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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9: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1 - 일어서다(起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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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기도하는 교회 (9) 전례 거행의 공통 표징 1 : 일어서다(起立)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이하 총지침)에 따르면, 전례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동작과 자세는 거행되는 예식이 지닌 참되고 완전한 뜻을 밝혀주는 동시에 그 예식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총지침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통일된 자세는 거룩한 전례에 모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이 이루는 일치의 표지다. 이는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각을 표현해 주고 길러 준다(42항)”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례가 거행되는 동안 이루어지는 모든 동작은 하느님께 응답하는 자녀들의 신심과 마음을 온전히 드러내는 표징이며 동시에 자세를 통해 믿음과 덕이 영혼 안에 자라게 해줍니다.
이러한 동작 중에서 그 첫 번째 자세는 일어서는 것입니다. 총지침은 다음과 같이 서 있을 때를 규정합니다 : “신자들은 입당 노래를 시작할 때 또는 사제가 제대로 나아갈 때부터 본기도를 마칠 때까지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복음 전 알렐루야 노래를 부를 때, 복음을 선포하는 동안, 신앙 고백을 할 때,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칠 때도 서 있어야 한다. 또한 아래 경우를 빼놓고는 예물 기도… 초대의 말부터 미사 끝까지 서 있어야 한다.”
이처럼 미사 중에 대부분은 서 있는 자세로 머무르게 됩니다. 그래서 먼저 기립起立의 간략한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의미를 헤아려 보겠습니다. 성경 안에도 서는 자세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지만, 모든 문화에서 서는 동작은 기도를 하는 사람이 하는 자세 중 기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리스도교 이전, 서양에서 기도하는 사람은 일어서서 동쪽을 바라보며 팔을 들어 올리곤 했습니다. 그리스도인들 역시 예배 중에 태양을 향하여 시선을 고정하고 팔을 들고 섰는데, 사제와 신자 모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다만 그리스도인들은 태양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빛나는 태양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이해했다는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유럽의 대부분 성당은 동쪽을 향해있으며, 제단 뒤쪽이 바로 해가 떠오르는 방향입니다. 그래서 사제도 신자들과 함께 제단을 향해 서서 미사를 집전하였습니다. 중세에 들어와서, 사제들은 계속 서서 성찬례를 거행하는 반면 신자들은 어떤 특정한 기도를 바칠 때 허리를 굽히게 되었습니다. 비록 미사 참례자의 자세에 변화가 나타났지만, 근본적으로 서 있는 자세를 중요하게 여기며 그리스도론적인 관점에서 이해했습니다. 즉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resurrectio, 다시 일어섬)하셨고 그분의 지체들인 하느님의 자녀들도 부활할 것이기에,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여 거행하는 성찬례를 서서 거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8세기에 이르러, 성체 신심 운동의 영향으로 미사를 그리스도께 드리는 흠숭의 예식으로 이해하면서 서는 동작이 무릎 꿇은 상태에서 허리를 굽히는 모습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로마노 과르디니는 서는 자세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 “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태도를 가다듬음을 뜻한다. 털썩 앉아 있을 때의 편안한 자세 대신 자제하는 자세, 단정한 자세를 취하는 게 된다. 그것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뜻한다. 서 있는 자세에서는 그 무언가 긴장하고 깨어 있는 맛이 있다. 끝으로 서 있는 자세는 준비되어 있음을 뜻한다. 서 있는 자는 즉각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슴지 않고 사명을 이행하거나 일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하느님 경외의 이면이기도 하다.” 사실 전례 특히 미사성제 때 앉아 있음과 서 있음을 반복하는 것을 무척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물론 삶의 무게로 지쳐 피곤함을 호소하는 것임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입당 성가와 함께 일어설 때 과연 나는 하느님 앞에 서서, 주님께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합니다. 전례 중에 마음을 온전히 열고 주님 앞에 설때, 우리 영혼과 마음은 하느님의 선물로 가득 채워질 것입니다.
[2024년 10월 20일(나해)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0 6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