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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한반도평화나눔포럼 개최: 복음에서 분단 극복의 지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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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28 ㅣ No.950

한반도평화나눔포럼 개최… 복음에서 분단 극복의 지혜 찾다


서울 민화위 평화나눔연구소 중동 · 동유럽교회 지도자 초청 분쟁 아픔 이겨낸 경험 나눠

 

 

- 한국 순교자들과 만나다.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 참가한 중동과 동유럽교회 고위 성직자들이  8월 22일 오후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안내로 명동주교좌성당 지하 성해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정윤선 수습기자.

 

 

민족과 종교 분쟁으로 인한 참상을 경험한 중동과 동유럽 발칸지역 교회 지도자들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특히 민족과 종교의 모자이크로 불리는 발칸지역 교회 지도자들은 박해자들을 용서한 눈물겨운 체험을 통해 남북 간 반목의 골이 깊어지는 한반도에 화해의 길을 보여줬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임강택)가 8월 19~20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마련한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은 평화의 길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는 분쟁의 아픔을 복음으로 이겨낸 경험을 지닌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수장, 총대주교), 빙코 풀리치 추기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대교구장),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등 옛 분쟁지역 고위 성직자들이 함께해 평화의 복음을 전했다. 또,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해온 주드 랄 페르난도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 왕이저우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등이 발표자로 나서 한반도 평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교회가 한반도 분단의 아픔과 극복의 지혜를 공유할 해외교회 지도자들을 초청해 영성적이면서 학술적 성격을 지닌 국제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은 제1회의 ‘국제적 평화 달성을 위한 가톨릭의 역할’, 제2회의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제3회의 ‘한반도 평화현실 진단과 해법’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사드’(THAAD) 배치 찬반 논란도 이번 포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는 한반도 전면전의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볼 수 있어 사드를 남한에 배치할 실효성과 합리성은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대교구 민화위는 8월 22일 오후 서울 명동주교좌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라이 추기경과 호체바르 대주교,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반야루카교구장)가 참여하는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특별대담’도 열었다. 코마리챠 주교는 1990년대 초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으로 전쟁 전 25만 명이던 교구민의 90% 이상이 반야루카교구를 떠난 비극을 겪으면서도 박해자들을 품어 안았던 체험을 들려줬다. 또한 “반야루카교구는 공산주의의 탄압을 받고 있는 평양교구와 ‘영적 자매결연’을 맺고 지금도 순교자적 삶을 살고 있을 북한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8일, 박지순 기자]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특집] 어떤 내용 논의됐나


“평화는 무기 내려놓고 대화할 때 가능… 종교 뛰어넘는 연대 필요”

 

 

-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일정 중 8월 20일 마련된 제3회의에서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한반도 평화현실 진단과 해법’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회자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박건영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왕이저우 중국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학교 아시아학 소장(왼쪽부터).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세덕 신부) 부설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임강택) 주관으로 8월 19~20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에서 열린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는 분쟁을 경험한 국가의 고위 성직자들과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해법과 교회의 역할을 논의했다. 

 

‘평화의 길, 한반도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8월 19일 오후 5시 성신교정 대성당에서 열린 전야제와 20일 성신교정 진리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3회의에 걸친 발표로 구성됐다. 

 

전야제에서는 ‘분쟁에서 평화로: 국제평화를 위한 현장의 목소리’ 사례발표가 마련돼 ‘에코피스 암만’ 문께스 메이아르 대표와 ‘산 에지디오 공동체’ 마르코 프란치오니 아시아 담당관, 슬로베니아 루블랴나대교구 안톤 얌닉 보좌주교가 발언자로 나왔다. 

 

마르코 프란치오니 담당관은 국제사회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견지에서 북한에 의약품과 식량을 지원한 사실을 발표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지원이 본래 목적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해 확인한 결과 의약품과 식량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었다”며 “평화 만들기는 무엇보다 서로 얼굴을 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얌닉 주교는 DMZ 국제청년평화순례에 국내외 청년들과 동행한 체험에 대해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 청년들과 분단의 현장을 걸으며 어떻게 하면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번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의 핵심을 이루는 20일에는 먼저 제1회의 ‘국제적 평화 달성을 위한 가톨릭의 역할’에서 분쟁지역 고위 성직자들로부터 민족, 종교 분쟁을 극복한 영성을 들었다. 제2회의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서는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 등 세계 평화 정착에 기여한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짚었다. 마지막 제3회의 ‘한반도 평화현실 진단과 해법’은 제1회의와 제2회의에서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확산되는 사드 배치 문제 등 구체적 사안을 놓고 남북한이 갈등과 군사적 대결을 극복하고 평화 공존의 길로 나아갈 방안을 찾았다. 

