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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영혼을 여는 문 이콘: 보호(베일)의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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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8 ㅣ No.281

[영혼을 여는 문 '이콘'] 보호(베일)의 성모

 

 

- '보호의 성모', 19세기, 중앙러시아.

 

 

‘보호의 성모’는 지난 호에 소개한 것과 같은 ‘기도하는 성모’의 모습으로 묘사하는데, 러시아를 비롯한 슬라브 민족들 사이에서는 10월 1일에, 그리스에서는 10월 28일에 축일을 지낸다. 

 

이 이콘은 10세기, 오늘날 이스탄불에 있던 블라케르네(Blachernae) 궁전 성당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기적을 묘사한 것이다. 

 

이 성당은 성모님의 가운과 베일, 그리고 허리띠 일부 등의 유품을 팔레스타인에서 가져와 5세기 동안 보관하던 곳으로, 많은 순례자들이 찾던 곳이었다. 

 

10월 1일 성모님께서는 요한 세례자를 비롯한 여러 성인들과 천사들에 둘러 싸여 양손에는 흰 천을 걸치고 나타나셨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오랜 시간 기도하셨다. 이때 성모님의 얼굴은 흘러내린 눈물로 덮여 있었다. 

 

이후 성모님은 일어서시어 자신의 베일을 보호의 표시로 사람들 위로 펼쳐 보이셨다.

 

이날의 기적을 묘사한 이콘들은 때로는 성모님께서 직접 베일을 들지 않고 두 손을 위로 들고 기도하고 계시는 모습 혹은 그 위로 두 명의 천사가 베일을 마주잡고 펼쳐 보이는 모습을 묘사하기도 한다. 이 기적이 일어나는 동안 그 도시의 사람들은 야만인의 침략에 위협당하고 있었는데, 성모님의 발현 후 위험들은 사라졌고 도시는 유혈과 학살을 피할 수 있었다. 이날 성당에서는 많은 이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특히 그림 하단 오른쪽에 묘사한 것과 같이 콘스탄티노플의 안드레이라는 성인도 있었다. 

 

그는 하느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이른바 백치주의의 삶을 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놀라운 현시를 목격하고 어리둥절해 있었는데,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수행자 안드레이는 성모님 발현의 의미와 베일을 펼쳐 보이시는 행동의 의미를 자신의 제자 에피파니우스(Epiphanius)와 사람들에게 설명해주었다. 

 

화면 하단 중앙에는 또 한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이 사람은 교회 성가 작곡가 로마노스다. 

 

그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물은 아니지만 같은 날인 10월 1일에 축일을 지내는 이유로 함께 묘사해놓았다. 로마노스가 손에 든 두루마리에는 이날 축일 전례문의 한 구절을 쓴다.

 

“오늘 성모님께서 성당에서 우리 앞에 서시어 우리를 위해 성인들의 합창단과 함께 하느님께 기도드린다.”

 

이 기적은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 순례자들로 인해 러시아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12세기에 10월 1일을 이 성화의 축일로 정해 오늘날까지 기념하고 있다. 또 그리스에서는 이 보호의 성모 축일을 1940년의 이탈리아 침공에서 그리스 민족을 구원해주심에 대한 감사의 날과 합해 기념하고 있다. 1952년 그리스 정교회의 시노드에서는 축일 날짜를 10월 1일에서 10월 28일로 옮겼다.

 

*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 국내 이콘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정교회 모스크바총대주교청 직할 신학교에서 ‘비잔틴 전례와 이콘’ 과정 등을 수학한 후 디플로마를 취득, 이콘 화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1992년 사제품을 받았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8일, 장긍선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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