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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럽의 도시와 교회사 이야기: 잘츠부르크(Salz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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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10 ㅣ No.1229

[유럽의 도시와 교회사 이야기] 걸어서 세계 교회사 속으로

 

 

4. 잘츠부르크(Salzburg)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영화 중 ‘The Sound of Music(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가 있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촬영지가 바로 오늘 이야기 할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이다. 1993년, 필자 역시 영화에 나오는 트랩 대령의 집(Hotel Schloss Leopoldskron)을 찾아가보았다. 하지만 1층 로비의 모습이 영화에 나오는 모습과 조금 달라 실망한 적이 있었는데, 1736년, 레오폴드 피르미안 대주교의 가족소유의 집으로 지어진 건물은, 지금은 모던한 객실과 전원풍 스위트룸을 갖춘 고급호텔로 재탄생되었다.

 

독일어 Salz(소금)와 Burg(성)을 합쳐 ‘소금 성’이라는 뜻을 가진 잘츠부르크는 그래서인지 근처에 있는 소금광산이 유명하다. 이러한 잘츠부르크가 교회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5세기경인데, 450년경, 유바봄(Iuvavum)이라는 옛 로마 도시이름을 딴 잘츠부르크에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생기면서부터이다. 그때 두 개의 성당과 수도원이 있었는데, 로마군대의 퇴각과 게르만족의 대이동 때, 이 도시는 포기되어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 6세기에 바이에른 사람들이 이 땅을 점령했는데, 696년, 성 루페르토1)가 수도원과 수녀원을 설립함으로 교구의 역사를 이어나가게 되었다. 따라서 성 루페르토는 잘츠부르크 교구의 첫 번째 주교 이름에 올려져 있다. 그는 잘츠부르크의 수호성인이기도 하고, 바이에른의 사도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사명에 적합한 곳인 잘츠부르크에 정착하여, 성 베드로에게 봉헌되는 성당(Stiftskirche St. Peter)을 지었고, 베네딕도회 규칙을 따르는 수도원(Stift St. Peter)을 설립하였다. 이 수도원은 독일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다. 711년에는 논베르크 수도원(Stift Nonnberg)을 설립하였는데, 이 수도원도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 수도원이 되었다. 그를 묘사한 성화나 동상을 보면 소금통을 들고 있거나 그 옆에 소금통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전설에 따르면 염수(소금물)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으로서, 주교의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치니 염수가 흘러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잘츠부르크와 연관된 성인 중 성 보니파시오(673-755년)가 있다. 게르만의 사도인 그는 영국 출신으로 게르만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유럽으로 건너갔다. 교황 그레고리오 2세에게 선교활동 인준을 받은(719년) 그는 튀링겐, 바이에른, 헤센지방에서 성공적으로 복음을 전파하였고, 그곳의 교구들을 재정비하였다. 739년, 그는 새로 설립된 잘츠부르크 교구에 대한 교황의 승인을 얻어냈고, 교구의 경계를 확정지었다. 그래서 잘츠부르크 대교구는 쾰른 대교구에 이어 독일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대교구가 되었다.(798년)

 

이후 잘츠부르크는 신성로마제국 안에서 독립 제후급의 대교구가 되었으며(1322년),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당시(16세기),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Primas Germaniae’라는 호칭이 있다. ‘게르만 지역의 으뜸 주교’에게 붙여지는 호칭인데, 이 호칭은 역사가 흐르면서 트리어와 마인츠, 막데부르크, 잘츠부르크 대주교에 의해 요청되었고, 실행되었다. 이 호칭은 다른 대교구에 대한 권한과는 관련이 없고, 교황사절로서 특별한 교황의 위임을 얻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곧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 교황의 사절로써 임명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황사절은 그 전권의 형태에 따라서 다른 주교들을 상대로 교황의 권위로 행동할 수 있다. 트리어와 마인츠, 막데부르크는 베스트팔렌 평화조약(1648년)과 나폴레옹 시대의 세속화(1802년)로 그 호칭을 잃어버렸지만, 잘츠부르크 대주교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그 호칭을 갖고 있다. 오늘날 그 호칭은 자치권의 우위와는 관련이 없고 전례 안에서 윗자리를 차지하는 권한이 있으며, 전통에 따라, 추기경의 자색과는 다른 교황사절만의 자색 옷을 입을 수 있으며, 주교 문장의 실 장식도 주교의 경우와 같이 녹색이 아닌 적색인 점이 특징이다.

 

- 잘츠부르크 대성당.

 

 

이처럼 다양한 교회역사를 지닌 잘츠부르크에 도착하면, 먼저 수도원 성당인 성 베드로 성당(Stiftskirche St. Peter)을 찾아가 보자.

 

오랜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성당의 묘지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트랩 대령 일가가 나치를 피해 숨어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774년, 성 비르길 주교에 의해 지어진 대성당(Salzburger Dom)도 있다. 비르길 주교는 대성당 축성을 계기로 성 루페르토 주교의 유해를 보름스에서 잘츠부르크로 모셔왔다. 이 대성당은 1127년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의 대화재를 겪었고, 1944년에는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성당의 일부가 파괴되는 불운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무려 6000여 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대성당의 파이프 오르간도 볼만하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작곡가인 모차르트가 이 대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다고 하는데, 물론 그의 생가도 잘츠부르크에 있다. 음악가이자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으며, 잘츠부르크 출신의 요셉 모어(Joseph Mohr) 신부는 프란츠 그루버와 함께 그 유명한 가톨릭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작사 · 작곡했으며, 잘츠부르크 근처의 오베른도르프의 성 니콜라 성당에서 초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교회사와는 별개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을 불렀던 미라벨 궁전과 정원(Schloss Mirabell & Mirabellgarten), 1077년, 게브하르트 대주교에 의해 지어진 호헨잘츠부르크 요새, 1615년, 마르쿠스 지티쿠스 대주교가 지은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 물을 뿜어내는 분수가 있는 헬브룬 궁전(Schloss Hellbrunn), 채굴한 소금을 수송하는 대동맥 역할을 한 도시를 가로지르는 잘자흐강(Salzach), 그리고 잘츠부르크에서는 조금 떨어져있지만 호수와 알프스 산이 자아내는 멋진 풍경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 그리고 영화 속에서 대령과 마리아가 결혼식을 올렸던 몬트제 성당(Basilika Mondsee)과 아돌프 히틀러의 은둔지였던 독수리요새가 있는 베르히테스가든(Berchtesgarden)의 켈슈타인하우스(Kehlsteinhaus)도 가볼 만하다. 마지막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지막 장면에서 엔딩곡과 함께 트랩 일가가 알프스 산을 오르며 탈출한 곳이 바로 베르히테스가든 근처의 오버잘츠베르크(Obersalzberg), 더 정확히 말하면 아호른뷕센코프(Ahornbüchsenkopf) 정상이다. 이곳에서 웅대한 알프스 산들과 저 멀리 아래로 펼쳐진 잘츠부르크의 전경들을 바라보며 추억의 영화 한편을 떠올려보면 좋을 듯 싶다.

 

1) 성 루페르토(Rupert) : ‘잘츠부르크’란 도시명을 직접 지은 인물로, 독일 선교에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주교이다.

 

[외침, 2020년 4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황치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세계교회사, 라틴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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