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3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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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신약] 사도행전 이야기29: 코르넬리우스의 환시(사도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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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8-24 ㅣ No.4738

[이창훈 위원의 사도행전 이야기] (29) 코르넬리우스의 환시(사도 10,1-8)


이방인의 환시와 천사의 전갈

 

 

카이사리아의 이탈리아 부대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는 기도 중에 환시를 보고 야포로 사람을 보내 시몬 베드로를 데려오게 한다. 사진은 시몬 베드로가 야포에서 묵은 무두장이 시몬의 집으로 전해지는 곳.

 

 

신심 깊은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

 

카이사리아에 코르넬리우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부대라고 부르는 군대의 백인대장이었습니다.(10,1) 카이사리아는 샤론평야 북쪽에 있는 지중해 연안 도시로 사마리아 지방의 서쪽 끝자락에 위치합니다. ‘카이사리아’(황제)라는 이름이 뜻하듯이, 이 도시는 예수님 탄생 때 온 유다 지방을 다스리던 헤로데 대왕이 기원전 22년에 로마 황제를 위해 재건한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남쪽 이집트에서 해안 길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방으로 이어지는 육로 비아 마리스(Via Maris)가 통과하는 지점에 있어 육상 교통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팔레스티나에서 바다를 통해 지중해 연안의 여러 도시로 연결되는 해상 교통로의 출발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로마 제국의 지방 총독 관저가 있었고 로마 군대도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방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였습니다.

 

코르넬리우스는 이곳에 주둔하는 이탈리아 부대의 백인대장이었습니다. 이 로마 군대를 ‘이탈리아 부대’라고 부르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소집된 병사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백인대장이란 백 명의 부하를 거느린 군 장교를 말하는데, 오늘날 군체제로 치면 중대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사병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제일선 지휘관이어서 병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속주에 파견된 로마 군대의 백인대장의 위세는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코르넬리우스라는 이름은 당시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는 당연히 로마 시민권을 지닌 로마인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로마 군대의 장교가 식민지 유다의 백성들이 믿는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것 자체가 예사로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코르넬리우스는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 “온 집안과 함께”, 말하자면 가족과 하인들까지 모두 함께 “하느님을 경외하는 신심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유다 백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고 늘 하느님께 기도했다”고 사도행전 저자는 전합니다.(10,2)

 

 

환시에 나타난 하느님의 천사

 

“어느 날 오후 세 시쯤”에 코르넬리우스는 환시 중에 자기 있는 곳으로 하느님의 천사가 들어와 “코르넬리우스!” 하고 부르는 것을 “똑똑히” 봅니다.(10,3) 오후 세 시는 유다인들이 오후에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특히 성전에는 매일 오전과 오후에 정기적인 제사를 드렸는데, 오후 제사를 오후 세 시쯤에 드렸다고 하지요. 베드로와 요한이 예루살렘 성전으로 기도하러 간 시간도 오후 세 시였습니다.(3,1) 말하자면 코르넬리우스는 낮잠을 자거나 아니면 다른 어떤 일로 비몽사몽 간에 환시를 본 것이 아니라 기도 시간에 맞춰 기도할 때에 환시를 본 것입니다. “똑똑히”라는 표현이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르넬리우스는 천사를 “유심히 바라보며 겁에 질려” 묻습니다. “천사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러자 천사가 대답합니다. “너의 기도와 너의 자선이 하느님 앞으로 올라가 좋게 기억되고 있다. 이제 야포로 사람들을 보내어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데려오게 하여라. 그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묵고 있는데 그 집은 바닷가에 있다.”(10,4-6)

 

이 대목에서 두 가지를 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코르넬리우스는 겁에 질렸지만 천사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이는 코르넬리우스가 백인대장이라는 군인 신분임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무슨 일이냐는 코르넬리우스의 질문에 대한 천사의 답변입니다. 이 답변은 둘로 나뉩니다. 첫째는 코르넬리우스가 기도와 자선을 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알고 계실 뿐 아니라 좋게 보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야포로 사람을 보내어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데려오라는 것입니다. 맥락으로 볼 때 하느님께서는 코르넬리우스의 기도와 자선을 좋게 보셨기에 베드로라는 시몬을 데려오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야포로 사람을 보내어 데려와야 할 베드로라는 시몬이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무두장이란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뽑아내고 가죽을 부드럽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천한 직업이었습니다.

 

코넬리우스는 베드로라는 시몬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다만 그 사람이 바닷가에 있는 무두장이 시몬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신분이 낮은 사람일 것이라는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천사가 말을 마치고 떠나자 바로 “집종 두 사람과 자기가 데리고 있는 군사들 가운데 신심이 깊은 사람 하나를 불러, 모든 일을 이야기해주고 나서” 야포로 보냅니다.(10,7-8) 카이사리아에서 야포까지는 60㎞가 넘습니다. 걸어서라면 이틀은 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생각해봅시다

 

이탈리아 부대의 백인대장 코르넬리우스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로마 제국의 백인대장이라면 식민 지배를 받는 민족과 관련해서는 여러모로 얕잡아보기가 쉬운데 코르넬리우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느님을 경외했을 뿐 아니라 유다인들이 지키는 경신례 관습에 따라 빠짐없이 기도를 바쳤습니다. 그는 자기 혼자 하느님을 믿은 것이 아니라 온 집안과 함께 믿었습니다. 한마디로 코르넬리우스는 선과 진리를 진심으로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거기에 열려 있는 사람이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났을 때에 두려워하면서도 귀를 기울일 수 있었고, 미천한 무두장이 집에 머무르는 시몬 베드로라는 사람을 데려오라는 전갈에 두말없이 사람을 보내어 데려오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유다교로 개종하지는 않았지만 유다인들이 믿는 하느님을 경외하면서 많은 자선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코르넬리우스의 이런 자세는 선과 진리를 찾는 사람들의 귀감이 됩니다. 그뿐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다고 자처하면서도 하느님께 열려 있지 못하고 오히려 참모습을 가려 버리는 이들에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19항 참조) 경종이 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8월 25일, 이창훈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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