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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교회 건축의 영성: 로마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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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5-15 ㅣ No.365

[교회 건축의 영성] 로마네스크

 

 

예수님의 승천 뒤 제자들과 그리스도인은 초대 교회를 거치면서 박해를 피해 자신들이 믿었던 신앙을 더 멀리 전파하게 됩니다. 313년 로마 제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밀라노에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종교 관용령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획기적인 종교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지하에 있던 교회가 지상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들었고, 많은 사람과 함께할 큰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로마 황제의 종교와 걸맞는 건축물과 전례와 복식, 제례에 필요한 기물 등 여러 가지가 요구되었습니다. 

 

 

많은 건축물에 영향을 끼친 양식

 

로마네스크 건축이라는 것을 간단히 정리하기란 어려운 것이겠지요. 로마 양식이라는 뜻인 로마네스크 건축은 육중한 벽식 구조, 반원형 아치, 튼튼한 기둥, 큰 탑과 장식적인 아케이드가 그 특징입니다. 어느 시기에 지어졌는지 정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로마 시대에 오랜 기간을 거쳐서, 상당수가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형태의 평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외관은 고딕 건축에 비교하면 단조로워 보입니다. 이 양식은 지역적 특징과 서로 다른 재료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많은 건축물에 영향을 끼친 양식이라 볼 수 있습니다.

 

초기 로마 라틴계 그리스도인들은 전례를 위한 넓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바실리카(Basilica)는 본디 고대 로마인들의 공공건물을 칭하는 단어입니다. 고대 그리스도인의 경우, 공공 바실리카는 기원전 2세기에 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재판정 같은 기능, 도시사람들의 상거래는 물론, 사랑방 같은 기능도 하였습니다.

 

중앙이 비어 있고, 양 끝에 반원의 후진(앱스)이 있는 횡축 방향의 넓은 평면 건물이었습니다. 내부는 가운데 높은 천장을 가진 커다란 홀과 그 양편에 좀 더 낮은 천장의 복도 같은 홀이 기둥들로 나누어지고, 기둥 위 고창에서 빛이 들어오는 구조로 하나의 강당과 같은 건물이었습니다.

 

성 바오로 바실리카.

 

 

로마 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이후, 바실리카는 전례를 거행하고자 간단한 건축적 변화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두 개의 앱스를 가진 바실리카 건물에서 앱스 하나를 철거하고, 그곳에 출입구를 만들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나르텍스를 지나 성당 앞의 주랑(아트리움) 또는 넓은 공간의 성당 현관을 지나야 합니다. 내부 평면에서 대칭의 형태를 없애고, 한 곳의 앱스만을 남겨 그곳에 제단을 설치하여 장축 방향의 긴 형태의 평면이 시작되게 합니다. 그 뒤 이 앱스 쪽에 감실이나 사제석을 설치하고 양옆으로 제의방이 놓이게 됩니다. 기둥 뒤로는 측랑이라고 하는 양쪽의 긴 복도가 생기고, 그 위에 ‘클리어스토리’라 부르는 고측창이 내부를 비추게 됩니다.

 

그리고 중앙의 신랑(身廊)부분이 신자석으로 자리 잡는데, 이러한 평면 형태가 거의 2천 년 동안 가톨릭 성당 평면의 기본이 됩니다. 제단이 중심이 되고, 사제를 향한 제례 중심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가운데, 신자들과 기본적으로 응답을 주고받는 관계의 예식이 시작됩니다.

 

 

대바실리카와 소바실리카

 

이후에 ‘바실리카’라는 용어는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고 규모가 크며, 교황이 특별한 전례 의식을 거행하는 성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뜻이 넓어졌습니다. 현재 바실리카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고대 건축의 문맥에서 공공건물을, 다른 한 가지는 그리스도교 건축의 문맥에서 대규모의 유서 깊은 성당을 가리킵니다.

 

로마에 있는 네 개의 바실리카는 네 개의 주요 총주교좌를 기념하고자 ‘총주교 바실리카’라고 불립니다. 또한 이들은 대(大)바실리카라고도 합니다(이하 「전례 사

전」 참조). 서방 교회의 총주교, 곧 교황을 위해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대바실리카는 세상의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머리로 여겨집니다.

