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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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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06 ㅣ No.890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역사 (1)

 

 

묵주기도와 시편

 

묵주기도는 성령의 인도 아래 많은 성인들의 사랑을 받고 교도권이 권장해 온 기도입니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이 기도는 수세기에 걸쳐서 형성된 신심 행위입니다. 전통적인 묵주기도는 세 개의 신비 주제를 중심으로 묵상해왔습니다. 첫 번째 신비 주제는 예수님의 강생과 유년기의 신비를 묵상하는 ‘환희의 신비’이며, 두 번째 신비 주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에 대한 ‘고통의 신비’, 세 번째 신비 주제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을 바라보는 ‘영광의 신비’입니다. 그리스도의 일생 전체를 핵심적으로 정리한 ‘복음의 요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비의 순환은 공생활의 묵상인 ‘빛의 신비’(Mysteria Lucis)로 보완되기 전까지 전통적인 묵상 주제들입니다.

 

전통적인 세 개의 신비 주제들은 각각 다섯 개의 신비 선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신비 선포에 있어서 가장 많은 반복을 하는 주요 기도는 ‘성모송’(Ave Maria)입니다. 매 단마다 10번의 성모송을 바치게 되며, 10번의 성모송은 15개의 신비 선포를 통해 150번의 반복이 이루어집니다. 150번 반복되는 성모송은 구약성경의 시편(시편의 총수 150편)과 연관지어볼 수 있습니다.

 

- “묵주기도의 신비들과 그 기본 형태가 복음에서 비롯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 바오로 6세.

 

 

바오로 6세 교황님은 1974년 2월2일에 발표하신 ‘마리아 공경’이라는 교황 권고에 묵주기도와 시편의 관계를 언급하고 계십니다.

 

“성모송을 되풀이하여 바치는 것은 로사리오 기도의 고유한 특징으로서 150번이라는 횟수는 ‘시편’과 어떤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신심 행위의 기원에까지 소급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횟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각 개별 신비에 10회씩 할당되어, 세 주기(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안에 배열되면서 오늘날과 같이 50회씩 바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로사리오 기도의 일반 형태가 되어 대중적인 신심 형태로 채택되고 교황의 권위로 인준되기에 이른 것입니다.”(교황 바오로 6세, 교황 권고 ‘마리아 공경’, 49항)

 

이러한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것이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02년 10월16일에 발표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라는 교서입니다.

 

“그리스도 생애의 수많은 신비들 가운데 일부만이 교회 권위의 승인을 받아 폭넓은 신심 관행으로 바치는 묵주기도에 나타나있습니다. 그러한 선택은 지금까지 바쳐온 묵주기도의 형식이며, 이는 시편의 총수에 상응하는 150이라는 숫자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19항)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도 묵주기도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세 서방 교회의 신심은, 대중이 성무일도 대신에 드리는 기도로서 ‘묵주기도’를 발전시켰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678항)

 

성무일도라는 시간 전례의 주요 구성 요소는 시편입니다. 유대인들은 시편을 이용하여 기도를 하였고 예수님 역시 시편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이 사실에 덧붙여 그리스도가 부르는 노래 또는 신랑인 그리스도에게 신부인 교회가 바치는 노래로 이해되면서 시편은 시간 전례 안에서 언제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였습니다. 시편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 쓰인 작품이라는 믿음이 크게 작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루를 성화시키는 시간 기도로 성무일도를 바쳤던 것입니다. 시편과의 연관성은 묵주기도가 처음 시작된 이유를 찾는 중요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기도 시편

 

- 시토회의 세 창립자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교회를 봉헌.

