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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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인공지능과 인간9: 영혼, 하느님과의 관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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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4-29 ㅣ No.579

[인공지능과 인간 9] 영혼, 하느님과의 관계성

 

 

지난주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 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바로 영적 측면, 영혼의 자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교회가 바라보는 인간은 단지 육체적 존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영적 측면이 함께 존재하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물음은 영적 측면, 영혼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영혼과 육신을 각각 정신적 활동과 육체적 활동의 주체로 파악하였습니다. 영혼을 우리의 생각과 감정, 양심과 같은 활동의 주체로 파악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사실 과거에도 이미 철학적 사고를 통해 부정된 것입니다만, 뇌 과학의 발달로 오늘날에는 더욱 분명하게 밝혀진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의 기억과 사고 활동, 그리고 감정을 느끼는 것이 뇌의 전기 신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압니다. 우리 육신의 한 지체인 뇌의 활동이기에 너무도 분명한 육신의 활동입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는 영혼을 인간 감정의 종합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만, 이 역시도 오늘날 설득력을 점점 잃어가는 주장이라 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정리된 철학적 접근은 영혼을 육신의 형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 육신에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원리로,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인가를 영혼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영혼을 인격성의 종합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의 인격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들이라 할 수 있을 인간의 기억이나 자의식 등을 하나로 묶어 나를 나라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종합 원리를 우리의 영혼으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육체와 영혼으로 하나인 존재가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영혼이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육체와 영혼을 나누어 탐구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단일체이며, 육체와 영혼의 활동이 각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질로 구성된 육체가 인간 육체로서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영혼 때문이라고 말할 만큼 육체의 모든 활동은 영혼과의 결합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굳이 영혼과 육신을 구별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물음도 생겨납니다.

 

이에 대하여, 그리고 결국 영혼이 무엇이냐에 대한 대답으로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설명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인간은 영혼과 육신의 단일체이기에 영혼과 육신을 각각 인간의 어떤 한 부분으로 바라보아선 안 되며, 둘 다 반드시 인간 전체를 말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인간은 하느님에 의해 하느님의 “대화 상대”가 되는 능력을 부여받은 존재입니다. “나는 나다”라는 하느님의 이름은 인간으로 하여금 나와 대화할 수 있는 너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렇게 하느님의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너로 인간이 존재할 수 있게 만드는 측면이 영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육신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이 세상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만드는 측면. 세상과 관계 맺는 인간을 종합하는 개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전체 인간에게 있어 하느님과의 관계성을 영혼으로, 세상과의 관계성을 육신으로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하느님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인간, 하느님과 만나고 대화하는 인간의 측면, 바로 거기가 인간이나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없는 영역, 하느님께로부터 선물 받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입니다.

 

[2025년 4월 27일(다해)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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