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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이주의 시대, 파친코, 모든 형제들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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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이주의 시대, 파친코, 모든 형제들 이주의 시대 –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한국에서도 이주는 이미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어떤 이가 한국은 이민 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도, 사회구조적 흐름은 이미 이를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라는 말은 그런 현실의 일부를 가리킵니다. 21세기 중반을 향하는 한국도 이제 이민 국가가 되었다는 현실을 ‘뉴 노멀(새로운 정상 상황)’로 삼아 이에 맞는 제도적 정비를 하고 시민 의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이런 현실을 읽는 데에 도움이 되는 사회과학 책으로 《이주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이 분야에서는 교과서와 같은 책입니다. 사람들은 왜 이주를 하는지, 이주를 하게 되면 목적지나 출신지의 정치, 경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국가는 왜 이를 통제하려고 하며 과연 통제가 가능한 것인지, 이주민을 통합하는 데에는 어떤 모델이 있는지 등 관련 주제를 폭넓게 개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특히 이주민이 사회에 잘 통합된 경우를 ‘종족적 공동체’라고 부르고, 그렇지 못하고 소외되어 2등 시민이 된 경우를 ‘종족적 소수자’라고 구분합니다. 소설 《파친코》에서 보듯, 재일한인은 일본의 종족적 소수자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종족적 소수자가 생기는 경우, 2등 시민으로 차별받는 종족적 소수자만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차별하는 주류 사회도 사회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메랑 효과처럼 지속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이 그렇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지속하는 미국도 그렇습니다.
뉴 노멀을 살아가야 하는 한국 사회도 이런 함정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괄시받는 종족적 소수자가 등장하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정부나 기업이 뉴 노멀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거짓 정보와 선동을 식별할 줄 아는 깨어있는 시민의식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회나 그리스도인이 감당해야 할 사명은 무엇일까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모든 형제들〉을 읽으며 이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2024년 11월 24일(나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4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0 36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