 

 

묵주기도의 기원은 3세기까지 올라갑니다. 당시 아일랜드의 수도자들도 구약성경의 시편을 성무일과로 매일 바치는 전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편 150편 전체를 노래하거나 오십 편씩 세 개로 묶어(Tre cinquantine) 기도를 바칩니다. 이러한 시편 기도는 고해성사로 받은 보속을 수행하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한 기도로써 바치기도 합니다. 점차 인근의 신자들도 시간 전례를 같이 바치기 시작하지만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이들에게 긴 시편을 바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편 150편을 ‘주님의 기도’(Pater Noster)로 대신 바치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께서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에게 기도의 모범으로 알려주신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것은 그 무한한 가치로 인해 그리스도교 기도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도함으로써 ‘주님의 기도’ 한 번이 ‘시편’ 한 편을 대신하게 됩니다. 주님의 기도 150번 혹은 50번 씩 세 개로 묶어 한 묶음을 반복하는 것을 “주님의 기도 시편” 또는 “비천한 이들의 성무일과 기도”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교회 언어인 라틴어 습득이 어려운 일부 수도자들에게도 시편을 암송하는 것을 면제해주면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도록 합니다.

 

베다(672-735) 성인은 곡식 낟알을 머리에 쓰는 관처럼 끈으로 엮어, 반복되는 기도를 세도록 제안합니다. 신자들은 150번의 주님의 기도를 세기 위해 가죽으로 만든 주머니에 작은 자갈을 넣고 옮겨 셉니다. 그러다가 150개 또는 50개의 매듭을 엮은 끈을 이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날 묵주와 비슷한 형태로 50개의 나무 조각이 끼워진 끈을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기도 형식을 시토회(1098년 창립)의 회원들이 회개를 위한 보속이나 시편 기도를 바칠 수 없는 이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반복하는 기도 형태로 바치도록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시편을 바칠 수 없는 이들은 주님의 기도를 바쳐야 합니다.”(Qui non potest psallere, debet patere.) 시편의 수만큼 주님의 기도를 암송함으로써 그 의무를 대체했던 것입니다.

 

시편의 첫 시작은 “행복하여라!”(시편 1,1) 하고 노래하고 있으며, 시편의 마지막은 “숨 쉬는 것 모두 주님을 찬양하여라. 할렐루야!”(시편 150,6)로 끝맺습니다. 기도로 숨 쉬는 모든 이들, 특별히 레지오 단원들에게 묵주기도를 바친다는 것은 살아있는 신앙, 숨 쉬는 신앙을 느끼는 행복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숨을 쉬는 우리들은 시편 전체를 이 묵주기도 안에 담아둡니다.

 

+ 묵주기도의 형식은 시편의 총수에 상응하는 150이라는 숫자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 묵주기도의 기원은 시편을 대신하여 주님의 기도를 반복하는 ‘주님의 기도 시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2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역사 (2)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성령의 인도 아래 제 이천년 기에 차츰 그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주요 기도인 성모송의 형태는 3세기 때부터 발견되는데, ‘천사의 인사말’과 ‘엘리사벳의 인사말’로 성모님을 찬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된 것은 6세기경입니다.

 

하지만 이 기도문을 ‘주님의 기도’나 ‘사도신경’처럼 암송하도록 최초로 규정한 분은 1198년 파리의 오돈(Oddone) 주교님이십니다. 그러다 차츰 여러 나라 지역 교회에서 성모송을 암송하도록 하고, 1440년 시에나의 베르나르디노(1380-1444) 성인에 의해 성모송의 후반부인 청원기도가 덧붙여집니다.

 

- 성 피에르 다미아노.

 

 

성모 시편

 

구약의 시편을 대신 바친 ‘주님의 기도 시편’처럼 ‘천사의 인사말’의 반복에 대해 언급한 이는 피에르 다미아노(1007-1072년) 성인이십니다. ‘천사의 인사말’은 오늘날 성모송의 전반부 찬미에 있는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님께 했던 말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기도의 형식으로 묵주기도의 주요 기도인 성모송을 반복하여 암송되는 방식이 등장한 것입니다.

