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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국천주교회 성가책2: 20세기 전반기의 한국 천주교회 성가책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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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1-05 ㅣ No.1916

[한국천주교회 성가책 2] 20세기 전반기의 한국 천주교회 성가책들 2


-  『朝鮮語聖歌』 초판(1923년)과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1928년)1)

 

 

독일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1909년 서울 백동(혜화동)에 정착하여 선교와 교육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원산대목구’가 1920년에 설정되어 함경남북도와 만주 간도(間島) 지역을 담당하게 되면서, 서울 백동의 베네딕도 수도회는 1920년부터 철수하기 시작하여 1927년 함경남도 덕원으로 완전히 이전하였다.1)

 

 

1. 『朝鮮語聖歌』 초판에 대한 근거

 

『朝鮮語聖歌』(<보기1>)가 1923년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출판되었는데 지금은 분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1928년에 덕원에서 출판된 『朝鮮語聖歌』 재판 제1쪽의 ‘인준서’(<보기2>)를 통해 초판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 제1쪽의 ‘인준서’는 두 부분으로 구별된다. 먼저 『朝鮮語聖歌』 ‘초판의 서문’이 출판되었던 내용 그대로 인용되었다. 그리고 슈미트(P.Chrys Schmid) 대목구장 서리(Provicarius)가 1928년 4월 5일에 『朝鮮語聖歌』 ‘재판’을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초판의 서문’은 이러하다 :

 

“평화!

교회 법률에 의하여 자국어 성가가 허가됨에 따라 이 성가들이 우리 대목구(Vicariatus)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 불리는 것을 허락합니다.

그러나 이 성가들이 개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인쇄되려면 그 전에 인준이 또 다시 요구됩니다.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인장과 봉인을 덧붙여 서울 우리 수도원에서

1923년 6월 30일

신(辛) 보니파시오 사우어(Bonifacius Sauer, O.S.B.) 주교 겸 아빠스.”

 

 

 

『朝鮮語聖歌』 재판의 인준서에 제시된 ‘초판의 서문’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점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로 1923년에 출판된 『朝鮮語聖歌』가 한국 천주교회의 첫 번째 공식 성가집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현재 분실되었지만 1928년 재판을 통해 존재의 확실성과 초판 성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로 ‘원산대목구’가 설정되던 1920년부터 베네딕도 수도원이 서울에서 철수하기 시작하여 1927년 덕원에 완전히 정착하는 과정에서, 1923년 서울에서 인쇄한 『朝鮮語聖歌』를 서울과 덕원에서 모두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2. 『朝鮮語聖歌』 초판과 재판의 성가들

 

『朝鮮語聖歌』 재판 제2쪽에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P.Andreas Eckardt, O.S.B.)가 쓴 ‘재판 서문’(Praefacio ad Editionem Alteram)(<보기3>)을 통해 초판과 재판의 성가들을 구별할 수 있다 :

 

“이 두 번째 판본의 성가 순서는 초판과 전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약 30곡 이상의 곡이 새롭게 첨가되었는데, 죠션어 셩가(경셩1924 2))에서 6, 8, 9, 10, 14, 28, 30, 36, 37, 40, 41, 45, 55, 64, 66, 69, 70, 73 그리고 76번이 취해졌는데, 목록에(in indice) ‘S’라는 문자와 함께 그 책의 쪽수를 표기3)하였다. - 초판에 있던 곡들은 초판의 쪽수를 괄호로 처리하였다. - 35번과 52번은 카니시오 신부의 노고이고 ; 사랑하는 카시아노 신부의 33번 ; 그리고 플라치도 신부의 작품으로 12, 17, 39,4) 67 그리고 68번 ; 이 모든 것에 대한 고마운 기억을 간직하는 것이 나에게는 달콤하다.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시기 위하여(u.i.o.g.D.)5) 모든 것을!

성 베네딕도 수도원, 덕원 1928년, 안드레아스 엑카르트 신부 O.S.B.”

