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교회음악
음악여행37: 하이든의 신심 깃든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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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37) 하이든의 신심 깃든 음악
하이든은 베토벤·모차르트와 함께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지만, 그의 작품 중 하나를 딱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의 테마라든지 9번 ‘합창’의 주제 멜로디, 모차르트의 ‘작은 소야곡’, 세레나데처럼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
예전에는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등을 음악 교과서에서 다뤄 학교에서 음악감상을 통해 접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이든이 평범한 작곡가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의 ‘현악 사중주’를 듣고 동료 작곡가들이 이 작품을 비판하자 “나도 당신과 같은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보다 하이든이 뛰어난 작곡가이기 때문이죠”라고 했고, 베토벤은 공인된 하이든의 제자이자 후계자이기도 했다.
하이든의 작품은 소박하고 품격이 넘친다. 그의 작품들은 자신이 쓰고 싶어서 작곡한 작품들과 자신을 고용한 귀족과 기관을 위해 쓴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각각 목표에 성실하게 부응하고 있다. 그는 평생을 신실하고 겸손하게 살았으며 당시 대부분의 음악인들처럼 신앙심을 투영한 음악을 작곡하였다.
하이든의 작품 중 ‘현악 4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Op.51’은 그의 신심을 풀어낸 역작이다. 이 작품은 하이든이 1786년 스페인 카디스의 오라토리오 데 라 산타 쿠에바(성 동굴 오라토리오)에서 열린 성금요일 예식을 위해 작곡한 관현악곡을 1787년에 현악 4중주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다. 서주와 7개의 소나타, 그리고 피날레인 ‘지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소나타는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하신 말씀을 그리고 있다. 작곡가 본인이 “이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깊은 감명을 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하이든 ‘현악 4중주를 위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 Op.51’ https://youtu.be/ua6GUH6ouPY?si=XF16Up9ZNgA5wqZ7
우리나라의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하이든의 모든 건반음악을 모아 유럽의 음반사 DUX에서 10장의 CD로 출반하였다. 허원숙이 5년 동안 이 작품들에 매달려 내놓은 성과는 눈부시다. 도전하는 것조차 꿈꾸기 힘든 이 작업은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음악 평론지인 「Clic Musique」에서는 빛나는 지성과 영적인 민첩함을 주목하라고 소개했다. 더욱 이 작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화려한 작품과 콩쿠르 커리어를 업고 열광적인 청중을 끌고 다니는 스타 피아니스트들과는 다르게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결과물이 하이든의 일생과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주님께 헌신하는 음악인들이 드릴 수 있는 최대의 봉헌이 아닐까 한다.
허원숙 하이든 프로젝트 소개 영상 https://youtu.be/yQJXr0GQluU?si=rIMMNeARqrp_lojC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2월 16일, 류재준 그레고리오(작곡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0 34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