 

포럼 발표에 앞서 기조연설을 맡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북한의 핵실험을 계기로 한반도에 군비경쟁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교회는 평화가 무기에 의한 힘의 균형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며 “지상의 평화를 가져오려면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종교의 한계를 뛰어넘는 연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 8월 20일 포럼 발표자와 관계자들이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제1회의 ‘국제적 평화 달성을 위한 가톨릭의 역할’

 

레바논 출신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수장, 총대주교)은 “레바논은 고통스러운 내전(1975~1989)에서 파괴와 수많은 인명피해, 분열을 겪었지만 결국 평화와 화해에 대한 좋은 경험을 했다”며 “이웃 아랍국가들의 도움으로 1989년 그 유명한 ‘타이프 협정’과 ‘국민화해헌장’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평화를 가져오려면 그 나라의 노력은 물론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라이 추기경은 근본적으로 레바논은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가라기보다 다른 중동 국가와는 달리 국가로부터 종교를 분리하고 그리스도인과 이슬람인의 상생을 고려한 1943년의 조약에 근거해 건국됐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어 “레바논의 공존공생 형태는 중동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전쟁을 해결하는 데 훌륭한 모범이 된다”고 밝힌 라이 추기경은 “평화와 화해는 문화의 본질이며 그리스도인의 사명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어디에서든 화해를 위해 활동하고 평화를 증진하라는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빙코 풀리치 추기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대교구장)은 “1990년대 초반 전쟁을 체험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람으로서 전쟁 중 개인적인 경험과 전쟁 후의 평화 재건을 위한 교회의 노력을 나누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교회는 전쟁 종식 후 ▲ 교육활동 ▲ 자선활동 ▲ 본당 공동체 건물 복구작업 ▲ 교회 재산 회복을 향한 혁신 ▲ 가톨릭 언론 설립에 역량을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풀리치 추기경 발표 내용에 따르면 교육활동은 전쟁이 종식되고 첫 번째 화해 과정으로 특히 젊은 세대 교육에 중점을 뒀다. ‘유럽을 위한 학교들’이라 이름 붙인 가톨릭계 학교들은 비록 정부의 인준을 받지는 못해 강력한 제재를 견뎌내야 하는 처지지만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주교위원회 산하에는 카리타스가 만들어졌고 모든 교구에는 교구 카리타스가 만들어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체를 대표하는 카리타스와 협력체계를 이룬다. 카리타스는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돌보면서 노숙인 급식소도 운영하며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풀리치 추기경은 “전쟁으로 파괴돼 아무것도 없는 본당 관할 구역에 사제를 파견해 본당 공동체를 다시 건설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며 “무너진 본당을 재건한 사제들의 용기는 감탄할 지경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공산주의 체제에서 빼앗긴 교회 소유 재산을 돌려받아 미래의 사제들을 위한 소신학교와 대신학교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으며 여론 조성과 신자들 사이의 연결망 보존을 도모하는 가톨릭 언론도 새롭게 변모시키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 풀리치 추기경과 함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 참여한 프란요 코마리챠 주교(반야루카교구장) 역시 “가톨릭 신자로서 인간 존엄성을 위해 일하는 내외국 신자들과 공유해야 하는 과제는 분명하다”며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가 공존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안전과 재건을 지지해 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는 전쟁과 테러 상황 속에서 교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평화와 화해를 실현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임무를 언급했다. 호체바르 대주교는 “산상설교 가운데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는 가르침처럼 하느님은 마음에만 현존한다”며 “가톨릭교회는 엄격한 교리나 기계적인 윤리를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가 놀랍도록 사랑받고 있는 기쁨을 발견하도록 돕는 종교”라고 말했다. 평신도들은 선하고 영감을 주는 관계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미 평화의 세상, 화해의 세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그는 “참된 평화는 보편적 평화”라는 말로 누구라도 혼자 힘으로는 보편적인 것을 만들 수 없듯 평화도 세계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중적인 관계를 거쳐 만들어진다”고 제시했다.

