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ㅣ성모신심
교본 다시 읽기: 청소년 레지오 단원을 위한 맞춤형 교재의 필요성 |
---|
[교본 다시 읽기] 청소년 레지오 단원을 위한 맞춤형 교재의 필요성
필자가 그동안 여러 차원의 레지오 평의회 연수나 회의에서 레지오 마리애의 당면 과제를 함께 논의하다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로서 단원들의 고령화를 꼽는 경우가 많다.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단원들의 많은 감소가 이루어진 이후 새 단원들의 보충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젊은 층의 입단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정보화 사회로 이행되는 가운데, 탈(脫)종교적인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젊은 층의 신자 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라 할 수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끊임없이 계속되는 과학기술 문명의 발전 속에 이제 근대를 지나 이른바 ‘탈(脫)근대적’(post-modern) 시대에 접어들며 해체주의적 경향과 더불어 이성주의에 대한 염증이 찾아온 것이라 진단할 수 있다. ‘탈근대’란 ‘근대성’(modernity)에 대한 대응으로 등장한 문화적 특성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본래 미학적 혹은 기술적 현상과 관련해 사용되다가 점차 철학을 비롯한 문화 전반의 영역으로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근대성’이 현세적, 물질적, 합리적 성격을 지닌다면, ‘탈근대’는 합리성으로부터의 탈피와 더불어 개별화, 소비화, 문화화 등의 특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과학화, 조직화, 체계화를 강조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정서적이며 영적인 차원의 관심이 증대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변화와 전환이 사람들을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인도하기보다는 개인 차원의 자유롭고도 임의적인 탈종교적 영적 관심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교회의 제도적 측면이 그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문화적 흐름은 종교를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입장에 큰 변화를 주게 되어 다양한 종교 변용(transformation of religion)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기성의 종교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자유로운 영적 추구를 하며 살게 된다. 일종의 ‘개인주의 영성’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종교적 의무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삶 안에서 대면하게 되는 여러 상황과 체험을 전통적인 종교의 가르침과 의식이나 제도 안에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적 각성과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해석하고자 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젊은 층과 청소년들에게서 발견된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소년 쁘레시디움’의 육성과 활성화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이제 이것은 레지오 마리애의 미래가 달린 문제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본(제36장 334쪽)의 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레지오를 제대로 익히는 유일한 방법은 레지오 조직 안에서 실제로 체험을 쌓는 길뿐이다.” 이러한 소년 레지오의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이고 절대적으로 본당 사목자 차원의 관심과 배려, 그리고 본당 꾸리아 차원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현재 서울 무염시태 세나뚜스 차원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소년 레지오를 위한 새로운 교재를 마련하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교본을 소년 쁘레시디움 주회합 때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청소년들이 보기에는 현재 교본의 내용과 문체가 너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년 레지오를 위한 맞춤형 교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예전부터 제기되어왔다.
현재의 교본(제33장 300쪽) 자체에도 이 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있다. “다음과 같은 반대 의견도 있다. 즉, ‘교본은 어려운 사상과 고상한 주제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청소년 단원들이나 교육 수준이 낮은 단원들은 거의 이해하기 힘들다. 따라서 이런 단원들을 위해서 좀 더 쉽게 쓴 교본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의견은 교육의 제1원칙, 즉 학생을 점차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미 모두 터득하고 있는 것이라면 구태여 가르칠 필요가 없는 일이며,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교육 과정은 이미 다 끝이 난 것이다. 학생이 처음 받은 교재를 공부도 하지 않고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어찌 단원들이 교본을 공부도 하지 않고 당장 이해하기를 기대하는가?”
엄밀히 말해서, 현재의 교본에 나타난, 학생을 교본의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만 한다는 논지의 내용은 오늘날의 교육학적 방법론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늘날에는 일단 학생의 눈높이로 내려가서 보조를 맞추고 공감하며 서서히 함께 올라가고자 동반해야 한다는 ‘눈높이 교육’ 방법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눈높이 교육’ 방법론은 현대 가톨릭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에서도 복음 선포를 위한 주요 방법론으로서 강조된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종교간대화평의회가 공동 반포한 1991년 문헌 「대화와 선포」 69항에서는 오늘날 복음 선포의 방법론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예수님께서는 점진적으로 청중들에게 하늘나라의 의미와 당신 자신의 신비 속에 구현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알려주셨다. 예수님은 단계적으로, 또한 한없는 배려로써 자신의 메시지 내용과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신분, 그리고 십자가의 걸림돌을 그들에게 드러내 보여주셨다.그러므로 교회의 선포는 점진적이며 동시에 끈질겨야 하고,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그들의 보조를 맞추어야 할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 역시 1999년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 20항을 통해, “교회는 예수님의 얼굴이 아시아에서 제시될 수 있는 새롭고 놀라운 방법에 열려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세주로 소개하는 일은 사람들이 점차 그 신비가 완전히 자기 것이 되게 하는 교육학적 방법(pedagogy)을 따라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는 현대의 복음 선포를 위해 제시된, 획기적인 방법론적 변화를 의미한다. 예전에는 거룩한 계시 진리를 향해 사람들을 무조건 끌어 올리고자 하는 일방적 방법론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먼저 복음 메시지를 듣는 사람들을 향해 내려가 다가가서 그 눈높이를 맞추며 함께 점진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인간학적 교육 방법론이 채택된 것이다. 이러한 교육학적 제시는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재위 2013-2025)에 의해서도 다시 채택된다. 2013년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 110항은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해, “복음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죽음과 부활을 기쁨과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 선포하는 예언”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어떻게 청소년 레지오 단원들을 위한 모임 교재를 새롭게 준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8월호, 박준양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 무염시태 Se. 전담사제)] 0 1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