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5일 (토)
(자) 대림 제1주간 토요일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청주교구 생극성당 - 작고 소박한 시골 성당의 제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0-30 ㅣ No.758

[우리 성당 제대 이야기 – 청주교구 생극성당] 작고 소박한 시골 성당의 제대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성당에 드나들 때 절로 깊은 경의를 표현한다. 그 절은 제대를 향한다. 제대는 교회의 원천이요. 머리이며 중심인 그리스도 신비의 표지이기 때문이다.

 

제대는 본질적으로 희생 제사의 특수한 제사상이요 파스카의 잔칫상이며, “살아 있는 돌”(1베드 2,4)이자 “모퉁잇돌”(에페 2,20)인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제대는 신자들의 회중 전체가 자연스럽게 시선을 집중할 수 있도록 참으로 성당의 중심에 그 자리를 잡아야 한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299항).

 

 

 

한솥밥 공동체를 지향하는 농촌 본당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포장된 지방도와 논과 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낮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생극성당은 청주교구 55번째 본당이다. 감곡성당 관할이던 차평공소와 금왕성당 소속이던 생극공소가 합하여 2001년 6월 13일 성당으로 승격되었다. 주보성인은 성 남종삼 요한, 평균 연령 60-70대 신자가 대부분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 본당이다.

 

설립 당시 신자는 400여 명. 지금은 778명이지만 교적만 둔 채 도시에 나가 사는 이가 많아 실제로는 훨씬 적다. 미사 참례자 수는 평일 10명 안팎. 주일에는 120명 정도다. 관할 구역이 넓어 성당까지 거리가 먼 데다 성당이 외곽에 자리 잡고 교통편도 부족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신자가 많다. 봉고차 2대를 운영하고 미사 대수를 늘렸지만, 코로나19는 신자들의 성당 가는 길을 막아 요즘은 주일미사 참례자가 70명도 안 된다.

 

“그래도 어떻게든 미사에 오시려는 신자들을 보면 신앙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일이라도 기쁘게 오실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감싸 주고 반겨 주는 성당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김기용 도미니코 주임신부의 바람은 신자들이 서로를 ‘성체를 통해 같은 밥을 먹는 한솥밥 식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소박하면서 건축미가 돋보이는 성당

 

생극성당은 2003년 11월 20일 소박하면서도 건축미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 성당을 봉헌했다. 풋풋한 사람의 향기가 묻어 있는 소박한 교회, ‘제대 중심의 성당’ 건축을 꿈꾼 초대 주임 서철 바오로 신부와 이일훈 건축가, 그리고 신자들이 함께 이룬 결과다.

 

생극성당은 130평 규모의 작은 성당이다. 하지만 서철 신부의 바람처럼 평일에 7-8명이 와도 썰렁하지 않고, 주일 미사 때 100여 명이 와도 넉넉하게 앉아 미사를 봉헌할 수 있다. 대축일에 더 많은 사람이 와도 공간이 충분한, 그렇게 표정의 변화가 있는 성당이다.

 

깊고 높은 홀을 지나 본당으로 진입하면, 또 다른 문을 만난다. 사제는 문의 가운데 계단으로 내려가 신자들 사이를 지나 제대로 간다. 신자들은 문 옆으로 난 경사로를 돌아 내려간다. 또 중앙 신자석을 둘러싼 바깥쪽 넓은 회랑의 경사로를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도 있다.

 

1층 단층 건물인 성당은 벽면에 나 있는, 수직 방향으로 긴 창, 2층 높이에 두른 천측창, 제대 위 깊고 높은 십자 모양의 천측창 등 윗부분에 작은 창이 많아 한낮이면 빛이 한가득 쏟아진다. 제대 위 통창을 통해 사제는 하늘을 보고, 그 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검은 제대 바닥에 푸른 하늘을 드리웠다. 그래서 성당은 한때 ‘하늘 담은 성당’으로 불렸다.

 

성체를 보관하는 감실은 제대 옆 따로 마련된 공간에 두었다. 지금은 십자가가 제대 뒤에 있지만, 건립 당시에는 건축의 기초인 철근으로 만든 십자가가 제대 옆에 있었다. 모두 성당의 중심은 제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반짝거리는 검은 석재 위에 떠 있는 듯한 제대는 본디의 의미대로 늘 그 자리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의미하고자 통돌로 만들었다. 채석장에서 돌을 떠낼 때 발파한 흔적과 윗면만 조금 다듬는 등 최대한 인위적인 장식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질감을 살리려 노력했다.

 

제대 아래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에도 적극적으로 성전 건립에 힘을 보탠 본당 신자들이 성전 건립을 위해 기도하며 성경을 필사한 노트와 주님께 바라는 소망을 적은 기도문을 함께 묻었다.

 

“신앙생활은 그리스도를 자기 마음의 중심에 두고 사는 것입니다. 성당에 들어와 제대만 보이게 함으로써 살아가면서 그리스도 그분만 보고 마음 안에 그분만 계시도록, 제대가 그런 장치이면 좋겠습니다.” 서철 신부의 바람이다.

 

조금 불편하되 크게 겸손해지는 성당, 작지만 풍요로운 이 시골 성당은 일깨워 준다.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것은 성체로서 공동체가 하나되는 미사 전례이며 성찬례는 제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기에, 성당의 중심은 제대라는 것을.

 

[경향잡지, 2020년 10월호, 글 ‧ 사진 김민수 편집장]



7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