 

 

■ 제2회의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첫 발표자 박정우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간추린 사회교리」를 중심으로 가톨릭교회의 평화론을 전개했다. 박 신부는 “「간추린 사회교리」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여러 문헌에서 서술된 평화 개념을 하느님 안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의 이성적, 도덕적 질서 위에 세워진 가치이자 보편적 의무라고 규정한다”며 “단순히 전쟁의 부재나 적대 세력 간의 균형 유지가 아니다”고 정리했다.

 

박 신부는 가톨릭교회 문헌 중 성 요한 23세 교황이 1963년 발표한 「지상의 평화」가 세계 평화에 던져주는 중요한 의미를 짚고 “요한 23세 교황은 국가 간의 대립으로부터의 무장해제는 인간 마음의 무기를 제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가르쳤다”며 “평화라는 축복을 받으려면 회심, 즉 마음 속의 증오와 불의, 완고함, 이기심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 겸손의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키바 타다토시 전 히로시마 시장(현 히로시마 피스오피스 소장)은 올해 5월 27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지역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일을 세상을 바꾸는 화해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아키바 소장은 2010년 1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히로시마 방문을 요청했을 때 “그럼요, 가보고 싶습니다”라는 열정적 답변을 들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기까지 6년여 시간 동안 장애물들이 있었지만 결국 방문이 성사됐고 이 방문으로 원폭 투하를 정당하게 여기는 미국인들의 역사적 관점이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아키바 소장은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인간 본성 속의 더 나은 점들에 호소함으로써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이 등장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주드 랄 페르난도 더블린 트리니티 탈분쟁 정의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식민지 경험과 분단 상황에 주목하면서 “한국교회와 신앙 공동체는 한반도 분단 역사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고 전쟁 역사 속에서 교회의 역할에 대한 양심성찰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정의와 화해를 위한 윤리적 상상력과 권위를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제3회의 ‘한반도 평화현실 진단과 해법’

 

총론 성격인 제1회의와 제2회의에 이어 제3회의에서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해법을 위주로 각론이 논의됐다.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은 전쟁과 강압으로라도 북한 정권을 교체시켜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는 비현실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면서 북한 체제에 대한 무지의 소산일 뿐 아니라 편견에 가득찬 그릇된 소망”이라고 단정했다. 조 원장은 “한반도 통일과 평화는 남북한 모두가 변화하고 함께 진화(Coevolution)할 때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뜨거워지는 사드(THAAD) 문제도 논의됐다.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사드 배치를 정당화하는 한반도 전면전의 가정은 ▲ 북한이 남한 해방을 목적으로 전면전을 일으키는 경우 ▲ 북한 최고지도자가 정신이상으로 한국이나 미국을 공격해 전면전이 발발하는 경우 ▲ 북한의 우발적 도발이 전면전화 하는 경우 등이지만 모두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드 배치는 실효성과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이저우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역시 중국 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한반도의 평화를 검토하며 “사드는 한국 내에서의 정치적 압력도 무시 못할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사드 배치의 핵심 요소는 강대국 간의 라이벌 구도”라는 말로써 사드 배치에 반대 입장을 같이 했다. 왕이저우 부원장은 “한중 양국은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고위급 전략 대화를 실시해야 하고 중국은 남북한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앤드류 여 미국 가톨릭대학교 아시아학 소장은 종교적 성향을 드러내는 단체이면서도 북한에서 2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좋은 벗들’, ‘한국의 그리스도교 친구들’, ‘유진 벨 재단’을 예로 들어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강압적 방법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운 만큼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확히 지켜보며 신뢰를 기본으로 삼아 북한이 평화와 번영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8일, 박지순 기자]

 

 

[한반도평화나눔포럼 특집] 분쟁 지역 교회 지도자들에게 듣는 ‘평화’ 이야기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수장, 총대주교)과 빙코 풀리치 추기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대교구장),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안톤 얌닉 주교(슬로베니아 루블랴나대교구 보좌주교)는 모두 민족과 종교 분쟁을 겪은 지역의 교회 지도자들이다. 이들 중동과 동유럽 발칸지역 교회 지도자들은 분쟁의 와중에도 신앙을 중심에 두고 교회와 교구민들을 지켜냈다. 가톨릭신문은 이들로부터 평화와 화해를 이끌어낼 지혜와 영성을 들었다.

