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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영화관: 완벽한 날들(Perfect Day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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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특집] 희망 영화관 : 완벽한 날들(Perfect Days)
빔 벤더스 감독의 작품 <퍼펙트 데이즈>는 시부야의 청소부 히라야마라는 주인공이 경험하는 ‘궁극적 만남’의 과정을 세밀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히라야마는 그 일상이 수몰시킨 소중한 만남의 감각들을 떨리는 잎새들의 빛의 반영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일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려하게 드러나는 겸손한 사태들을 태양 빛에 떨리는 나뭇잎들의 빛의 반영을 통해 목도하며 주인공 히라야마는 경이의 한복판으로 다가가 드디어 생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통해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는 예수님의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듣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의 ‘아버지의 나라’는 영토나 소유권 전유를 뜻하는 소버린(sovereign)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거룩한 질서감을 향한 다스림(governing)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아버지의 다스림은 통치의 형태로 드러나기보다 각시수련의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에서 완벽한 날들을 꿈꿀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지만 끊임없이 당신의 경이에 참여하라고 격려하시는 가운데 마침내 우리로 하여금 당신과의 ‘궁극적 만남’에 이르리라고 약속하시는 희망의 다스림입니다.
[2025년 7월 27일(다해)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서울주보 6면, 김상용 도미니코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0 1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