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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재능나눔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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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8-23 ㅣ No.585

[경향 돋보기 - 새로운 기부, 재능나눔] 재능나눔이란 무엇인가?

 

 

얼마 전 어떤 신문에는 유명 화백과 웹툰 작가 등 만화가 20여 명이 노인전문병원에서 노인 환자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봉사활동을 펼쳤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름하여 재능나눔(또는 재능기부) 이다.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 재능나눔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고, 이에 따른 행사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재능나눔은 자신의 재능과 기술, 특기로 나눔을 실천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를 말한다. 금전적인 기부와는 다른 의미로 자원봉사의 새로운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재능나눔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가 있다.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란 말이다. 프로 보노는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를 말한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1993년 소속 변호사들이 연간 50시간 이상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변호사를 쓸 여건이 되지 않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이나 법률상담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을 프로 보노라고 한다. 여기에 공익이라는 말을 더해 라틴어로 프로 보노 푸블리코라고 부른다.

 

프로 보노란 말은 이제 법률뿐 아니라 의료, 교육, 경영, 전문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행하는 봉사활동을 통칭한다.

 

국내에서도 프로 보노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몇 년 전부터 과학강연 기부를 해오고 있으며, 스포츠 스타 양준혁과 방송인 김제동, 소설가 공지영 씨 등도 직접 학생들을 만나 지도하면서 재능을 기부한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재능나눔은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재능나눔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상을 초월하는 일본의 대지진이나 지구 온난화로 일어나는 세계 각종 재해 재난을 지켜보면서 지구촌 차원의 인류애적 나눔과 치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양극화 현상에서 과거에 비해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실천수준이 크게 뒤지고, 전문적인 재능을 갖고도 나눌 줄 모르는 것이 오늘날 큰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믿을 만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지도층 84%가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갈등지수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로마가 천 년 동안 국가를 유지한 비결은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에 있다고 한다. 원래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주는 ‘달걀의 노른자’라는 뜻이다. 이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 데 있음을 말해준다. 곧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으려면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레스) 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러 나라들의 사례

 

- 이탈리아

 

로마 귀족의 절제된 행동과,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적 생활은 평민들에게 귀감이 되어 국가 천 년을 지탱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자, 국가에 사재를 헌납하고 솔선수범하여 전장에 나가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곧 희생정신을 사명으로 실천한 것이다.

 

- 영국

 

16세기부터 ‘자선활동법’을 제정하고, 1996년에 이미 130억 파운드, 약 18조 원의 사회공적자금이 조성되어 빈민구제와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세우는 데 쓰이고 있다. 영국 정부에 등록된 자원봉사단체는 20만여 개, 성인의 2/3 이상이 다달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있으며 국민 1인당 기부액수는 연평균 110파운드(약 2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999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Giving More Age’를 선포함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재능나눔과 기부를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전쟁 때 영국의 왕자 앤드류는 헬기 조종사로 전쟁에 참여하여 많은 사람을 대신하여 죽을 수 있다는 지도층의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 미국

 

한 해 기부금이 2,034억 달러에 달한다. 이를 인구로 나누면 1인당 연간 1천 달러 정도를 기부한 셈이며 GDP의 2%에 달하는 액수이다. 일찍이 철강왕 카네기 앤드류가 자신의 철강회사를 판 뒤 공공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협회를 창립한 이후 미국에서 부의 사회 환원은 성공한 기업가의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고, 록펠러 재단, 포드 재단 등은 카네기 정신의 계승자였고 오늘날 세계최고의 기부자인 빌 게이츠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들 거액 기부자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바로 미국 전체 기부액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 기부자들로, 미국 일반인의 98%가 해마다 어떤 형태로든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흔히 “미국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나눔과 기부와 자원봉사”라고들 하는데 “돈이 말하는 사회” 미국을 이끄는 숨은 힘이 바로 풀뿌리 기부자와 자원봉사자라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삶 자체가 나눔으로 이어지며, 특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나눔은 지역사회 안에서, 직장에서 당연하게 실천되고 있다.

 

- 한국

 

오래 전 ‘기빙 코리아 2001’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 기부액은 9만 8,000원(종교기관 제외) 선이다. 그나마 상위 기부금액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기부한 금액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연평균 2만 원 이하를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따뜻한 사회,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집중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떠한 노력 없이 우리 사회의 선진화는 물론 국민통합이니 사회통합은 이루기가 어렵다.

 

그러나 조선 정조대왕 당시 흉년이 들어 식량난에 허덕이던 제주도 사람들을 위해 전 재산으로 쌀을 사서 나누어준 거상 김만덕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역사적 사례도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구성원의 나눔과 봉사가 지름길이 되는 동시에 재능나눔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우리 모두에게 인식시키고 확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하겠다.