 

 

 빙코 풀리치 추기경(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대교구장)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희망의 증거자가 되어야 합니다. 희망이 없다고 좌절하는 순간에도 그리스도인은 희망의 불씨를 살라야 합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대교구장 빙코 풀리치(Vinko Puljic) 추기경은 8월 18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진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이루는 방법과 교회가 어떻게 평화실현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설명했다. 

 

풀리치 추기경은 우선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 대화하기’를 제시했다. 대화는 상대방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도구라고 표현한 추기경은 대화를 할 때에는 일방적으로 한쪽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교환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추기경은 대화가 없다면 “바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평화를 구축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 대화의 자리에 없다면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평화를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평화를 이룩하는 데 있어 ‘인간권리존중’과 ‘법 앞에 평등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직하지 않으면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그리스도인들이 항상 정직하기를 요청했다.

 

추기경은 보스니아에 있었던 내전과 평화협정 과정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인간을 존중하고 희망을 증거해야 한다”면서 교회 차원에서 평화를 실현하는 방법은 그리스도인이 삶으로서 평화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풀리치 추기경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교회가 평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현재도 하고 있다고 밝히며 “교회의 역할 중 하나는 생명인 복음을 전파해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스니아가 미국이 중재한 데이튼 협정(Dayton Agreement)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반도와 보스니아가 분단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했다. 

 

특별히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진짜 평화가 왔다는 의미가 아니”라며 “평화는 한 번 이루어졌다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1945년 보스니아 프리예차니에서 태어난 풀리치 추기경은 1970년 사제품을 받고 루비야 지역 탄광촌 주임 등을 역임했다. 1990년에 사라예보대교구장으로 임명된 후 1994년에 추기경 서품을 받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교회의 첫 추기경이 됐다. 추기경은 내전 중에 ‘화합과 용서, 치유’를 구현하며 평화를 이룩하고자 앞장서기도 했다. 현재 교황청 가톨릭 교육평의회 위원으로 재임 중이다. <이윤아 수습기자>

 

 

■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수장, 총대주교)

 

벱싸라 부트로스 라이 추기경(중동 및 안티오키아 마로나이트교회 수장, 총대주교)은 “한국이나 레바논이나 한여름에 몹시 더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한국의 더위에는 환대하는 마음과 따뜻함이 있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라이 추기경은 비록 일주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한국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며 호감을 드러냈다. 

 

라이 추기경은 한국교회에 대해 받은 인상에 대해 “서울 당고개와 절두산 순교성지에서 박해를 용기 있게 이겨내고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순교자들의 피에서 신자들이 탄생하는 교회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라이 추기경은 한국 신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중동교회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나 레바논 등 중동교회는 이슬람 신자들보다 600년 먼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살았던, 사도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교회라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풍요로운 그리스도교 문화를 꽃피웠던 곳에 이슬람이 들어오면서 중동은 이슬람 세력이 우세하게 됐고 종교 분쟁 같은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며 중동 지역이 처한 복잡한 종교적 배경을 풀이했다. 

 

그는 “중동은 전반적으로 이슬람 문화가 지배적이고 종교와 맞물려 돌아가는 사회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최고법이자 사회법의 기본으로 여겨져 군사와 사법을 포함한 국가 모든 영역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레바논은 다른 중동국가와는 달리 중동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국가와 종교가 분리된 정교분리 체제지만 국가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분리돼 있지는 않다”며 “국가가 하느님의 법을 어기지 않고 각 종교들은 서로의 종교법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슬람화된 중동 지역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필요한 지역이고 나는 ‘중동의 그리스도인은 중동에 남으라’고 항상 말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라이 추기경은 긴장과 갈등이 커져가는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 대신 “레바논은 그리스도교 신자들과 이슬람 신자들이 1943년 맺은 조약에 의해 대통령은 가톨릭에서, 국회의장은 이슬람에서 맡고 정부 각 부처에는 종교별로 공평하게 권리를 인정한다”고 답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나눠갖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형식적, 기계적으로 보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멋진 균형’이 없다면 레바논도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혼란과 충돌이 야기됐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순 기자>

 

 

■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 대주교(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

 

