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상식: 믿음은 어떻게 갖게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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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믿음은 어떻게 갖게 될까요? 하느님께 직접 받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이 알려줘서 갖게 되는 것일까요?
1926년부터 교회는 10월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주일을 전교 주일로 지내는데 올해로 99번째입니다. 전교 주일이라 이 날은 연중 주일의 말씀이 아닌 이사야서 2장(수많은 백성들의 심판관이신 하느님),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10장, 마태오복음 28장(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쳐라)을 읽으며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를 드립니다.
이 가운데 제2독서인 로마서 10장을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12-15절의 반복되는 단어들에 유의하며 읽으면 ‘파견 ⇨ 선포 ⇨ 들음 ⇨ 믿음 ⇨ 받들어 부름 ⇨ 구원’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선포’와 ‘믿음’ 사이에 ‘들음’이 있다는 것인데, 바오로 사도께서 16절에서는 이사야서 53장 1절 “우리가 들은 것을 누가 믿었던가?”를 인용하고, 17절에 가서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 ‘들음’을 특별히 더 강조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믿기 위해서는 먼저 누군가에게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믿음을 갖게 될 때 하느님께서 직접 관여하시지는 않는다는 것일까요?
13세기에 활동한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신의 주저 《신학대전》 2-2부 6문 1절에서 믿음의 원인에 대해 논하며 믿기 위한 ‘들음’에 대해서도 다룹니다. 성 토마스에 따르면, 믿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믿도록 제시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제시된 것을 믿는 사람의 동의입니다. 사람에게 믿도록 제시된 것은 하느님에게서 비롯되었지만, 사도들과 예언자들처럼 하느님께 직접 받은 사람들도 있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설교자들을 통해 전달받은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사도나 예언자가 아니므로, 하느님께 직접 믿을 내용을 받지는 못하고 간접적으로 다른 이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믿도록 제시된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동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사람의 외부에서 동의를 끌어내는 것인데, 기적을 보거나 설교를 듣고 설득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기적을 보거나 같은 설교를 들었듣는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믿고, 어떤 사람은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결국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사람을 움직여서 믿을 내용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 내면을 당신의 은총을 통하여 사람의 내면을 움직여 주실 때 가능한 일입니다.
정리해 보면, 우리가 믿는 내용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신 것으로, 사도들과 예언자들과 설교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믿을 내용에 관해 동의할 때는 기적과 설교에 의해 설득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당신 은총을 통하여 움직여 주심으로써 믿게 됩니다.
따라서 ‘전교’, 곧 누군가가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믿을 내용을 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은총으로 움직여 주시기를 기도하고 간절히 청하는 것입니다.
[2025년 10월 19일(다해) 연중 제29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서울주보 4면, 김상욱 가브리엘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0 2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