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3일 (화)
(백)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가톨릭 교리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일치 기원(Epiclesis Communio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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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5-06 ㅣ No.5644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일치 기원 (Epiclesis Communionis)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이유는 우리가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고 이웃들과도 일치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치를 위해서는 친교의 원천이신 성령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예부터 감사기도에는 성령을 청하는 기도가 있었습니다. 이미 성찬 제정 축성문 앞에 성령을 청하는 기도가 나왔는데, 그것은 ‘축성’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한편, 이때의 성령 청원 기도는 ‘일치’를 기원하는 것이며, 이런 이유로 주님과 참된 일치를 이루는 영성체를 준비하는 성격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1양식(로마 전문)에서는 “그리하여 이 제단에서 성자의 거룩한 몸과 피를 받아 모실 때마다 하늘의 온갖 은총과 복을 가득히 내려 주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이 경문에는 일치 기원의 핵심인 성령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성령을 청하는 기도의 본뜻이 약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하늘의 온갖 은총과 복”이라는 구절에 성령 청원의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양식에서는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어 성령으로 모두 한 몸을 이루게 하소서.”라고 합니다. 라틴어 원문은 ‘성령으로 하나로 모이게 해달라.’는 내용인데, 이는 양들을 양 우리에 모으는 착한 목자(요한 10,1-21) 또는 병아리를 날개 안으로 끌어안는 암탉(마태 23,37)에 관한 복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제3양식에서는 “주님, 교회가 바치는 이 제사를 굽어보소서. 이는 주님 뜻에 맞갖은 희생 제물이오니 너그러이 받아들이시어 성자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저희가 성령으로 충만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한마음 한 몸이 되게 하소서.”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일치를 이루시는 분이 성령이시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마음 한 몸이 되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일치의 내용을 더욱 명확히 밝힙니다.

 

제4양식은 1코린 10,17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반영합니다: “주님, 몸소 교회에 마련하여 주신 이 제물을 굽어보시고, 같은 빵과 같은 잔을 나누어 받으려는 저희 모두가 성령으로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 안에서 산 제물이 되어 주님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소서.” 여기서는 성찬이 갖는 제사와 식사의 이중 특성, 그리고 예배와 실천 생활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듯 감사기도의 일치 기원문들은 각각 성령의 활동과 은총을 표현합니다. 또한 성찬의 일치와 사랑의 정신을 제시합니다. 이는 「전례헌장」이 말하는 성찬례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이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이다”(47항).

 

[2025년 5월 4일(다해)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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