 

이웃을 배려하는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한편,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다. 이는 사회통합에 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하건 하지 않건 우리는 재능나눔과 봉사를 일상생활 안에서 이웃과 실천하도록 다짐해야 하지 않겠는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성령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직분은 여러 가지지만 주님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활동은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12,4-7).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이 있다. 미소를 짓게 하는 재능에서부터 나무를 깎고 다듬는 재능까지 재능의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다.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도 재능을 갖고 있다. 내가 가진 아주 조그마한 재능이나 지식, 경험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며 도움을 줄 수 있다.

 

재능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간단하게 그 종류를 살펴보자.

 

첫째, ‘슈바이처 프로젝트’로 의료, 보건, 건강과 관련된 분야이다. 요즘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수지침을 배워 봉사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또 마사지로 아픈 사람들, 특히 노인들의 건강을 돌보는 이들도 있다. 그 종류에 따라 발, 손, 어깨, 다리 등등으로 나누어 봉사할 수도 있다.

 

둘째, ‘오드리 햅번 프로젝트’로 문화 · 예술 관련 분야이다. 지역문화 센터에 가면 서예를 비롯하여 수채화, 판화, 사진, 음악뿐 아니라 각종 재주를 가진 이들이 교사가 되어 가르치고, 전시회를 열고 모금을 위한 행사까지 개최한다.

 

셋째, ‘마더 데레사 프로젝트’로 저소득층과 사회복지분야이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도시락이나 간식을 만들어 어린이, 독거노인, 각종 쉼터나 그룹 홈 등에 전해줄 수 있다.

 

넷째, ‘키다리 아저씨 프로젝트’로 멘토링, 상담, 교육 결연분야이다. 상담의 전문가들은 멘토링, 각종 상담, 교육, 학습지도, 법률과 세무 상담 등으로 자기의 전문분야를 필요로 하는 곳에 봉사할 수 있다.

 

다섯째, ‘헤라클레스 프로젝트’로 체육, 기능, 기술 관련 분야이다. 모든 체육활동을 포함해서 각종 기술(집수리, 엔지니어링, 운전, 전기공) 등이다. 재능나눔 문화는 각자나 기관이나 국가가 다양한 재능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개인, 단체, 국가 간의 배려와 공적 지원과 더불어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다.

 

날마다 일상생활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활동부터 전문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먹고사는 식생활인 요리(김장 등)부터 각종 언어 통역, 번역, 책 나누어 보기 등이 있다. 결국 삶 전체가 재능나눔과 봉사로 이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활동하기 전 기본적인 자원봉사 교육을 통해 확실히 알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하다 보면 자연히 자원봉사 정신과 재능나눔이 생활화된 선진국 국민들이 존경스러워 보일 것이고 계속하다 보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게 될 것이다.

 

 

재능나눔은 시대적 사명이다

 

재능나눔은 UN의 사회개발 정상회담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UN은 왜 사회개발 정상회담을 개최하였을까?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증가되는 전 세계 빈곤과 실업, 가속화되는 사회 분열, 확산되는 전 국가적 문제(환경, 조직범죄, 마약거래, 국제적 노동문제 등) 그리고 요구되는 통합적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으로 포괄적이고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삶의 모든 면을 다루지만, 특수층이 아닌 모든 개인과 사회전체의 잠재성을 사회개발과 인간발전에 나누어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의 소리를 널리 알리고 실천을 외치고 싶어서다.

 

우리나라도 사회전체의 역동성을 모으는 데 실패한 과거의 단편적이고 단절적인 접근법을 버리고 이제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삶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관련성을 보아야 하는 시기에 와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명제들을 국제적 행동과 협력을 위한 실천적 지침으로 옮기는 것으로 쉬운 일이 아니므로 더 많은 시민사회의 참여와 확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UN의 정책이며 이를 각 나라에서도 실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재능나눔의 확대 정책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 사회에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고 사랑을 실천하여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준 이들이 많다. 아는 지식을 어린이들에게 나누는 대학생들을 흔히 만날 수 있고, 가난한 동네에서 찐 감자 몇 개를 나누어 먹으면서 기쁨을 나누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진 것을 나누려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어떤 스펙이나 경력이 없더라도 재능이 있는 사람은 많다. 우리가 본받을 만한 남다른 사고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재능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도 재능나눔을 할 수 있다. 스스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혜자에게 큰 기쁨이 된다면 그것도 나눔이라 할 수 있다.

 

재능나눔을 할 때는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대단한 재능을 기부하려고 마음 졸이기보다 가르침을 받는 사람으로부터도 얻어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재능을 나누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며, 바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 윤석인 크리스티나 - 국제가톨릭형제회(AFI)) 회원. 현재 서울카리타스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자원봉사, 기쁨과 보람”을 냈다.

 

[경향잡지, 2011년 8월호, 윤석인 크리스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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