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믿음 · 희망 · 사랑: 사랑의 촛불 밝히기 (1) 기초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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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믿음 · 희망 · 사랑 : 사랑의 촛불 밝히기 (1) 기초 편
희망의 희년을 보내며,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세 가지 덕, 믿음·희망·사랑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사랑입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가늠해 볼까요?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경륜(經綸)’입니다. 전통적으로 하느님의 경륜은 ‘창조경륜’과 ‘구원경륜’으로 나누어 언급합니다. ‘창조경륜’은 우주를 만드신 하느님의 경륜을 말하고, ‘구원경륜’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을 잃어버린 이후부터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 경륜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사랑이 차고, 차서 넘치면 창조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연인이나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자꾸 이것저것 만들어 주는 모습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꾸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랑의 속성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삼라만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주신 ‘자유의지’는 그 사랑의 절정입니다. 왜 자유를 주셨을까요? 바로 사랑을 주고받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단지 피조물이 아니라 당신 사랑의 파트너로 만드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당신 앞에서 자꾸 주눅 드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당신 앞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하는 우리에게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속삭이십니다.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바라보아라. 나는 네 눈을 쳐다보고 싶다. 나는 너와 사랑을 주고받고 싶어서 너를 만들었단다.”
우리는 사랑할수록 더 많이 소유하려 하고, 또 억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 사랑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배반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자유의지를 주셨습니다. 이 대목이 바로 하느님 창조경륜의 절정이요 백미입니다.
구원경륜은 어떠할까요? 하느님께서는 구원경륜으로 강생구속(降生救贖)이라는 기막힌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저들이 이토록 나를 만지고 싶어 하고, 보고 싶어 하고, 느끼고 싶어 하니, 그들 눈높이에 맞춰 보자.” 하며 당신께서 사람이 되시어 오신 것, 곧 강생(降生)하신 것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눈높이를 맞춥니다. 진정한 사랑은 같이 아파하고 같이 느끼며 같은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위에서 그냥 뚝뚝 떨어지는 사랑은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반면 그 사람과 같은 눈높이에서 그와 함께할 때, 상대는 감동 받습니다. 이것이 주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어디까지, 또 얼마만큼 사랑하시는 걸까요? 그 사랑의 신비를 우리는 온전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맛보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의 마음 안에 사시게 하시며, 여러분이 사랑에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기초로 삼게 하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모든 성도와 함께 너비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한지 깨닫는 능력을 지니고,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에페 3,17-19)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미래사목연구소 편집부] 0 2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