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2일 (목)
(녹) 연중 제5주간 목요일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레지오ㅣ성모신심

허영엽 신부의 나눔: 기도와 희망, 사랑과 평화, 사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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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2-04 ㅣ No.1002

[허영엽 신부의 ‘나눔’] 기도와 희망, 사랑과 평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 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의 시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입니다. 

 

우리들도 모두 이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는 103위 한국 순교 성인 시성 42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금은 성인품에 오르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1984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시성식을 주례하셨습니다. 지금은 공원이 된 여의도광장에서 거행된 시성식에 당시 100만 명이 참석했습니다. 그 당시를 회고하면 우리 교회의 모든 신자들이 무엇보다 먼저 신앙 선조들의 시복과 시성을 위해, 특히 레지오 단원들이 열심히 기도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천주교회는 선교사가 아니라 신자들이 학문 연구를 통해 신앙을 찾아 자발적인 노력으로 교회를 세우고 신앙을 실천했던 특별한 역사를 지닌 교회입니다.

 

우리나라의 천주교는 특별히 성모님의 전구를 중요시하기에, 모르는 이들은 “마리아 교회”라고 할 만큼 성모님을 극진히 공경합니다. 성모님을 믿음의 존재가 아니라 다른 성인들처럼 존경하는 존재인 것을 잘 모르기에 갖는 오해입니다.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예수님의 생애와 고난, 부활을 묵상하는 묵주기도는 우리나라 신자들이 가장 즐겨하는 기도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에는 평신도 신앙 공동체이며, 성모 신심과 깊은 관련이 있는 단체인 레지오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묵주기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어

 

레지오의 시초는 1921년 더블린에서 빈첸시오 회원들이 모여 기도와 영적독서, 활동 중에서도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환자들을 더욱 잘 위로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모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53년 5월 31일에 목포 산정동 본당에서 창단되었습니다. 당시 치명자의 모후(남성 쁘레시디움), 평화의 모후(여성 쁘레시디움), 죄인의 의탁(혼성 쁘레시디움)으로 3개가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광주교구장 헨리 주교님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나라가 황폐해져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성모 신심과 덕행을 정신적 지주로 삼게 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레지오 활동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그 이후 레지오는 우리나라 천주교의 가장 대표적인 신심 단체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천주교가 발전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나도 고등학교 때 레지오 단원인 친구가 협조단원이 되어달라 부탁해 함께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에도 집에서 매일 저녁 어머니와 함께 묵주기도를 바쳤습니다. 기도가 늘 즐거운 기억만은 아니었는데, 똑같은 성모송을 반복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다 보니 무릎 꿇은 다리가 저리기도 하고 동생과 장난치다가 혼나기 일쑤였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성모상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시거나 이불을 꿰매거나 다듬잇방망이를 두드리거나 부엌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신 채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다른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밤중에 성모상 앞에서 작은 초 하나를 밝힌 채 낮은 소리로 묵주기도를 드리시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기도 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들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인호 베드로 작가가 병상의 어머니와 함께 기도한 이야기가 내내 기억에 남습니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는 병이 깊어 귀도 어두워지고 눈도 잘 못 뜨고 누워계셨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생일날 우두커니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문득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 어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영감을 느꼈다.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가 묵주와 성수를 들고 나는 다시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문을 걸어 잠그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기도하실래요?’ 나는 어머니가 기도하자는 것을 좋아하실지 어떨지 자신이 없었으므로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기도 말이야, 기도하자구?’ 어머니는 순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감은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셨다. 둘이서 묵주기도를 끝낸 후 어머니가 말했다. ‘고맙다, 아범아’”<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최인호>

 

 

희망과 사랑, 평화는 기도에서 시작해

 

새해를 맞이하면서 또 한 번 희망을 갖고 한 해를 시작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습니다. 인생의 길이 험난할수록 우리는 절망하지 않고 착하고 슬기로운 희망을 하느님께 가져야 합니다. 희망의 사람이 되면 당연히 사랑을 실천하고 주변에 평화를 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일상사에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이웃을 도우려고 애쓰고, 가난한 이와 함께하려는 모든 노력들은 분명히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증거가 됩니다. 그 열매는 항상 향기롭고 아름답고 풍요롭습니다.

 

희망과 사랑, 평화는 기도에서 시작합니다. 세상이 각박하더라도 둘러보면 자신도 어려운 중에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자신을 나누는 따듯하고 다정한 이웃들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느끼게 해주는 분들입니다. 마치 어두운 밤을 비추는 새벽의 여명과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우리도 올해는 기도와 희망, 사랑과 평화의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1월호,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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