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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위기의 부부생명선, 르트루바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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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2 ㅣ No.41

[경향 돋보기] 혼인위기의 부부생명선, 르트루바이 주말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47.4%로 OECD 국가 중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3위다. 급증하는 이혼율에 따라 교회 안에도 이혼자들이 늘면서 교회에 등을 돌리는 신자들도 늘고 있다. 2005년 말 기준 교회법정에 소송을 제기, ‘혼인무효’ 판정을 받은 건수도 462건이나 된다.

 

가정의 해체는 결코 한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교회가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다. 이혼 위기에 놓인 신자 가정이라면 어떻게든 사목자의 도움을 바랄 것이다. 사목 상담자가 이러한 위기에 빠진 가정에 신앙적 도움과 함께 인간적이며 실제적 상담으로 도움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신자 가정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은 하느님이 맺어준 사랑의 결실이고 가정의 중심은 부부다. 부부간에 대화가 부족한 것이 가정 해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가정에도 대화 부족이 심각하고, 이혼 상태에 놓인 부부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말은 하지만 서로의 마음을 읽고 주고받는 대화를 잘 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배우자에게 상처 주는 말이 큰 싸움으로 번져 위기까지 치닫는다. 대화도 기법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

 

올바른 의사소통을 통해 이혼 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혼인생활을 되돌리는 사목 프로그램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다. 오는 12월 14-16일 서울 한남동 성 프란치스꼬 피정의 집에서 첫 주말을 진행하는 ‘르트루바이’(Retrouvaille)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14년 동안 미국에서 르트루바이 주말을 여러 차례 체험한 뒤 첫 주말을 준비하고 있는 전 요한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를 만나 난파 위기의 가정을 살려낼 부부생명선, 르트루바이 주말에 대해 알아보았다.

 

 

혼인 재발견, 르트루바이

 

프랑스어로 ‘혼인 재발견’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르트루바이 주말은 혼인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부들을 위한 국제적인 프로그램이다. 혼인생활에 실망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는 부부들을 위해 배우자와 새로운 관계를 회복하고 갈등의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하였으며, 실제로 전 세계 많은 부부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혼인생활을 회복했다. 고민에 빠진 이들의 혼인생활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경청하는 방법, 용서하는 방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르트루바이는 부부일치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추구해 온 매리지 엔카운터(ME)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1970년대 중반 이후 ME는 부부 평등 실현과 가정성화에 이바지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ME는 이미 원만하게 사는 부부들이 더 친밀하게 잘 살며 교회와 사회를 쇄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르트루바이는 1977년 캐나다의 퀘벡 프로방스에서 프랑스어로 진행된 ME 주말에 위기에 처한 부부들이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 부부들은 발표하는 부부들의 즐거운 이야기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바쁜 사람들, 어렵게 사는 부부들에게 맞는 내용으로 만든 것이 르트루바이다.

 

1982년 이후 토론토에서 구체화되어 발전시켰으며, 그 후 영어로 번역되어 캐나다와 미국의 르트루바이 단체들과 프로그램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의 대다수 지역을 비롯하여 아르헨티나, 호주,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쿠바, 아일랜드, 멕시코, 뉴질랜드, 파나마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말과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르트루바이의 핵심은 부부간 깊은 대화

 

르트루바이 프로그램은 ME 프로그램처럼 부부간의 깊은 대화를 가장 중요시하고, ME와 진행방식도 비슷하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르트루바이 주말에서는 ‘신뢰’와 ‘용서’ 영역에 무게 중심을 둔다. 바닥까지 내려간 부부들이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아픔, 갈등에 대해 발표하는데 결론은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례 발표를 통해 부부들은 다른 부부들도 똑같은 문제로 고민을 했고 위기를 해결했다는 것에서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리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들어왔다가 마칠 때는 ‘우리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거룩하고 영적인 분위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르트루바이 주말은 정신치료나 감수성 훈련과도 다르다. 세미나나 카운슬링이나 성령쇄신과도 다르다. 주말에서는 위기에 처한 부부들의 문제를 배우자가 아닌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주말의 과정은 참여적이며,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분위기 속에서 부부가 함께 변화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룹 나눔도 없고 공식자리에서 자기네 비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천주교 중심이지만 이웃 종교인도 참여

 

르트루바이 주말에는 폭력 ? 파산 ? 외도 ? 도박 ? 대화 부족으로 파탄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들과 이혼 직전의 부부들이 참여한다. 사회에서 이혼을 했지만 교회 안에서 아직 이혼을 하지 않은 부부들도 들어올 수 있다.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고통의 과정 속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올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면담도 한다.

 

르트루바이 프로그램은 전통 가톨릭에 근거하고 있지만 다른 종교나 또는 종교가 없는 부부들도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특정한 종교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신론자, 개신교나, 이슬람교, 유대교 등 타종교인들도 참여한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참가자 가운데 60%가 신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프로그램은 가톨릭 신학과 심리학, 성사 중심이어서 이웃 종교인들이 약간 이질감이나 소외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초점은 혼인생활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주말이 끝난 뒤 몇 차례 주말 후속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모임은 주말을 경험한 뒤 새로 발견한 혼인생활을 잘 지속하고, 혼인과 사랑에 관련된 다른 주제들을 탐구해 보면서 다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르트루바이 주말에 참여하여 변화를 경험한 부부들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소개한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표류하면서 모르는 사람처럼 지냈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쓰라림과 노여움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대화는 거의 없었고 서로에게 무관심하였습니다. 르트루바이 주말 덕분에 우리 부부는 각자가 잘못한 것을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르트루바이 주말이 우리의 문제나 걱정거리를 직접 해결해 주지는 않았지만 그 해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성숙하게 대화하는 법을 알려준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의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얻습니다. 르트루바이 주말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것들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문의 : 혼인재발견 한국협의회(☎ 02-929-2141)

 

[경향잡지, 2007년 12월호, 김민수 아우구스티노(경향잡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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