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목)
(녹)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하늘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샘: 성모님과 함께하는 구원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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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1-05 ㅣ No.2211

[영성의 샘] 성모님과 함께하는 구원의 여정

 

 

2025년 5월 8일, 새로 교황직에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로마와 전 세계를 향해 첫 강복을 베푸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폼페이의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는 날입니다. 우리의 어머니 마리아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걸으시며, 우리 곁에 머무르시고, 당신의 전구와 사랑으로 우리를 도우시고자 하십니다.” 폼페이의 성모님에 대한 언급은 5월 8일이 ‘폼페이의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성당’의 초석이 놓인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을 기념하여, 수많은 신자가 복자 바르톨로 롱고가 세운 이 성당에 모여 장엄한 묵주기도에 참여합니다.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해 주는 사랑의 끈

 

‘묵주기도의 사도’라 불릴 정도로 성모님에 대한 깊은 사랑과 헌신을 보여준 복자 바르톨로 롱고는 묵주기도를 통해 많은 이들을 회개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가 남긴 아름다운 기도문에는 이러한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복되신 성모님의 묵주는 저희를 하느님께 묶어 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며, 저희를 천사들과 결합시켜 주는 사랑의 끈입니다.” 

 

이 기도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하느님의 구원 약속을 기억하게 해 주며, 성모님의 손을 붙잡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게 합니다. 그래서 묵주는 세상의 평화와 죄인들의 회개를 위하여 손에 든 작은 무기이자, 절망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는 생명의 밧줄입니다. 다윗이 무릿매질로 돌 하나를 던져 골리앗을 쓰러뜨렸듯, 우리도 묵주라는 영적 무기를 들어 세상이라는 골리앗에 맞서 싸우며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교회 전통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믿음의 열매인 묵주기도

 

시편을 외울 수 없는 이들은 기도문을 반복하며 기도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시간이 흐르며 오늘날 묵주기도의 형태로 정착되었고, 예수님의 생애를 바라보는 신비 묵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소리 기도의 반복은 단순한 암송이 아니라,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는 훈련이 됩니다. “비파로 주님을 찬송하며, 열 줄 수금으로 그분께 찬미 노래 불러라”(시편 33,2)하신 시편의 노래처럼, 열 번의 성모송은 열 줄의 수금이 되어 우리의 하루를 울려 퍼지게 합니다. 

 

특히 묵주기도의 각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생애를 깊이 묵상하게 합니다.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에 더하여,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2002년에 반포하신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통해 추가된 ‘빛의 신비’는 그리스도의 공생활을 묵상하도록 이끌며, 그분의 일생 전체를 보다 충만하게 되새기게 합니다.

 

 

전례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묵주기도 

 

요일에 따른 신비의 배분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교회의 전례적 삶을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지혜입니다. 월요일과 토요일의 ‘환희의 신비’, 화요일과 금요일의 ‘고통의 신비’, 수요일과 주일의 ‘영광의 신비’, 그리고 목요일의 ‘빛의 신비’. 이는 파스카 성삼일의 신비를 삶 안에서 매일 체험할 수 있게 돕습니다. 기도와 전례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호흡을 맞추며 신앙의 심장을 뛰게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하고 빛의 길로 초대합니다. 

 

전례가 교회 신앙의 절정을 보여주는 공식적 표현이라면, 묵주기도는 그 전례의 정신을 일상 속에서 살아내는 실천입니다. 신자들은 손에 쥔 묵주를 통해 고요히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성모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의 눈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끌어안게 됩니다.

 

 

성모님의 동행 속에서 완성되는 묵주기도

 

묵주기도는 우리 존재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이 여정 속에서 성모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끄시는 모후이시며,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 걸어가시는 자애로운 어머니로 동행하십니다. 우리가 지치고 고단할 때, 묵주를 손에 쥐면 마치 성모님의 따뜻한 손길이 우리 곁에 머무는 듯한 위로를 느낍니다. 그 손은 우리를 예수님께로 이끄는 인도자의 손이며, 상처 입은 우리를 다정히 감싸 안아 주는 자비의 손입니다.

 

“저희가 그 가르침을 따라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소서.” 묵주기도 마침기도에 담긴 이 간청처럼, 묵주기도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일깨워 주는 은총의 길입니다. 이 기도는 오늘날 더욱 절실히 요청됩니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침묵을, 무관심 속에서 사랑을,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배우게 하며, 우리 삶을 참된 복음의 기쁨으로 이끌어 줍니다. 작은 묵주알 하나하나에는 눈물과 기쁨, 상처와 회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그 모든 것을 당신의 마음에 품으시어 하느님께 봉헌하십니다. 기도는 그렇게, 하늘을 향해 드려지는 사랑이 됩니다. 오늘 다시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를 드립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0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전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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