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생활교리: 인간이 무엇이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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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교리] “인간이 무엇이기에…”
가톨릭교회는 인간을 “창조 업적의 절정”(『교리서』 343)이라 고백하며, 세상 창조는 “인간을 위하여, 인간을 향하여 이루어진 것”(299)이고,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하여 창조하셨다.”(358)라고 선언한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시편 저자처럼 되묻게 되지 않을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
1. 인간인가, 천사인가? 신학원 수업에서 천사의 특징을 배우던 중이었다. “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피조물로서, 눈에 보이는 피조물보다 더 완전하게 창조되었고, 무엇보다 죽음이 없습니다.” 그때 한쪽에서 이런 외침이 들려왔다. “천사가 부러워요!” 과연 정말 그럴까? ‘천사’라는 말은 본래 하느님께서 맡기신 ‘직무’를 뜻한다. 곧 천사의 존재 이유와 사명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핵심인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봉사하는 데 있다(히브 1,14; 『교리서』 329-331).
그렇다면 창조 과정에서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하셨는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가 말하듯,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모든 피조물을 마련해 주셨다(창세 1장). 또 인간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당신과 대화하도록 초대하셨으며(『사목헌장』 19), 무엇보다 “당신의 모든 것, 곧 외아들까지 주시기 위해”(성 레미지오) 인간을 창조하셨다. 인간의 존재가 이러하다면, 과연 누가 누구를 부러워해야 하는 것일까?
2.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 성경은 여러 차례에 걸쳐 인간이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다고 증언한다(창세 1,26-27; 5,1-2; 9,6). 이는 곧 인간이 모든 피조물 가운데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인간 고유의 특징은 무엇일까?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이렇게 답한다. “인간은 하느님을 생각할 수 있는 존재”이자,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는 존재”(『창조론』 85)이다. 곧 오직 인간만이 보이는 피조물 가운데서 “창조주를 알아 사랑할 수 있[는]”(『사목헌장』 12) 유일한 존재이며,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누구나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 존엄의 근거는 피조물인 인간 자신이 아니라, 오직 창조주 하느님에게서만 찾을 수 있다. 왜냐면 인간은 ‘흙’으로 빚어진 시공간의 한계를 지닌 유한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숨’을 받아 창조주의 모습대로 지어진 ‘하느님의 소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것’(이사 43,1 참조)인 인간에 대한 위협은 곧 그의 근원이신 하느님을 향한 도전이 된다.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남의 피를 흘린 사람에게”(창세 9,5) 책임을 물으시며, 인간의 삶을 특별한 돌봄과 보호 안에 지켜주신다. 그래서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모습대로 창조된 우리 모두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하느님께 여러분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중요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손으로 빚어진 작품이기 때문입니다”(『그리스도는 살아계십니다』 115).
[2025년 10월 19일(다해) 연중 제29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 0 1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