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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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 이야기: 성체 찬미가 연재 (2) Pange Lingua - 구원의 역사를 읊는 장엄한 서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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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음악 이야기 II] 성체 찬미가 연재 ② Pange Lingua - 구원의 역사를 읊는 장엄한 서사시
성체 찬미가의 여정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노래는 〈Pange Lingua Gloriosi Corporis Mysterium〉, 곧 “입을 열어 찬양하세, 영광스러운 몸의 신비”입니다.
이 성가는 매년 성목요일, 발씻김 예절이 끝난 뒤 성체를 수난 감실로 옮길 때 울려 퍼지며, 우리를 자연스럽게 최후의 만찬의 밤으로 이끕니다. 단순한 행렬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교회가 걸어온 구원의 역사 전체를 노래로 기억하는 순간입니다.
〈Pange Lingua〉는 총 여섯 개의 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 비교적 짧은 시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체 성사의 제정, 그리고 그 신학적 결론까지 놀라울 정도로 압축해 담아냈습니다.
1–2절은 강생의 신비, 곧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의 삶을 노래합니다. 3–4절에서는 시선이 자연스럽게 최후의 만찬으로 옮겨갑니다. 율법이 정한 파스카 음식을 드신 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제자들에게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주시는 결정적 순간이 펼쳐집니다.
여섯 절 가운데 마지막 두 절(5·6절)은 오늘날 우리에게 〈Tantum Ergo〉라는 이름의 독립된 성가로 더 익숙합니다. 성체 강복 때마다 반드시 불리는 이 짧은 노래 안에는 성체성사의 핵심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Et antiquum documentum novo cedat ritui(낡은 법규는 물러가고, 새로운 예식이 들어오리라.)” 여기서 말하는 ‘낡은 법규’는 구약의 희생 제사, 곧 짐승의 피로 드리던 제사를 뜻하며, ‘새로운 예식’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바치신 성체 성사를 가리킵니다. 이는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라, 인류 구원 역사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선포하는 선언입니다. 더 이상 다른 희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자신이 완전한 제물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이 성가를 감상하거나 직접 부를 때, 특별히 주목해 볼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라틴어의 운율감입니다.
각 행의 끝이 –um, –i 등으로 맞물리는 각운은 읽는 것만으로도 장엄한 음악성을 만들어 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냉철한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탁월한 시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둘째,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입니다.
제3선법(프리지아 선법)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신비로우며 마치 기도가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르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화려한 반주 없이도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당 공간을 가득 채우는 힘, 그것이 바로 이 성가의 매력입니다.
〈Pange L ingua〉를 부를 때 우리는 단순히 오래된 가사를 되뇌는 것이 아닙니다. 2천 년 전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되어, 오늘 이 순간 우리 제대 위에서 완성되는 구원의 신비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번 주일, 성체 앞에 잠시 머물며 이 노래의 가사를 천천히 묵상해 보시면 어떨까요. 익숙한 선율 속에서, 믿음이 감각을 넘어 우리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2026년 2월 15일(가해) 연중 제6주일 대전주보 7면, 신혜순 데레사(연주학박사, 지휘)] 0 9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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