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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을 추모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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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을 추모하며
2019년 4월 15일 저녁에 광화문 광장에서 봉헌된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 미사에서 뵈었던 티모테오 주교님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대가 놓인 단상은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 중 극히 일부의 인원만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좁았습니다. 그럼에도 미사가 봉헌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의자가 억지로 추가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나고 단상에서 멀리 떨어진 광장 구석에서 홀로 제의를 정리하고 계시는 주교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제의를 정리하시는 주교님의 모습에서 오롯이 미사에만 집중하며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아 하는 의지를 감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경촌 주교님의 저서 《21세기 신앙인에게》는 이같은 주교님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황청 문헌 중 노동, 경제, 환경, 전쟁 문제 등에 집중한 사회 교리 문헌들을 모아서 작금의 한국 사회의 처지에 맞게 해설한 내용은, 평소 주교님께서 노동자들을 비롯한 우리 시대의 어려운 이웃들을 자주 찾아갔던 모습과 맞물려서, 사태를 향한 간절함과 절박함이 강조되어 다가옵니다. 또 남북 분단의 현실을 생태 문제와 맞물려 분석한 내용은 미래 세대를 향한 주교님의 애틋함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렇게 21세기 신앙인들을 향한 주교님의 당부는 주교님께서 몸소 보인 삶의 태도를 보증해 주고, 또 주교님의 검소하고 겸손했던 삶의 태도는 당신이 쓴 글에 진정성을 더해 줍니다.
주교님의 빈자리가 꽤 오래도록 눈에 밟힐 것 같습니다.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을 추모하며, 우리 교회가 주교님의 빈자리를 채워나갈 방도를 치열하게 고민하길 희망합니다.
[2025년 9월 14일(다해)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서울주보 7면, 구본석 사도요한 신부(국내수학)] 0 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