 

헨네가우의 아이베르토(†1140) 은수자는 ‘천사의 인사말’과 함께 ‘엘리사벳의 인사말’을 시편처럼 150번 반복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엘리사벳은 성모님을 만나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칩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초기 기도문의 엘리사벳 인사는 성모송을 바칠 때 부르는 ‘예수님’의 이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1261년 교황 우르바노 4세에 의해 이름이 덧붙여집니다)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의 마리아를 방문한 천사 가브리엘의 인사말과 마리아가 유다 산악 지방의 엘리사벳을 찾아가 들었던 인사말. 은수자는 하루에 무릎을 꿇은 상태로 백 번, 바닥에 엎드려 오십 번을 정성껏 바칩니다. 차츰 시토회 수도 공동체를 중심으로 ‘주님의 기도 시편’을 ‘성모 시편’으로 대신하는 기도가 자리합니다.

 

이때부터 천사와 엘리사벳의 인사말을 통해 성모님께 대한 아름다운 시편을 노래하게 됩니다.

 

 

단의 시작(성모송 반복의 변화)

 

14세기 경 카르투시오 수도회 회원인 칼카르의 하인리히(1328-1408)는 성모송 열 번을 한 묶음으로 15단을 기도합니다. 이전에 성모송을 연속적으로 150번 반복하던 기도를 열 번씩 15개의 단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매 단을 시작할 때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매 단을 성모송 열 번씩, 총 열다섯 단을 바치는 것은 시편의 수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도가 런던의 일부 수도회에서 시작하여 영국 전체에 퍼졌고, 또한 유럽에도 전파됩니다. 1440년 창립된 영국 이튼 대학의 문서에는 15번의 주님의 기도와 150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 ‘성모 시편’을 매일 암송하도록 적혀 있었습니다.

 

 

묵상 구절의 시작

 

카르투시오 수도회 회원인 프루시아의 도미니코(1384-1460)는 ‘천사의 인사말’과 ‘엘리사벳의 인사말’이 합쳐진 성모송을 오십 번씩 바치면서,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는 방법을 추가합니다. 복음 말씀을 기초로 50개의 조목으로 정리하여, 매 묵상을 성모송과 함께 합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유년기에 대한 14개의 묵상 구절,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23개의 묵상 구절,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7개의 묵상 구절입니다. 빛의 신비(‘빛의 신비’는 2002년 10월16일 시작)를 시작하기 전이지만, 공생활에 대한 묵상 구절이 6개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성모송 50번의 반복과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묵상 구절 50개를 연결 지어 기도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① 예수님,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되신 분 ② 예수님, 베들레헴에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분 ③ 예수님,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에서 고난을 받으신 분 ④ 예수님, 사흗날에 부활하신 분 ⑤ 예수님, 하늘에 오르신 분 ⑥ 예수님, 성부 오른편에 앉으신 분.’

 

성모송 찬미 기도의 끝에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예수님의 일생의 중요한 순간을 묵상 구절로 연결지어 기도하도록 권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복음의 핵심을 쉽게 기억하며 내적인 기도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침묵 가운데 주님의 현존을 느끼며, 반복되는 소리 기도는 주님을 향한 마음을 지니도록 합니다. 프루시아의 도미니코는 성모송을 연속적으로만 암송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신비 선포와 같은 묵상 구절을 추가합니다.

 

 

묵주기도 방법의 완성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묵주기도는 복자 알라노(1428-1475)에 의해 도미니코 수도회 방식의 묵주기도로 완성됩니다. 칼카르의 하인리히가 ‘주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성모송을 10번씩 묶어 시편의 수에 맞춰 150번을 반복하고, 후에 프루시아의 도미니코가 50개의 묵상 주제를 성모송과 연결 지어 기도하였다면, 복자 알라노는 이 두 방식을 적절히 결합하여 오늘날의 묵주기도 방법을 만든 창립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복자 알라노.

