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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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성사] 신앙교리: 친교에 봉사하는 혼인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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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11 ㅣ No.310

[공부합시다! 신앙교리] 친교에 봉사하는 혼인성사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를 만나시고 그들을 사랑하도록 도와주시는 주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교회공동체 앞에서의 ‘혼인서약’을 통해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운명 공동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 혼인서약은 주 그리스도에 의해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01항) 교회는 혼인의 소명이 하느님께서 지어내신 남자와 여자의 본성에 새겨져 있다고 하면서, 하느님께서 서로 사랑하도록 만드신 남녀의 사랑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충만하신 사랑을 드러낸다고 가르칩니다.

 

“사랑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또한 사랑에로 그를 부르셨다. 사랑은 모든 인간이 타고난 근본 소명이다. 인간은 바로 ‘사랑이신’(1요한 4,8.16)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 남녀 사이의 사랑이 당신께서 사람을 사랑하시는 절대적이고 변함없는 사랑의 표상이 되게 하신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04항)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의하면 교회적인 혼인의 신학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 그리스도께서는 사랑의 신적 원천에서 솟아나고 당신과 교회의 일치를 그 모범으로 세우신 이 다각적인 사랑에 풍성한 복을 내려 주셨다. 일찍이 하느님께서 사랑과 신의의 계약으로 당신 백성을 만나러 오셨듯이, 이제 인간의 구원자이신 교회의 신랑께서 혼인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신다. 그리스도께서는 이제부터 그들과 함께 머무르시며, 당신 친히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그렇게 부부도 서로 자신을 내어주며 영원한 신의로 서로 사랑하도록 도와주신다. 진정한 부부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받아들여져 그리스도의 구속 능력과 교회의 구원 활동으로 다스려지고 풍요로워진다.”(사목헌장 48항)

 

혼인성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 계약이 사랑하는 남녀의 인격을 통해 구체화된다는 말입니다. 혼인 안에서의 남자와 여자는 함께하는 삶을 통해 불행이나 어려움의 시간들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만나고, 그리하여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는 것입니다.

 

 

혼인이 성사인 이유

 

그리스도교적인 혼인이 성사라는 것은 다음 3가지로 설명됩니다.

 

첫째, 그리스도교적인 혼인은 ‘아버지 하느님 앞에서’ 맺는 혼인이기에 성사가 됩니다. 그리스도교적인 혼인은 창조주이시고 아버지이신 하느님 앞에서의 행위로, 부부로 하여금 자신을 넘어 무한하신 하느님을 신앙하고 향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부부는 혼인파트너의 신의와 사랑의 능력만을 신뢰하지 않고 하느님을 신뢰하며 함께 구원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느님께 대한 신뢰는 부부에게 궁극적인 안정과 확실한 기반을 주는 것입니다.

 

둘째, 그리스도교적인 혼인은 ‘그리스도 안에서의’ 행위이며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통한 행위이기에 성사가 됩니다. 십자가를 지신 주님 앞에서 혼인을 맺는 부부는 자신의 구원을 위해 수난하신 주님의 은총으로 혼인적인 생활에 있어서의 부정적인 것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로써 부부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서 또 서로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구원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됩니다.

 

셋째, 그리스도교적인 혼인은 하느님의 힘과 능력이시며 일상 속에서 체험되고 활동하시는 ‘성령을 통한’ 행위이기에 성사가 됩니다. 부부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의 친교이신 성령을 받아 서로간의 사랑을 끊임없이 길어내게 되고, 부부의 신의를 늘 새롭게 하는 힘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혼인합의

 

“나 (누구)는 당신을 내 아내로/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우리 교회는 신랑 신부의 ‘합의 교환’을 혼인을 성립시키는 불가결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26항) 그러기에 교회는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교회의 사제가 아니라 신랑과 신부 당사자라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성사적인 혼인은 전례행위이기에 (증인의 입회하에) 사제의 주례로 교회의 공적인 전례로 거행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또한 신랑과 신부가 공적으로 드러나게 표명한 혼인 합의는 혼인예식 후 장차 신랑과 신부가 이를 충실하게 지키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한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631항 참조)

 

 

혼인의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교회는 하느님께서 친히 맺어 주신 부부의 혼인 유대는 해소될 수가 없다고 가르칩니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교회 초기부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잘 알려져 있었던 원칙이었습니다. 혼인의 불가해소성은 명백히 성서적인 것이고, 그러기에 교회의 공적인 공의회(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서 전승된 ‘신앙의 유산’입니다.

 

“만일 누가 말하기를, 복음과 사도의 가르침에 따라서(마태 5,32; 19,9; 마르 10,11이하; 루카 16,18; 1코린 7,11 참조) 두 배우자 중 한 사람의 간통 때문에 혼인의 끈이 풀릴 수 없다고, 또 둘 중의 그 누구도, 간통에 아무런 원인도 제공하지 않은 무죄한 사람조차, 다른 배우자가 생존하는 한 다른 결혼을 할 수 없다고 교회가 가르쳤고 가르칠 때, 그 교회는 잘못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파문이다.”(DH 1807)

 

한편 교회 역사 안에서 바실리오, 위(僞)암브로시오, 카예타노, 에라스무스 같은 이들은 이혼을 위해서나 재혼을 위해서나 그것이 합법적인 것이 되려면 ‘간통’이 그 원인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헤르마스, 유스티노, 알렉산드리아의 끌레멘스, 오리게네스 같은 이는 간통의 경우 이혼은 허용하나 재혼은 허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교황 비오 9세의 경우에는 혼인회칙 ‘Casti connubii’(1930)를 통해 간통의 경우에도 혼인이 해소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습니다만, 교회 안에는 간통 혹은 다른 어려운 이유들로 재혼을 허락한 경우를 보여주는 많은 문서가 있습니다.

 

교회가 이렇게 혼인에 대해 해소의 가능성을 두고 조치를 취한 것은, 부부간의 신의에 대한 예수님의 극단적인 요구라 할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교회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혼과 재혼의 문제는 언제고 반복되는 인간사에 속한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입장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배우자는 간통한) 상대편의 죄과를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나 용서하지 아니하면 그는 부부의 공생을 가를 권리가 있다.”(교회법 제1152조)고 규정하며, ‘혼인무효소송’을 통해 ‘재혼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동방교회도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이혼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 신의의 표지인 혼인성사

 

혼인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그리스도와 그 교회에 대한 관계를 재 반영한다는 것은 성경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해당합니다. 예수님은 율법에 대해 새로운 입장을 취하신 것이 아니라 ‘율법을 초월하는 사랑의 질서’를 마련하여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주 예수님과 함께 율법을 뛰어넘는 ‘사랑의 통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남녀는 주님 안에서 혼인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혼인생활은 하느님의 확고한 신의를 드러내는 성사적인 표지가 됩니다. 곧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신랑과 신부가 발하는 ‘상호적인 신의’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부부간의 신의를 깨는 간통은 성적인 과실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신의와 하느님과의 관계에 대한 단절을 가져오는 잘못된 행위로 여겨지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9년 12월호, 조현권 스테파노(신부 대구대교구 사무처장, 대구 S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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