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강론자료

요한복음 20,1-9 빈 무덤 (2018. 3. 29. 예수 부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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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충희 [korangpo] 쪽지 캡슐

2018-03-29 ㅣ No.2198

주간 첫날 이른 아침, 날이 아직 어두울 때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으로 가서 입구를 막았던 돌이 치워진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가 사랑한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알렸다.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분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무덤으로 갔다. 둘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서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서 아마포를 보았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 와서 곧바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의 머리를 감쌌던 천은 따로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랐던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는 보고 믿었다. (그들은 예수가 죽음으로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성서에 기록된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제자들은 집으로 돌아갔다.

      

주간 첫날은 안식일 다음날로서 지금의 일요일에 해당한다.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로 변화됨으로써 이 땅에 하늘나라가 내려오며(창세기 2,1), 이와 동시에 아들은 세상에 하늘나라를 증언하기 시작한다. 전자의 사건은 안식일, 후자의 사건은 주간 첫날에 대응한다. ‘날이 아직 어둡다.’는 제자들의 무지를 암시한다.

 

무덤의 입구를 막았던 은 육정의 집착을 상징한다.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은 예수가 참된 돌(베드로)인 성령의 힘으로 죽음을 이기고 하늘과 땅을 서로 소통시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활한 사람에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리아는 주님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무덤으로 간다. 그녀는 육정의 집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님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집착과 두려움은 죽음의 양면이다. ‘누군가’, ‘그들이라는 표현은 죽음을 외부적 요인으로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제자는 앞서 예수가 사랑한 제자(13,23)’로 언급된 복음 저자 요한임이 분명해 보인다. 마리아는 제일 먼저예수의 무덤을 찾고, 요한은 빨리달려가서 무덤 안을 들여다보고, 베드로는 곧바로무덤 안으로 들어간다. 이 장면에서 마리아, 요한, 베드로의 행동은 각각 망덕, 애덕, 신덕을 대표한다. 아마포가 바닥에 펼쳐져 있는 것은 육정의 집착을 벗어나 있음을, 머리를 감쌌던 천이 따로 개켜져 있는 것은 부활을 지시한다.

 

베드로는 예수를 믿고 죽음의 공포가 지배하는 자아의 내면으로 뛰어들고, 자신을 통째로 否定함으로써 부활을 겪는다. 그때에야 비로소 그는 예수가 살아있는 주님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성령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예수를 본 것이다. 베드로는 다른 제자들보다 앞장서서 행동으로 믿음을 실천함으로써 지도자의 모범을 보인다. 요한은 베드로를 따라 무덤으로 들어가서 보고믿었다. 요한은 베드로의 말을 전해 듣고 믿은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믿은 것이다.

 

누군가가 시신을 치웠을 것이라는 마리아의 추리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오히려 예수의 부활에 대한 두 제자의 믿음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두 제자의 믿음은 이성적 추리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온 깨달음이다. 믿음은 이성보다 높은 차원의 지혜이다. 사람은 믿음에 의해 가시적, 물리적 사건에서 비가시적, 신적 사건으로 도약한다.

 

시편이나 이사야서 등에 메시아가 죽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들은 많이 있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하여는 논쟁적 요소가 있다. 어쨌거나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들을 죽을 운명에 내버려 두실 리는 없다. 성서는 사람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책이다. 그러나 부활을 겪지 않은 사람은 성서의 의미를 결코 알지 못한다.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은 자아를 상징한다. 제자들이 집으로 돌아간 것은 자아의 내적 어둠 안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자아의 내면은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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