 

 

복자 알라노는 짧은 묵상 구절의 선포와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성모송을 열 번 반복하며 영광송으로 기도를 마무리하도록 합니다. 15개의 신비 선포를 정리하여, 주제별로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로 나누었습니다. 소리 기도와 묵상 기도의 결합으로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오늘날 묵주기도의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묵상 없이 성모송만을 반복하거나, 매 성모송마다 구절을 묵상하던 방식을 ‘초기 묵주기도’라고 한다면, 복자 알라노가 소리 기도와 묵상 기도를 적절히 조화시킨 묵주기도는 ‘새로운 묵주기도’라 불릴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주님의 기도 시편’이 ‘성모 시편’으로 대체되고, 연속적인 기도문의 반복에 묵상이 추가되면서 차츰 오늘날의 기도 방법을 갖추게 됩니다. ‘천사의 인사말’과 ‘엘리사벳의 인사말’인 성모송을 반복할 때, 성모님을 통해 하늘과 땅이 만나는 기도가 이루어집니다. 천사와 엘리사벳의 목소리를 들었던 성모님처럼 기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정성껏 바쳐야 합니다. 또한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묵상은 매일 주님과 대화하는 영광스러운 통로이며, 친밀함을 더욱 깊이 느끼도록 이끌어 줍니다.

 

+ 시간 전례의 시편 기도 대신 ‘주님의 기도 시편’을 바친 것처럼, 성모송을 반복하는 ‘성모 시편’을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 성모송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에 대한 묵상을 추가하는 기도 방법으로 발전하며 오늘날의 묵주기도가 완성되어 갑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3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역사 (3)

 

 

도미니코 성인에게 묵주를 건네시는 성모님

 

많은 성인들은 성모님을 향한 깊은 공경을 표하였습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복음적 삶의 모범이셨으며, 그리스도를 따르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의 인도자이셨기 때문입니다.

 

- 도미니코 성인에게 묵주를 건네시는 성모님.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가 지은 ‘묵주기도의 놀라운 비밀’에는 묵주기도의 기원에 대해 쓰고 있는데, 복자 알라노의 ‘묵주기도의 존엄성’(De dignitate psalterii)이란 글에 있는 도미니코 성인(1170-1221)과 관련된 일화를 인용합니다. 1214년 성모님께서 성인에게 알비파의 이단자들과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알려 주신 기도가 바로 묵주기도라는 것입니다. 알비파는 남부 프랑스의 ‘알비’(Albi)라는 도시 이름에서 유래하였는데 영혼은 선하고 물질은 악하다는 이원론의 교리를 바탕으로 하느님의 육화(肉化)와 성사(聖事)를 부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이단(異端)은 그리스도인들이 성사 생활을 멀리하고 교회를 떠나 죄 가운데 머물도록 한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의 죄가 알비파 이단들의 회개를 방해하고 있었으며, 그러한 사실이 성인을 고통스럽게 하였습니다. 성인은 알비 근처 툴루스(Toulouse) 가까이에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가 눈물로 사람들의 회개를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 그때 성모님께서 세 천사를 대동하시고 성인에게 나타나시어 말씀하셨습니다.

 

“사랑하는 도미니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다시 새롭게 하시고자 사용하시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까?”

 

도미니코 성인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 나의 성모님.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신 당신께서 우리 구원의 중요한 도구이심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러자 성모님은 이렇게 응답하십니다.

 

“도미니코. 당신은 신약의 기초가 되는 ‘천사의 인사말’(묵주기도)이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걸 아십시오. 완고한 저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리기를 원한다면, 나의 ‘묵주기도’를 전하십시오.”

 

성인은 이 말씀에 위안을 받고, 일어나 죄인들과 이단자들의 구원을 위해 대성당으로 갑니다. 그러자 천사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종을 쳤습니다. 그리고 성인은 묵주기도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전파하며 모인 이들을 회개로 이끌었습니다. 성인의 말씀에 감복한 툴루스의 많은 이들이 묵주기도를 바치며 자기들의 잘못된 생활 방식을 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성모님께서 말씀하신 ‘천사의 인사말’은 바로 ‘성모송’ 전반부에 있는 천사 가브리엘의 인사입니다. 당시 ‘성모 시편’을 ‘천사의 인사말’로도 불렀습니다. 알비파 이단은 하느님의 육화, 말씀이 사람이 되신 신비(요한 1,14)를 거부하였지만, ‘천사의 인사말’인 묵주기도는 바로 육화의 신비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하고 인사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된 천사가 예수님의 잉태를 전하기 위해 성모님을 만나 했던 첫 마디였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는 신약의 시작입니다. 묵주기도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떠나고,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강생의 신비를 거부하며,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하느님을 거짓되이 몰아, 부활의 영광에 들지 못하도록 하는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영적 무기가 됩니다.

