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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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인공지능과 인간10: 노동의 의미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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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5-06 ㅣ No.582

[인공지능과 인간 10] 노동의 의미 회복

 

 

9주에 걸쳐 인공지능에 대한 저의 성찰과 교회의 입장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2주에 걸쳐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에게 주는 두려움 앞에서 기억하여야 할 중요한 가치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인공지능 발전사를 보면 두 차례 암흑기가 있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한계점이 드러났던 시기들입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법을 통해 세 번째 황금기를 맞이한 지금도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한계점이 드러나며 또 한 번의 암흑기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나라와 기업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공지능 개발에 온갖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입니다. 눈덩이는 이미 구르기 시작했고, 윤리적 문제들과 개인 정보 보호와 같은 여러 제약을 통해 잠시 그것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진 몰라도 멈추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가가 결국 미래 인공지능의 모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을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로 바라보느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미래 인공지능도 우리와 함께 연결되어 공존하는 존재가 되느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느냐가 정해질 거란 생각을 합니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첫 번째 두려움 즉,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중요하게 기억하고 되살려야 할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흔히 하나의 상품처럼 여겨집니다. 생산성과 효율성에 따라 노동의 가치와 의미를 평가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없는 상품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취급됩니다. 노동의 의미가 생산성과 효율성에만 머물러 있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은 거의 모든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보다 생산적이며 효율적임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처음부터 늘 강조해 왔던 노동의 진정한 의미는 생산성이나 효율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며 사람에게 땅을 일구고 돌볼 책임을 부여하십니다. 자칫 인간의 원죄 이후 벌로 부여받은 것이 노동이라 착각할 수 있지만, 죄로 인해 변화된 것은 땀을 흘려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며 노동 자체는 창조 때부터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이며 사명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사랑으로 이 세상 모든 만물을 다스리시듯 사랑으로 이 세상을 돌보고 일구어야 할 책임을 지닙니다. 또한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스스로를 완성해 나가는 존재이며, 다른 이들과 더불어 일함으로써 타인과 세상과의 연대를 키워나갑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실현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일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동의 본질적 가치는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며, 오히려 뛰어난 생산성을 가진 인공지능은 우리로 하여금 전적으로 물질적 차원의 먹고 살기 위한 노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자기실현과 연대를 위한 노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도울 수도 있습니다.

 

[2025년 5월 4일(다해)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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