“용서할 수 없다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용서는, 하느님 은총 없이는 힘든 일입니다. 용서할 수 있는 우리는 주님 은총을 입은 그리스도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아버지를 잃은 소년은 ‘용서’를 외치는 평화의 사도가 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한 ‘2016 한반도평화나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8월 17~23일 6박7일간 한국을 찾은 스타니슬라브 호체바르(Stanislav Ho?evar·71) 대주교의 첫 일성은 ‘용서’였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교구장으로 사목해오고 있는 그의 조국은 같은 발칸반도 북서부에 있는 슬로베니아다.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 해체되면서 서로 적대 관계에 있던 나라를 오가는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평화를 향한 호체바르 대주교의 삶은 주님 뜻이라는 생각을 품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이 가난해서 도저히 사제가 되기 힘든 형편이었지만, 매일 6㎞길을 걸어 성당을 오가던 소년을 부르신 분은 주님이셨다. 

 

발칸의 화약고라 불리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의 경험은 평화를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1990년 살레시오회 슬로베니아 관구장으로 있으면서 ‘발칸인에게 평화를’이라는 평화 캠페인을 시작했다. 평화를 향한 그의 의지를 보셨을까, 2000년 베오그라드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되면서 그의 삶은 평화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가톨릭이 다수이던 나라에서 살다 가톨릭이 5% 안팎인 나라에서 사목한다는 것은 새로운 결심을 요구했다. 세르비아에 토착화하기로 한 것이다. 

 

“내 곁의 이웃이 누구인지 알아갈 때 평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비록 그 이웃을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닐 때 평화는 이뤄집니다.”

 

그의 평화 체험과 의식은 역사적 연원이 있다.

 

“발칸에는 이미 사도시대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평화도 이런 역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도시대부터 이어져오는 복음화 열정을 되살려 주님이 바라시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다워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직함을 되찾아야 합니다. 먼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속고 속이는 일이 반복되는 한반도, 이 땅에 평화가 사라진 까닭을 이국의 주교를 통해 듣는 아픔이 뼈저리게 다가왔다. <서상덕 기자>

 

 

 안톤 얌닉 주교(슬로베니아 루블랴나대교구 보좌주교)

 

안톤 얌닉 주교(슬로베니아 루블랴나대교구 보좌주교)는 8월 17~23일 한국을 찾아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가 주최한 ‘2016 세계평화의바람’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청년들과 함께하며 젊어졌다”는 말부터 꺼냈다. 

 

얌닉 주교는 55세로 2016 세계평화의바람에 참가한 외국 주교단 가운데 가장 젊은 데다 국내외 청년들 90여 명과 ‘DMZ국제청년평화순례’에도 동행해 땀을 흘렸다. 그는 “평화와 일치를 위해 청년들이 걸어간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이어져야 하고 DMZ국제청년평화순례를 마련한 서울대교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순례라는 것은 인생살이와 같은 것으로서 편하게 지내지 않고 해야 하는 무엇인가를 지금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사람이 참여하게 된다”며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젊은이들에게 여러 유혹이 있었을 것이지만 자유와 용기의 행동을 젊은이들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계속해 “DMZ국제청년평화순례에서 알 수 있듯 걷는 것 자체인 인생에서 혼자 가면 불안하지만 함께 가면 힘든 여정도 오래 갈 수 있고 함께 걷는 과정에서 사람 사이에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얌닉 주교는 또한 “지금 시대는 돈으로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원하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를 사귈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옆에 있어준다는 가치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가족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아시아 교회에 예수님께서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이번 순례에서 느꼈고 유럽 교회도 배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2006~2009년 슬로베니아 주교협의회 가톨릭 교육 및 대학 담당으로 일하면서 2009년 슬로베니아 최초로 가톨릭계 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고 초대 학장을 역임하며 청년사목을 담당한 얌닉 주교는 특히 청년들이 교회와 기성세대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유럽, 미국 등에서 온 청년들이 한국 청년들과 함께 무더위를 이겨내며 순례하는 모습에서 교회는 에너지를 발견할 뿐 아니라 신앙 안에서 모두가 이웃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얌닉 주교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종교 간 분쟁에 대해서는 “중동이나 동유럽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반복되는 종교분쟁은 표면적으로는 종교 간 갈등과 충돌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강대국들의 정치와 경제 논리가 숨어 있다”면서 “종교분쟁은 결국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빚어내는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순 기자>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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