 

콘스탄티노플의 총주교를 위해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전이 지명되었습니다. 이곳은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있고, 교황의 장엄 미사가 거행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로마 교황의 수위권이 있는 곳으로서 성인들의 시복과 시성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우물 성당은 원형 양식이다.

 

 

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전은 알렉산드리아의 총주교를 위한 바실리카로, 현재는 베네딕토회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어머니께 봉헌된 가장 큰 교회는 성모 대성전으로서 안티오키아의 총주교를 위한 바실리카입니다. 이 네 개의 바실리카에는 다음과 같은 특권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① 교황이나 교황의 허락으로 추기경만이 사용할 수 있는 교황의 제대.

② 교황만이 사용할 수 있는 교황 좌.

③ 성년 동안 사용하는 성문(聖門).

④ 금실로 수놓은 붉은색 우단 깃발과 은으로 만든 종.

⑤ 바실리카에서 봉사하는 성직자인 의전 사제가 망토를 입는 특권.

 

로마 밖에는 아시시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성당이 교황 제대와 교황 좌를 가진 대바실리카이기도 합니다. 소(小)바실리카는 로마에서 예루살렘의 총주교를 인정하였을 때 성 밖의 성 라우렌시오 바실리카가 그에게 봉헌되었습니다. 로마 바실리카를 순례하면 대사를 얻는다는 법이 제정되었을 때, 일곱 교회를 방문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두 개의 바실리카를 더 지정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성 십자가의 바실리카와 성 세바스티아노의 바실리카(사도들의 바실리카)가 추가되었습니다.

 

교황은 세상의 다른 많은 성당에 ‘소바실리카’라는 명칭을 부여하면서 대바실리카가 누리는 몇몇 특권도 부여하였습니다. 가톨릭에서 사용되는 바실리카는 건축 양식에서 나오는 바실리카와는 다르게 발전하였지만, 오랜 기간 교회의 기본적인 평면이 되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대에도 거의 80-90% 성당의 평면이 바실리카 형태의 장축 방향의 평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원형 평면

 

로마네스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원형의 건축물을 어떤 양식으로 볼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그리스 로마의 고전주의 양식으로 보아야 하겠지요. 다음 호에서 비잔틴 건축양식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번 호에서는 로마 시대에 있었던 원형 평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다루겠습니다.

 

로마인들에게는 기원전 2세기 판테온이라는 기념비적인 원형 건축물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원형은 여러 경기장이나 콜로세움과 같은 평면을 가진 건축물도 있었습니다. 여러 성전의 돔이나 평면 형태를 규정하는 데 원형은 엄청난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콘스탄티누스의 영묘 양식이나 성 코스탄자 성당, 뒤에 성당으로 사용된 성 안젤로 성(城), 그 이후에 동로마 제국의 비잔틴 성당에도 원형의 양식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뒤에 베드로 대성전의 원형과 장축 방향의 평면 형태의 조합에도 많은 연구와 시도가 함께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가끔씩 이 원형의 성당 평면에 대한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판테온(왼쪽 사진 참조)은 그리스어 ‘판테이온’에서 유래한 말로, ‘모든 신을 위한 신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원전 27년에 지어졌고,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인 기원후 125년 무렵에 재건되었습니다. 7세기 이후부터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판테온은 로마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돔 구조입니다. 바닥에서 원형 구멍까지의 높이와 돔 내부 원의 지름은 43.3m로 같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로마에 대성당들이 지어질 때 많은 교황에게 기념비적인 영향을 끼쳐 왔습니다.

 

성 콘스탄자 성당(354년)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성당 건축 양식으로 찾았던 바실리카 외에 원형의 분묘 양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원형이라는 특징상 신자들이 친밀하게 모일 수 있고, 박해 시절 카타콤바(지하 무덤)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가 있는 원형 평면은 후대에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 이호 요셉 - 광주대교구 운남동본당 주임 신부.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과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 계획과 설계를 공부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함평 하상성당, 군산 축동성당, 한성대성당 등의 설계에 함께하였다.

 

[경향잡지, 2017년 5월호, 이호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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