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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상징 속 성인 읽기: 성모님을 상징하는 식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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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속 성인 읽기] 성모님을 상징하는 식물들
새 연재를 시작하며
그리스도교회에는 수많은 성인이 있다. 성인은 신앙인으로서,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신앙인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산 이들이다. 이에 교회는 일찍부터 성인들을 공경하며 그 삶을 본받고자 노력해 왔다. 그런데 그리스도인들이 공경하는 성인의 수가 점점 늘어나다 보니 많아진 성인들을 개별적으로 식별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교회는 일찍부터 성인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각 성인의 삶과 성덕을 드러내는 특징적인 상징을 이용했다. 그리하여 예전의 그리스도인들은 개개의 인물을 명확하게 구별하기 힘든 그림이나 조각상을 보면서도 특이 사항, 곧 상징을 보며 성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방법은 특히 대다수가 글을 읽지 못하던 시절에 더욱 많은 이들이 미술 작품 등에 등장하는 개개의 성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를 위해 미술 작품들에서 성인들은 대체로 저마다의 상징인 사물을 손에 들거나 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
성인의 상징을 표현하는 방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다. 가령 동방 교회의 그림(이콘)에서는 대체로 성인의 이름이 화폭 안에 기록되어 있어 개개의 성인을 식별하고 인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상징을 사용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교회 초기부터 유명했던 성인들, 예컨대 성 베드로 사도와 성 요한 복음사가 같은 이들은 이미 특징적인 얼굴 형태며 복장이 고정되어 있는 편이어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몇몇 상징들, 이를테면 순교 성인들의 경우에는 순교자를 표상하는 종려나무 가지, 수도자들의 경우에는 소속 수도회의 수도복이 공통으로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상징을 눈여겨본다면, 미술 작품 등에서 묘사되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미루어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성모님의 삶을 말해주는 상징들 - 식물편
구세주 예수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님을 표상하는 상징은 천체의 달과 별에서부터 식물계의 여러 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풍부하다. 그중에서 성모 마리아 님을 표상하게 된 꽃들은 어느 점에서 마리아 님을 나타내거나 가리키는지 살펴본다.
흰 백합 - ‘주님 탄생 예고 나리꽃’이라고도 불리는 백합의 흰색 꽃은 마리아 님이 ‘흠 없이 정결하신 분’이시라는 것, 곧 그분의 동정성과 정결을, 그리고 그분이 누리신 환희를 나타낸다. 그런가 하면 백합의 길고 뾰족한 잎은 칼, 곧 그분이 예수님의 어머니로서 겪으신 고통(또는 슬픔)을 나타내기도 한다(‘아이리스’ 참조).
장미 – 빼어나게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장미는 마리아 님이 ‘거룩하신 말씀(성자)을 잉태하여 강생케 하실 장미’로 예언되며 은총을 가득히 입으신 분이심을 나타낸다. 또한 그분의 정결하심과 아름다우심도 상징한다.
신비로운 장미 – 성모 호칭기도에 나오는 ‘신비로운 장미’라는 호칭은 성삼위의 통교와 경륜에 함께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신비로운 참여를 나타낸다.
제비꽃(바이올렛) – 땅바닥에 붙은 듯 낮고 작은 모습으로 자라면서 보라색 꽃을 피우는 제비꽃은 마리아 님이 겸손하신 분이심을 상징한다.
투구꽃 - ‘성모님의 슬리퍼’라고도 불리는 투구꽃은 성모님의 색상인 푸른색의 꽃을 피운다. 이 꽃은 수태 중인 친척 언니 엘리사벳을 찾아가는 마리아 님의 여정, “그 발걸음은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은총 넘치는 여행을 나타낸다.
엉겅퀴 – 엉겅퀴는 보라색 꽃을 피우고 이 꽃이 지면 흰색 솜털 모양의 씨앗을 맺는다. 그리스도인 중에는 이 솜털 씨앗이 공중으로 우아하게 흩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엘리사벳을 방문하시는 마리아 님을 연상한 이도 있었다.
페리윙클 – 페리윙클(또는 ‘빙카’) 중 한 변이종은 푸른색 꽃을 피우는데, 이것이 성모님의 옷 색깔이라는 점과 연관해서 ‘동정 마리아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품종에 따라서 꽃잎이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을 나타내는 별의 모양인 종류도 있다.
딸기 – 딸기는 흰색 꽃으로 또한 붉은색 열매로 성자 예수님을 잉태하시고 출산하신 성모 마리아를 상징한다. 딸기는 또한 하느님 나라에서 끊임없이 중개하시는 성모 마리아의 사랑 넘치는 전구를 뜻하기도 한다.
아이리스 – 아이리스는 ‘긴 칼 백합’(Sword Lily)이라고도 불리는데, 긴 칼처럼 길게 생긴 아이리스의 잎은 성모 마리아 님의 일곱 가지 슬픔(또는 고통)을 상징한다.
배 – 호리병 모양으로 생긴 과일인 서양배는 한때 미술 작품에서 드물게 아기 예수님을 배었던 마리아 님의 태(자궁)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그 뒤로 배는 다른 과일들이며 꽃들과 더불어 성모 마리아님의 이미지를 다채롭게 표현하기 위해 그림 안에 배치되었다.
크리스마스 장미 – 크리스마스 장미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햇순을 틔우는 이사이의 그루터기’(11,1 참조)를 뜻하고, 그러기에 동정 마리아 님에게서 태어나신 구세주를 나타낸다.
석류 – 석류 열매의 껍질 안에는 씨앗들이 다닥다닥 밀집된 형태로 가득 들어 있는데, 이 점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교회 안에서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하나로 일치해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상징한다. 보티첼리의 그림 ‘석류의 성모’에는 성모 마리아 님과 아기 예수님이 석류를 손에 든 모습이 나오는데, 여기서 석류는 마리아 님이 수태와 출산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그 수를 늘려감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셨음을 나타낸다.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0 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