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6일 (일)
(녹) 연중 제3주일 (해외 원조 주일) 예수님께서는 카파르나움으로 가셨다.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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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심리학이 만난 영화: 정체성의 심리학, 뷰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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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12-03 ㅣ No.980

[심리학이 만난 영화] 정체성의 심리학, 뷰티 인사이드

 

 

“그리고 가끔, 가끔 나에게 물었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같은 걸까? 날마다 같은 모습을 하고 날마다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어쩌면 날마다 다른 사람이었던 건 네가 아니라 나였던 게 아닐까?”

 

김우진을 떠나보낸 홍이수. 날마다 다른 얼굴로 나타났지만 한결같은 마음이었던 김우진과, 날마다 같은 얼굴이었지만 다른 마음으로 흔들렸던 자신 중에 누가 다른 사람으로 살았던 것인지 자문한다.

 

 

123명의 김우진

 

남자로 태어난 김우진. 그는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평범한 보통 남자의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거울 속의 그는 더 이상 열여덟 살의 청년 김우진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중년의 아저씨가 서 있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거울 속에 보인 자신의 모습에서 지난 18년간 늘 봐왔던 김우진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갑자기 나이가 더 많이 들어 버린 모습이 아니었다. 거울 속의 사람은 김우진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키도 체형도, 심지어는 목소리도 김우진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18년 동안 김우진을 김우진으로 만들어 주었던 특징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달라진 것이다.

 

백종열 감독의 2015년 작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김우진의 외모는 아침마다 달라진다, 어느 날은 평범하게, 다른 날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고 나면 그는 남자, 여자, 노인, 그리고 어린아이로 변해 있다. 심지어 어느 날은 일본말밖에 할 줄 모르는 여성으로 깨어나기도 하고, 또다른 날은 백인 남자로 바뀌어 있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김우진을 연기한 배우는 김대명, 박신혜, 이범수, 박서준, 천우희, 우에노 주리, 이진욱, 서강준, 김상호, 김희원, 이동욱, 고아성, 김주혁, 유연석 등 총 123명이나 된다. 김우진은 날마다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를 나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김우진은 자신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외모는 쉴 새 없이 바뀌었지만, 그의 마음은 자신이 김우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어제를 기억할 수 있었고, 누구를 사랑했는지 기억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고, 내일은 무슨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김우진의 생각과 성격, 그리고 기억은 외모를 따라 변하지 않았다. 덕분에 김우진은 자신의 외모가 완전히 바뀌어도 자신이 변함없이 김우진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나갈 수 있었다.

 

김우진에게 김우진을 결정하는 것은 그의 생각이었지 외모가 아니었다. 그에게 자신을 김우진으로 만드는 것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달려 있지, 잠에서 깨어난 아침에 자신에게 주어진 외모나 나이, 심지어 성별이나 인종도 자신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김우진의 내면이 김우진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김우진을 김우진으로 결정하는 것은 그의 생각이 아니라 그의 외모였다. 그들에게 기존에 알고 있던 김우진의 얼굴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한 누군가를 김우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김우진과 사랑에 빠진 홍이수가 수많은 다른 외모의 김우진과 만나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홍이수가 여러 남자를 바꿔 가면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를 나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마음일까, 나의 외모일까?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의 마음일까, 그의 외모일까? 본질은 무엇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 아름다움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밖에 있는 것일까?

 

 

정체성 지각

 

사람들은 자기 자신뿐 아니라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생각과 느낌을 토대로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에 대한 지각이 이루어진다. 정체성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크게 외모와 생각으로 구분된다.

 

외모는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성별, 인종 등과 같은 정보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생각이나 마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타인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각의 세밀한 부분까지 볼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 자신의 생각에 상당한 가중치를 두지만, 다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할 때는 그 사람의 외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김우진은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토대로 스스로를 규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김우진을 그의 얼굴과 외향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변하는 것들

 

사람들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모습과 변하지 않는 마음이 그 사람의 본질이고 그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모와 마음은 모두 변하는 것들이다. 나의 얼굴도 그의 얼굴도, 나의 생각도 그의 생각도 모두 변한다. 나의 얼굴은 어제 거울에서 본 그 얼굴과 같아 보이고, 나의 생각도 어제와 같아 보인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영원한 나의 모습과 생각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외모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변화와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김우진처럼 아침마다 급격히 다른 외모로 바뀌지 않을 뿐, 우리의 외모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끊임없이 바뀐다. 아기 때 모습과 스무 살 청춘의 모습이 다르고, 중년과 노인이 된 뒤의 모습이 다르다. 우리 생각도 마찬가지다. 아침의 생각과 저녁의 생각이 다르고, 청년 시절 추구하던 가치가 나이가 들면서 변하기도 한다. 내 얼굴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그렇다면 변할 수 없는 나의 본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

 

 

아름다움은 선택과 행동 안에 있다

 

변할 수 없는 것은 나의 선택과 행동의 역사다. 지난날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은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변할 수 없다. 어떤 길을 선택했고, 누구를 사랑했고, 무엇을 위해 헌신했는지의 기록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어떤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어떻게 걸어왔는지에 따라 규정된다.

 

아름다움은 안에 있는 것도,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아름다움은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 안에 있다.

 

* 전우영 -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무료 온라인 공개 강좌 서비스인 케이무크(K-MOOC)에서 일반인들을 위해 쉽게 디자인한 ‘심리학 START’를 강의하고 있다. 「나를 움직이는 무의식 프라이밍」, 「내 마음도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등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9년 11월호, 전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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