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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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심리: 인생을 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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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02-26 ㅣ No.2142

[영성심리 칼럼] 인생을 요리하다

 

 

요리를 잘하시나요? 요리를 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좋은 레시피? 신선한 재료? 아니면 절대 미각? 다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관심’입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먼저 요리에 관심이 있어야 요리를 해보려 하겠죠. 만들어 낸 음식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관심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요리를 잘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우리 삶도 요리와 비슷합니다. 내가 그리고 꿈꾸는 전체적인 삶의 모습이 있고, 그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을 계획해서 하나하나 실현해 갑니다. 그리고 작은 요리들이 잘되었는지 아닌지 스스로 맛보고 다른 사람의 품평을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이 요리와 비슷하다면, 그래서 인생을 잘 요리하려면, 역시나 관심이 필요합니다. 내 삶에 관심이 있어야 삶을 잘 요리할 수 있고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내 삶 전체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의 삶이 결국에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곤 하시나요? 아니면, 경제 가치, 사회적 성공, 순간의 안락함 등 삶이라는 요리에서 중요하지만 단편적인 재료들만 생각하고 계시나요? 삶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하루하루라는 삶의 부분만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삶 전체에 대한 의미와 방향성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나의 삶에 관심을 둘 때, 인생을 요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요리도 망치는 때가 있듯이 우리 삶에도 후회되는 순간,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여기서 음식과 인생의 중요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먼저, 요리는 하나하나가 완결된 음식입니다. 그래서 요리를 잘할 때도 있지만, 망칠 때도 있죠. 그런데 우리 삶은 부분이 아닌 전체가 하나의 요리입니다. 다양한 굴곡이 있지만, 어느 한 부분만으로 평가할 대상이 아닙니다. 둘째로 더 중요한 것은, 삶이라는 요리를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나의 계획과 힘만으로가 아니라, 하느님과 함께 요리하는 삶입니다. 나의 시선에는 망친 듯한 순간으로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시선에는 삶 전체라는 요리에 필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던 ‘흑백 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요리사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본인이 완성한 요리를 카트에 싣고 심사위원들에게 걸어가는 장면에서 그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가끔은 ‘잠깐만, 돌아가서 뭔가 고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한번 걷기 시작하면 끝까지 걸어야 하죠.”

 

인생이라는 요리입니다. 이미 걷기 시작한 여정이죠.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나의 삶을 바라보고 그 안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지금 나의 인생도 꽤 훌륭한 요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계속되는, ‘갓생’입니다.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

 

[2025년 2월 23일(다해) 연중 제7주일 서울주보 6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대신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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