 

 

 

『朝鮮語聖歌』 재판에서 성가 번호는 총 80번까지 제시하고 있으나, ‘46번(생활하신 예수)’은 “17번을 보라”는 지시로써 같은 곡이므로 결국 79곡 수록하고 있다.

 

서문에 밝힌 내용대로 이 성가들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첫째로 초판의 쪽수가 표기된 성가는 41곡이며, 이 중에서 카니시오 신부의 2곡(35번, 52번)과 카시아노 신부의 1곡(33번)이 포함된다.

 

둘째로 『죠션어 셩가』에서 발췌한 19곡이 있다. 이 중에서 14번과 66번은 동일한 노래로서 ‘무변해샹’이다. 그런데 14번은 첫 마디가 박자에 맞지 않은 음가로 구성되었으며, 전체적으로 2성부로서 6절까지, 또 후렴은 가사만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66번은 1성부의 5절까지 노래와 3성부의 후렴으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로 플라치도 신부의 작품 5곡(12번, 17번, 39번, 67번, 68번)이 있는데, 39번이 목록에서 누락되었다.

 

넷째로 성가번호와 쪽수만 표기된 14곡이 있다.6)

 

 

3.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의 구성

 

총 81쪽의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은 1~2쪽의 인준서와 서문, 3~79쪽의 성가 그리고 80~81쪽의 목록(Index)으로 구성된다.

 

성가 부분(3~79쪽)은 3쪽에 “만국의 백셩들아! 텬주를 찬숑찬미할지어다!”라는 찬미 기도로 시작(<보기6>)되며, 마지막 79쪽 하단에 “finis 24.6.28. Ut in Omnibus glorificetur Deus!” 즉 “1928년 6월 24일 완료.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은 영광받으소서!”로 마무리한다(<보기7>).

 

성가 부분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

 

I. Cantus Missae : 각 미사곡은 Ad Introitum, Ad Offertorium, Post Consecrationem, Ad Communionem 으로 이루어진다.

- Veni Sancte Spiritus(셩신가)(3쪽 ; 1번)

- 첫 번째 Missa(4-6쪽 ; 2번-5번)

- 두 번째 Missa(7-11쪽 ; 6번-9번)

- 세 번째 Missa7(11-16쪽 ; 10번-14번)

- 네 번째 Missa de Requiem(16-18쪽 ; 15번-17번)8)

 

II. Ad Benedictionem

- 첫 번째 성체강복(19-24쪽 ; 18번-23번)

- 두 번째 성체강복(25-29쪽 ; 24번-26번)

 

III. Tempore Adventus 장림때(29-31쪽 ; 27번-28번)

 

IV. In Nativitate Domini 예수셩탄때(31-38쪽 ; 29번-37번)

 

V.9) Tempore Quadragesimali 봉재때(39-42쪽 ; 38번-42번)

 

VI. Tempore Paschali 부활 때(42-45쪽 ; 43번-46번)

 

VII. Tempore Pentecostes 셩신강림때(45-47쪽 ; 47번-48번)

 

VIII. In honorem Corporis Christi 셩톄가(47-50쪽 ; 49번-52번)

 

IX. In honorem Ss. Cordis Jesu 셩심가(50-53쪽 ; 53번-55번)

 

X.10) In honorem Ss. Trinitatis 셩삼가(54-55쪽 ; 56번)

 

XI.11) In honorem B. Mariae Virg. 셩모가(55-68쪽 ; 57번-70번)

 

XII. Pro aliquibus Festis et occasionibus(68-79쪽 ; 71번–80번)

 

 

 

 

4.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의 특성

 

첫째로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은 독일의 아욱스부르크(Augsburg) 교구 성가집인 ‘Laudate’의 편집 체계와 성가에 의존함으로써 독일 성가가 주류를 이룬다. 여기에 서울 『죠션어 셩가』에서 19곡을 첨가함으로써 프랑스 성가도 포함되었다.

