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신학ㅣ사회윤리
|
[생명] 다시 보는 생명윤리: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와 안락사 |
|---|
|
[다시 보는 생명윤리]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와 안락사
인간이 가지는 생의 집착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살고자 하는 이 의지는 상황에 따라 초인적인 힘을 가져오기도 한다. 이러한 의지를 가진 인간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환자 본인(19세 이상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 가능) 또는 가족(환자의 의사표현이 불가능할 경우 가족 2인이 합의)이 사전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 의료진이 이를 존중하여 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연명치료를 유보하는 선택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복 가능성은 낮은 채 환자의 고통만 늘리는 현실에 그 고통을 줄이고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연명치료로는 심폐소생술이 있다. 정지가 된 심장에 인공으로 심장박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응급상황에서 실시하는 그것과는 다른 의미이다. 인공호흡기를 통해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 모든 것이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낮은 임종 직전의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이다. 확실하게 임종 직전에 있는 환자들에게 이러한 치료들을 중단함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고귀한 생명을 존엄(尊嚴)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와는 다르다.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질병으로 인해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명을 끊어내는 행위가 바로 안락사이다. 세계적으로는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추세다. 이미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과 호주의 일부 주들에서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2002년 세계 처음으로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에서는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치료의 가망이 없으며, 죽고 싶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히는 등 6가지 기준이 충족될 경우 적극적 안락사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4년 7월에 국회에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15일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의사조력자살을 담고 있다. 말기 환자가 병원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닌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다는 이유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죽음을 선사한다는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함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이 존엄한 가치를 훼손시키기 위한 시도는 교묘한 방법을 통해 계속된다. 생명을 파괴하는 안락사를 인간이 존엄하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비슷하게 보도록 호도한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들은 올바른 가치관과 인식으로 세상의 이러한 흐름에서도 하느님께서 선물해 주신 생명의 가치와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5년 10월 19일(다해) 연중 제29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원재 마르코 신부(교구 가정사목국)] 0 5 0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