·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와 고통에 마주하는 ‘훈련’에 나설 때, 심리적으로나 영적으로 보다 강건해지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에 직면하여 ‘훈련’에 나서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심리 훈련’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 심리학자 스캇 펙(Scott Peck)은 신경증과 성격 장애를 드러내는 사람의 차이를 오른쪽 페이지의 표와 같이 구분한다.

 

  

 

이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신경증이 아닌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신경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일도 자기 과실로 여기고 불필요한 죄책감까지 느끼며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반면, 성격 장애인 사람은 명백하게 그의 행동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서조차 책임지려 하지 않고 아무 의무도 떠맡지 않기 때문에 그의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감정에 시달리다 치유에 나서는 사람은 ‘신경증’을 가진 사람이다.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은 문제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하지도,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성격 장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실의 은폐’와 ‘책임 회피’다.

 

잦은 갈등으로 파경 위기를 맞은 젊은 부부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부부 사이에 여섯 살배기 아들도 있어 쉽사리 이혼을 결정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혼인에 대한 두 사람의 그림은 너무 달랐다. 남편은 월급의 3분의 1 가까이 되는 금액을 개인 용돈으로 쓰며 밤 12시 전에 귀가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주말에도 컴퓨터 게임이나 혼자 놀기에 전념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일은 고작 마트로 장 보러 가는 정도에 그쳤다. 가정사는 모두 아내가 떠맡아야 하며 남편에게 가정은 바깥의 고단함을 풀 수 있는 공간에 불과했다.

 

결혼 초부터 이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신혼 초에는 남편도 집안일에 꽤 참여하고 친정 나들이도 즐겨하는 편이었는데, 결혼 생활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하는 사이 점점 가사에서 손을 놓고 친정 가족들과의 만남도 꺼리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가사, 출산과 육아는 전적으로 아내에게 떠맡겨졌다.

 

생후 두 돌이 지날 무렵 아들이 후천성 자폐 증세를 보여 이런저런 치료를 받게 되었다는데, 남편은 아내가 아들의 증상을 과도하게 부풀려 양육에만 매달리고 배우자인 자신에게는 무관심해졌다고 비난했다. 아내는 아들의 자폐증이 엄마 역할의 부족이라 생각하면서 배우자와의 관계는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데 만족하고 엄마 역할에 충실하리라 결심했다고 한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들,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상태였다.

 

혼인과 가정에 대해 지금까지 품고 있던 그림을 확인한 뒤, 아내는 배우자와의 관계 개선이 긴요하다는 새로운 그림을 찾고, 기꺼이 새로운 변화에 나설 용의를 드러냈다. 하지만 남편은 “이미 너무나 손상된 혼인 관계에 그렇게 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되물을 뿐, 부부 관계를 개선할 노력에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 관계 개선에 참여하려면 그동안 혼인 생활에서 자기 의무를 방기한 과오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관계든 불화가 생겼다면 어느 한쪽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 비율은 다를지언정 두 사람 모두 일정하게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격 장애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관계를 긍정적으로 개선하려 행동하는 데 용기를 내지 못한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이기적인 쾌락으로 도망쳐 버리는 것이다.

 

품 심리상담센터(empark932@hanmail.net)

 

[살레시오 가족, 2017년 5월호(144호), 박은미(품 심리상담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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