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4일 (화)
(백)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초목은 모두 뽑힐 것이다.

성경자료

[성경] 성경 - 그리스도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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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30 ㅣ No.4942

[믿음과 은총] 성경 - 그리스도와의 만남

 

 

“이번엔 정말 성경 통독에 성공해야지!” 하며 성경을 펼친다. 창세기. 익숙한 내용이다. 이미 몇 번을 읽었다. 내 성경에 유일하게 손때가 묻어있는 곳이다. 아담과 하와를 비롯한 창조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탈출기. 분량이 많아지기는 하지만 아직 읽을 만하다. 이스라엘 백성의 긴박함이 느껴진다. 레위기. 규정이 자꾸만 나온다. 복잡해진다. 지루해진다. 민수기, 신명기를 넘지 못하고 다시 책을 덮는다.

 

이렇게 우리는 성경을 마주했다. 창세기를 시작으로 탈출기를 지나 열심히 읽어보려 했지만, 역사서는 고사하고 모세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조차도 완독하지 못했다. 그렇게 성경은 지루한 책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성경을 바라보면 마음 한 켠에 부담만 남아있다. ‘읽어야 하는데...’ 하며 미루고 있는 마음의 짐. ‘너무 길어 읽다 보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는데...’ 하는 집중력 감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소설이나 희곡과 같은 책 한 권을 펼치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야기 전개 구조를 따라가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발단’부터 ‘전개’, ‘위기’를 거쳐, 이야기의 주제가 드러나는 ‘절정’을 지나 ‘결말’로 마무리되는 이야기 구조에 빠져든다. 성경이 소설이나 희곡 같은 문학 장르는 아니지만 우리는 성경의 ‘발단’을 넘어 ‘전개’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책을 덮을 때가 많다. ‘절정’의 내용을 알고 나면 이만큼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책은 없을 텐데 말이다.

 

성경은 인간의 언어로 쓰인 하느님의 말씀이자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인류의 구원을 약속한 계약이다. 계약의 역사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과 맺은 ‘옛 계약’을 뜻하는 구약(舊約)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완전히 새로워진 ‘새로운 계약’인 신약(新約)으로 나뉜다. 두 시대의 계약(약속)의 역사는 우리가 자주 열어봤던 창세기의 천지창조부터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 베푸신 인간의 구원의 역사[救世史]를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의 구원의 역사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을 우리는 미사 때마다 듣고 있다. 성경이 지루해 열어볼 엄두도 못 낼 때가 많다고 했지만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복음’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을 듣고 있다. 그리고 창세기에만 손때가 짙었던 구약성경도 주일 제1독서를 통해서 읽고 나면 묘하게 복음의 내용과 맞물림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렇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며 같은 하느님의 말씀, 그리고 그 말씀의 절정인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발단과 전개, 위기와 절정을 거쳐 결말의 줄거리를 주일 복음을 통해 매번 요약해서 듣고 있었다.

 

하지만 매 주일 제1,2독서와 복음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는 하느님의 인간을 향한 사랑의 대서사시를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야기의 클라이맥스(climax)를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사건이다. 성경의 줄거리를 알았다. 그것을 잊지 말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절정의 줄거리를 자꾸만 잊는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룩한 책인 성경을 두고 ‘악마의 편집’을 행하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성경을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어, 그 절정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혹은 자신의 집단의 교주임을 짜 맞춘다. 성경은 비유로 쓰여 있다고 속이고, 말씀에는 짝이 있다고 현혹한다. 성경은 언약과 성취로 되어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루어질 성취에 집중해야 한다며 헛된 기대를 심는다.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 묵시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그 시작을 잘 해석해야 한다고 사람들을 선동한다. 이 모든 책략 뒤에는 자신들의 교주를 하느님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그것을 위해 성경의 중심이자 절정인 예수 그리스도를 교묘하게 뒷전으로 미룬다. 아니, 미루다 못해 실패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성경을 읽기도 전에 성경의 줄거리를 자주 들어왔다. 또한 성경의 중심인물과 그가 이루는 역사의 절정을 우리는 마음 안에 살아있는 생생함으로 만나 왔다. 그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성경의 모든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있다. 이제 그분을 만나기 위해 성경책을 열어보자. 성경의 살아있는 말씀은 그리스도와의 진한 만남을 이루어줄 것이다.

 

[2020년 6월 28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인천주보 4면, 명형진 시몬 신부(선교사목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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