 

둘째로 미사곡과 성체강복 성가들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었다는 점으로서, 이는 같은 시대의 『죠션어 셩가』와 명확하게 구별된다.

 

셋째로 그레고리오 성가를 수록하고 있는데, ‘22번(Adoremus)’과 ‘25번(Ave verum)’은 8분음표와 4분음표로 표기된 오선 악보에 가사는 한글 발음대로 적었으며, ‘57번(Salve Regina)’과 ‘58번(Regina coeli)’은 악보 없이 가사만 한글 발음대로 적었다.

 

넷째로 네 개의 도문(‘20번 Litaniae Ss.Cordis Jesu 셩심도문’ ; ‘26번 Litaniae de Ss.Nomine Jesu 예수도문’ ; ‘59번 Litaniae Lauretanae 셩모덕셔도문’ ; ‘74번 Litaniae de S.Josef 요셉도문’)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음악적 형식 안에서 한국의 전통적 음악의 색채를 느낄 수 있다(<보기8>). 이 곡들은 1938년의 덕원 『가톨릭 성가』(<보기9>)에 그대로 전해진다.

 

다섯째로 도문을 제외한 모든 곡은 사실상 서양 성가를 그대로 옮겨 적은 것으로서 단지 가사만 우리말일 뿐이다. 즉 한국의 고유한 음악적 색채를 거의 완전히 상실하였다.

 

여섯째로 Pro aliquibus Festis et occasionibus(기타 축일과 여러 경우에)에 다양한 성가들이 수록되었다 :

‘71번 호슈텬신셩가’, ‘72번 셩 요셉가’, ‘73번 셩요셉 찬양’, ‘74번 Litaniae de S.Josef 요셉도문’, ‘75번 In honorem Ss.P.Benedicti 셩 분도가’, ‘76번 In hon. B.Martyrum Coreensium 조션복쟈찬양가’(<보기10>), ‘77번 Ad Preces Matutinas 조과가’(<보기11>), ‘78번 농사 강복가’(<보기11>), ‘79번 만과가’(<보기12>) 그리고 ‘80번 Te Deum laudamus 감샤가’(<보기12>). (계속)

 

………………………………………………………………………

 

1) 최호영, 「분도회가 간행한 성가집-전례운동과 토착화 과정을 중심으로」, 『敎會史硏究』, 한국교회사연구소, 2009, Vol.33, 226~237쪽의 내용을 수정, 보완하였다.

 

2) 서울에서 1924년 출판된 『죠션어 셩가』 초판 62곡에 1곡(무궁무진세에)을 첨가하여 1925년 재판이 출판되었다. 덕원 『朝鮮語聖歌』 재판에 ‘무궁무진세에’가 ‘In hon.B.Martyrum Coreensium’(죠선복쟈찬양가)라는 제목(76번)으로 실려있다. 따라서 여기서 『죠션어 성가』는 1925년의 재판을 의미할 것이다.

 

3) 목록에서 성가 76번에는 ‘S’ 문자와 『죠션어 셩가』의 해당 쪽수가 빠져 있다.

 

4) 목록에는 성가 39번이 누락되었다.

 

5) “Ut in Omnibus glorificetur Deus”(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은 영광받으소서).

 

6) 각 성가 제목의 앞에 있는 번호는 재판의 성가 번호이고, 뒤의 번호는 재판의 쪽수를 의미한다. 성가 제목과 쪽수 사이의 괄호 속 번호는 서문에서 밝힌 대로 초판의 쪽수를, S 문자가 덧붙여진 번호는 『죠션어 셩가』의 쪽수를 나타낸다.

 

7) Ad Sanctus(거룩하시도다)가 첨가된다.

 

8) Ad Offertorium은 첫 번째 미사곡의 성가 3번을 보라고 지시되어 있다.

 

9) 로마숫자 V가 누락되었다.

 

10) 로마숫자 X이 누락되었다.

 

11) 로마숫자 XI이 누락되었다.

 

[교회와 역사, 2025년 8월호, 최호영 사도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 성음악 감독,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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