 

 

성모님의 망토 아래 도미니코 수도회의 설립

 

성모님을 향한 깊은 공경을 품고 있었던 도미니코 성인께서는 1215년도 설교자들의 수도회인 도미니코 수도회(Ordo fratrum praedicatorum/O.P.)를 설립하십니다. 복음적 진리의 선포자였던 도미니코 성인은 특별히 마리아의 사도였습니다. 성인은 성모님께 대한 공경을 공공연하게 설교하였으며, 이단을 물리치는데 성모님의 도우심을 늘 청하였습니다. 마리아를 향한 신심을 증명코자 도미니코 수도회 형제들은 성모님의 충실한 자녀로 살기를 서원합니다. 성인은 성모님의 이름으로 하루를 시작하였으며,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모 찬송’을 노래하였습니다.

 

- 도미니코 성인.

 

 

어느 날은 밤새 기도하고 있는 도미니코에게 성모님께서 나타나시어 수도자 한 명 한 명에게 당신을 보이시자 모두 함께 성모 찬송을 노래합니다. 성인께서는 무릎을 꿇고 수도회의 형제들이 온 세상에 나아가 교회의 대변자가 되기를 청하였고, 잠시 후 많은 성인들에 둘러싸여 주님 오른편에 앉아계신 복되신 동정녀를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수도자들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한 광경은 갑자기 그를 통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그를 위로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도미니코야. 너와 너의 형제들을 나의 어머니께 맡기겠다.” 동시에 성모님께서 당신의 망토를 열어 보이시자 그 망토 아래 세상을 떠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묵주기도를 정성껏 바치며 성모님의 망토 아래 모인 레지오 단원들 또한 어머니께 맡겨진 충실한 자녀들로서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함께 모여 기도하고 활동합니다.

 

 

도미니코 수도회 중심으로 전파된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오래 시간에 걸쳐 시편의 형태로 여러 수도회의 수도자들과 신앙인들 사이에 형성된 기도입니다. 그런 가운데 역대 교황님들께서는 묵주기도의 전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신 도미니코 성인과의 관련성을 강조하십니다. 교황 레오 13세는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의 선언을 인용하여 묵주기도 신심에 대한 ‘최고 사도직’(Supremi Apostolatus, 1883년 9월1일)이라는 회칙에 이렇게 언급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진노를 진정시키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간절히 청하고자, 묵주기도는 도미니코 성인에 의해 확고히 자리하게 됩니다.”(5항)

 

묵주기도는 도미니코 수도회가 사람들의 회개를 위하여 전파하는 기도의 핵심이었으며, 수세기 동안 신심 행위로 많은 이들이 함께 바치게 됩니다. 도미니코 수도회의 노력으로 묵주기도는 지옥의 공격을 물리치는 구원의 보루이며, 모든 난파선이 찾는 안전한 항구가 되어 많은 이들이 성모님의 이름을 부르며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는 가장 강력한 기도가 됩니다. 교황 비오 11세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도미니코 성인이 설립한 수도회 소속 회원들의 삶을 완전하게 만들고, 세상 사람들의 구원을 얻기 위한 원리와 기초가 되어 주었습니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이던 복자 알라노는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께 공경을 드리고, 특별한 도움을 청할 목적으로 ‘묵주기도회’(매괴회, Confraternitas SS. Rosarii)를 1470년 설립합니다. 후에 1479년 교황 식스토 4세로부터 인가를 받고, 교황 율리오 3세에게 대사(大赦)의 특권까지 부여받게 됩니다.

 

+ 완고한 이들의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리기를 원한다면, ‘묵주기도’를 전하십시오.

+ 묵주기도는 기도하는 이들의 삶을 완전하게 만들고, 세상 사람들의 구원을 얻기 위한 원리과 기초가 되어 주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4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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