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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인간3: 기술에 대한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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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3-19 ㅣ No.560

[인공지능과 인간 3] 기술에 대한 물음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특히 그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각 분야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 분야에 예상되는 위협은 없는가를 분석하곤 합니다. 교회 역시도 과거 인터넷, SNS의 등장 때에 선교를 위해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잘못 사용될 경우 우리 신앙에 주는 폐해는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들을 해 왔습니다.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도 이와 유사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의 밑바탕에는 기술을 그저 도구로 바라보며, 인간이 가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자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을 도구로서 적절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전제되는 것은 인간이 그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불을 방화범이 사용하느냐 요리사나 기술자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며, 만약 불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면 너무나도 위험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그 어떤 기술보다도 커 보이기에 인류는 보다 큰 두려움과 절박함 속에 이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은 단순히 도구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기술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고, 그것을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이데거는 ‘기술에 대한 물음’에서 이와 같은 점을 분명히 지적하며 기술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가 말하는 기술의 본질은 숨겨져 있는 어떤 것을 밖으로 끌어내어 앞에 드러내 놓는 것(탈은폐)입니다. 조각가는 그저 돌이었던 것을 자신의 조각 기술을 통해 예술 작품으로 만듭니다. 자연 상태의 아무것도 아닌 돌 속에 들어있던 조각품의 가능성을 조각가의 기술이 밖으로 꺼내어 세상 앞에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의 기술은 이러한 것을 더욱 도발적으로 행합니다. 현대의 산업은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달과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며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등 자연 상태로 존재하던 것들을 끌어내어 인간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은 본질을 잃고 단순한 에너지 저장소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의 도발적인 힘의 영향은 자연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도 마치 하나의 부품처럼 되어 버리곤 합니다. 인간은 이미 모든 것을 통제하고 다루는 주체로서의 힘을 잃고 도구적 존재로 변화되어 왔으며, 산업화 이후 드러나는 많은 노동 문제는 이러한 현실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로서의 인간 본질이 쓸모 있는 자원을 생산해 내는 데 쓰이는 하나의 부품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의 본질을 생각할 때 이제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여 더 이상 인간이란 부품은 필요하지 않게 될 수 있고, 이미 그런 과정 중에 있는 듯 보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인간을 변화시키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은 감추어져 있는 것을 새롭게 드러내며 계속해서 자연을 변화시킵니다. 여기에는 인간도 예외가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이 기술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 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그래서 이 기술이 세상과 우리의 본질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입니다.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춘천주보 4면, 안효철 디오니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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