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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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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23 ㅣ No.270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25)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참전 용사 넋 기리기 위해 영국에서 온 어머니의 마음

 

 

- 대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설치돼 있는 '용과 싸우는 성 제오르지오' 스테인드글라스. 1960년대 제작됐다.

 

 

1960~1970년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성가대석에 설치된 ‘용과 싸우는 성 제오르지오’를 소개한다.

 

1960년대 초 유럽에서 직접 제작하여 들여온 이 작품은 아쉽게도 정확한 제작 시기와 유입 경로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신자들과 성직자들의 증언에 의존해 작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윤보선 대통령 재임 기간(1960~1962) 중 스테인드글라스 설치 기념식에 참여했었다는 증언에 따라서 이 작품의 유입 시기는 1960년대 초로 추정된다. 작품이 기증되던 당시 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은 원래의 설계도대로 완성되기 전이었다. 기증 당시에는 작품을 설치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성당 출입구 상단 벽에 원형의 창틀을 별도로 만들어 작품을 설치했고 이후 성당 원형이 복원되면서 성가대석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쉽게도 현재는 파이프오르간 설치로 작품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보기는 어렵다.

 

납선 기법과 글라스 페인팅을 주로 한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양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한국전쟁에서 숨진 영국의 젊은 참전 용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영국 어머니연합회에서 기증했다. 작품의 주제는 ‘용과 싸우는 성 제오르지오’로, “교회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으며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국 어머니연합회에서는 어떠한 생각에서 회화도 조각도 아닌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봉헌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작품을 설치할 자리가 없는 성당에 따로 창틀을 마련하면서까지 작품을 기증해 설치하고자 했을 때는 깊은 뜻이 있지 않았을까? 스테인드글라스 연구자로서 여러 질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해석과 의미 부여가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는 어느 정도 그 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늘 느끼는 바이지만, 간단하게나마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쉽기만 하다.

 

한국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사회 격변기를 거치면서 그 역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보다 곳곳에 큰 구멍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참으로 신기하게도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외에도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등 유럽의 작품이 수용돼 1970년대 한국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기까지 징검다리와 같이 그 역사를 이어주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구 가르멜수녀원 성당, 서울 교황대사관 성당, 성공회 서울 주교좌성당의 세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후해 유럽 화풍이 반영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이 외국 수도회를 중심으로 제작된 뒤 국내 성당에 설치됐다. 이들 작품은 스테인드글라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지 못했던 당시 우리나라 교회에 유럽의 경향이 반영된 현대 스테인드글라스를 소개한다는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24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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