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회복지] 알코올 중독자 치유 카프성모병원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7 ㅣ No.919

알코올 중독자 치유 ‘카프성모병원’


의 유혹을 끊어 버립니다, 주님 사랑으로 다시 일어납니다

 

 

한국인 8명 중 1명은 ‘중독자’다. 충격적인 수치다. 한 가구에 네 식구가 있다고 하면 ‘한 집 건너 한 집’에 적어도 1명 이상의 심각한 중독자가 있다는 의미다.

 

201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등 이른바 ‘4대 중독’ 늪에 빠진 사람이 전국적으로 61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알코올 중독은 155만 명에 이른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23조 원을 넘어섰다. 한국교회도 ‘악마의 유혹’이라고 일컬어지는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리스도 영성을 통해 알코올 중독 치료뿐만 아니라 재활까지 담당하는 한국중독연구재단 카프성모병원(이사장 유경촌 주교)이 대표적이다. 삶의 나락에 빠졌던 이들은 그리스도 품 안에서 영적으로 치유 받고 재활에 성공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부활이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카프성모병원 입구 전경.

 

 

부활하는 삶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술을 마셨죠. 술을 마시니 괴로워지고 사회생활은 하기 힘들고. 그래서 또 술을 마시고 가정은 황폐해졌죠. 하느님을 믿고 따르면서 달라졌어요.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치료를 받았고 이제 새 삶을 찾으려 합니다.”

 

3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카프성모병원에서 만난 박민수(라파엘·가명) 씨. 50대인 그는 술을 완전히 끊은 지 5년째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때가 있다. 오롯이 카프성모병원 덕분이다. 한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앞으로 자신이 꿈꾸던 악기 관련 일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박 씨가 술을 끊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 번 중독됐던 것을 끊어내기란 자신의 정신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일정한 직업이 없던 그는 술이라는 ‘잘못된 친구’를 사귀었다. 떼어내는 데 몇 년이나 걸렸다.

 

“아이들은 커가는 데 아버지로서 해주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괴로웠죠. 자연스럽게 술에 손이 갔어요. 매일 같이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습니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가정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 뒤였다. 안 되겠다 싶어 지난 2004년 병원을 찾았다. 쉽지는 않았다.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을 하고 나면 또 다시 술에 손을 대는 일이 반복됐다. 이를 악물었다. 카프성모병원에서 연계해준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세례를 받았고 병원에서 열리는 미사에 열심히 참석했다. 점차 변해갔다. 무표정하던 얼굴도 밝게 바뀌었다. 박 씨는 “주변에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항상 ‘남 탓’ 또는 ‘사회 탓’을 하곤 한다”며 “이런 마음부터 끊어내고 하느님 품 안에서 거듭나려고 했던 것이 단주 성공 비결”이라고 웃어보였다.

 

박 씨 상담을 맡았던 카프성모병원 케이스워커팀 지홍(다니엘) 팀장은 “중독자들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완치되기 힘들다”며 “우리 병원은 ‘사람’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영적인 회복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 외에도 한 알코올 중독자는 병원에서 치료받으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중독 치료 상담에 나섰다. 또 다른 젊은 중독자는 재활 거주시설에 머무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학 공부에 몰두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신이 다녔던 재활 거주시설의 상담사가 됐다.

 

- 한국중독연구재단이 알코올 중독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남성거주시설 ‘감나무집’ 전경. (카프성모병원 제공)

 

 

부활을 꿈꾸며

 

알코올 중독이라는 늪에 빠진 이들은 결국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로까지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얼마 전 세상을 경악하게 했던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의 아버지(33)는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며 수시로 일곱 살 난 아들에게 손을 댔다. 

 

술과 관련된 문제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잔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도 알코올 중독자였다. 법원은 그가 알코올 중독이 의심되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12년 형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알코올 중독은 결국 인터넷 게임이나 사행성 도박, 심지어 마약을 탐하는 지름길이 되고 폭력성을 부추겨 끔찍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홍 팀장은 “도박이나 게임에 빠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외톨이가 되는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하면서 ‘중복 중독’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중독인지 모르거나 애써 부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가족이 대화를 통해 진료 등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에서 운영 맡아

 

지난해 5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는 카프성모병원은 국내에서 유일한 비영리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이다. 2004년 한국음주문화센터 소속으로 설립됐지만 외부 지원이 끊기면서 2013년 문을 닫기도 했다. 카프성모병원이 여느 알코올 중독 관련 병원과 차별화된 점은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입원부터 치료와 재활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독자가 병원을 찾으면 먼저 약 3개월 간 입원치료 과정을 거친다. 해독 치료를 받고 담당치료자와 정밀한 치료계획을 세운다. 이후 본인과 가족 동의를 얻어 동기강화와 재발예방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여성전용병동도 최근 36개 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퇴원 이후에도 한국중독연구재단이 운영하는 재활프로그램과 연계해준다. 남성과 여성 전용 거주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단주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 방식을 익히고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으로 사회 복귀를 도와준다.

 

환자들이 영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도 가톨릭 정신에 바탕을 둔 병원으로서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원하는 환자는 예비신자 교리를 받을 수 있다. 독서와 기도 모임에서는 성경 읽기, 기도문 공부, 묵주기 등을 통해 평화를 찾아갈 수 있다.

 

카프성모병원 사무총장 김한석 신부는 “영적으로 메말라 있던 환자들이 종교 안에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독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영성을 전달하는 것이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김 신부는 “앞으로 알코올 중독뿐만 아니라 도박, 인터넷, 게임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룰 계획”이라며 “환자들이 그리스도 사랑을 통해 삶의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문의 031-810-9200 카프성모병원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7일, 방준식 기자]



4,93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