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마음(새 회칙 Dilexit nos를 중심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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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 그리스도인의 마음(새 회칙 <Dilexit nos>를 중심으로)
최근 자신의 ‘마음’(heart)을 돌보는 현대인들이 많아졌습니다. 명상이나 ‘마음 챙김’(Mindfulness) 훈련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취하거나, ‘자기연민’(Self-compassion) 연습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하지요. 남에게 보이는 물질적 성과나 외적인 성공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회가 일상 속 개인의 내면이나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한 것일까요? 어느덧 현대인들에게 ‘마음’은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2024년 10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반포하신 예수님의 마음과 새로운 문명 건설에 관한 회칙,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Dilexit nos)에서도 마음이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교황님은 마음이 우리의 진짜 의도이며, 우리가 정말로 생각하고 믿고 바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마음은 한 개인을 드러내는 본연의 모습이자 우리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세상은 그 마음을 잃어버렸다고 말씀하시지요.
사실 그동안 신학이나 다른 학문에서 ‘마음’은 중요한 주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일단 ‘마음’을 명확한 학문적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부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성이나 자유와 같은 개념에 비해 폄하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요. 그러나 현대에 이르는 동안 인류는 이성과 자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참혹한 병폐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성이나 자유는 조작되기도 하고, 반인륜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이처럼 황폐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의탁해야 할 것은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마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와 같은 육신을 취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마음을 통해 우리 내면에 말씀을 건네시고 우리를 당신 마음의 자리로 인도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8-29)
예수님의 마음은 언제나 비천한 인간을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우리도 형제자매 중 가장 작은 이에게 다가서도록 인도하십니다. 여러분도 혹시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애쓰고 있나요?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에서 매번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나요? 자신이 내면의 타자가 되어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치유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치유는 사회적 차원으로 확대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샤를 드 푸코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마음이 내 안에 살 수 있도록, 그분께서 나자렛에서 사셨던 것처럼 그분의 마음이 내 안에서 살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신뢰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기”(1코린 2,16) 때문에 그 사랑은 확장되어 세상으로 번져나갈 것입니다.
[2025년 3월 16일(다해)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5면, 전인걸 요한보스코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0 7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