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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15: 루브르 박물관,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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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7 ㅣ No.353

[정웅모 신부의 박물관, 교회의 보물창고] (15) ‘루브르 박물관’,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


쉼 없이 흐르는 인간의 역사 한눈에…

 

 

- 루브르 박물관 전경과 광장.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는 고대부터 19세기 중반에 이르는 각 시대의 다양한 문화 예술품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이 이룩한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찬란하고 빛나는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 일반 예술품과 교회의 예술품도 모두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원래 프랑스 왕과 가족들이 살았던 궁전에 자리 잡고 있다. 16세기에 프란시스 1세 왕은 개인적으로 예술품을 소장하기 시작했고 후대의 왕들도 꾸준히 작품을 수집했다. 그러다 1793년 프랑스대혁명 때 궁전은 국립 박물관으로 꾸며졌고, 이후 일반인들에게 공개됐다. 현재 이곳에는 수백만 점의 작품이 있으며 그 가운데 35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니케상’(Nike of Samothrake), ‘비너스 조각상’(Venus of Milo),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 미켈란젤로의 ‘죽어가는 노예상’ 등 유명한 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ㄷ’ 형태의 거대한 궁전의 가운데엔 광장이 있고 그 중심에 높이 22m, 밑변 35m의 유리 피라미드(Pyramid)가 있다. 이것을 ‘루브르 피라미드’라고 부르는데,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주요 출입구다. 큰 피라미드 주변에는 세 개의 작은 피라미드가 있다. 이 건물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Ieoh Ming Pei, 1917년~ )의 설계로 1989년에 완공됐다. 수많은 관람객의 편리한 박물관 출입을 돕고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또 돌로 지어진 웅장한 루브르 박물관을 가리지 않기 위해, 투명한 유리로 피라미드 출입구를 만들었다. 과거의 건축물과 현재의 설치물이 서로 가리거나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박물관을 더욱 빛내준다.

 

- 박물관 내부 홀에 전시된 조각 작품들.

 

 

피라미드를 통해 지하로 들어가면 광장을 만날 수 있고, 그곳에 있는 세 개의 출입구를 거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피라미드 아래 공간에는 출입구만이 아니라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 등 관람자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은 정신적으로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휴식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공간들이다.

 

피라미드 아래의 넓은 공간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인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마치 블랙홀처럼 광장의 피라미드 속으로 사람들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사람을 모으는 문화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절감할 수 있다. 육체의 배고픔은 한 끼의 식사로 채울 수 있지만, 문화에 대한 갈증은 음식처럼 한 번으로 채워질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곤 한다.

 

루브르 박물관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조각과 회화, 장식물 등이 끝없이 전시돼 있다. 또한 이곳에는 교회 예술품도 많이 전시돼 있다. 교회의 미술로는 초기 그리스도교 유물과 비잔틴 시대의 이콘, 로마네스크 시대의 조각과 고딕 시대의 유리화,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 회화, 그리고 후대의 회화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을 거닐면 마치 드넓은 예술과 문화의 숲을 거니는 것 같다. 숲에서 쉬는 것처럼 박물관 안에서 잠시 쉬어 가면서 삶을 재충전할 수 있다.

 

교회의 예술품들은 원래 성당이나 수도원과 같은 교회 건물에 있었지만, 성당이 재건축되거나 파괴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됐다. 그 가운데 ‘예수 부활’ 조각상은 제르망 필롱(Germain Pilon, 1540~1590년)이 만든 작품이다. 원래 이 작품도 파리 북부 생드니(Saint-Denis)에 있던 장례식 경당을 장식했던 것이다.

 

- 제르망 필롱의 작품 ‘예수 부활’ 조각상.

 

 

이 조각상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무덤을 뚫고 나오시는 모습을 담고 있다.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쓰러지고 있다. 주황색 배경은 떠오르는 태양 같은 예수님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이야말로 전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의 빛이심을 알려준다.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를 관통하는 센 강 옆에 자리 잡고 있다. 강물이 쉼 없이 흐르듯이 인류의 역사도 끊임없이 흐른다. 인간의 장구한 역사도 모아두지 않으면 강물처럼 흘러가 이내 사라지고 만다. 박물관은 이처럼 쉼 없이 흐르는 인간의 역사를 모아 보존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 곳이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모으고, 그 흔적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우리의 흔적도 후손들에게는 삶의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은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서 그 어떤 건물보다도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예술품을 보관하기 위해서 반드시 크고 새로운 박물관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건물에 조금만 손을 대어도 예술품의 보관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후에 여건이 되면 작은 박물관으로 꾸밀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은 예술품을 보존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기억의 창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전시물을 둘러보면서 그 안에 담긴 사연을 상상하게 된다.

 

박물관과 같은 기억의 공간은 국가나 교구뿐 아니라 성당이나 가정에서도 필요하다. 성당의 적당한 공간에 공동체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정에서도 가족들의 소중한 사진이나 손때 묻은 물건을 정리하여 가끔씩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같은 매개체를 통해 선조와 가족들을 기억하면서 더욱 풍요로운 삶을 가꿀 수 있을 것이다.

 

*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 받았다. 홍익대와 영국 뉴캐슬대에서 미술사·박물관학을 전공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과 성미술 감독, 종로본당 주임, 장안동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16일,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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