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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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를 바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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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11-03 ㅣ No.1492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를 바치십시오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께서는 교회에서 특별한 공경으로 존경을 받으십니다. 사실 오랜 옛적부터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로 공경을 받으시고, 신자들은 온갖 위험과 곤경 속에서 그분의 보호 아래로 달려 들어가 도움을 간청합니다. 마리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영원한 아들, 바로 하느님이신 그 아들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에, 참으로 ‘하느님의 어머니’이십니다.(교리서 509항)

 

성 예로니모의 말씀처럼, ‘하와를 통해서 세상에 죽음이 들어왔지만, 마리아를 통해서 세상에 생명이 들어왔습니다.’ 마리아의 순명과 겸손으로 시작된 구세주의 탄생은 마리아의 구원으로 이어집니다. 어머니께서 우리 신앙인들의 모범이시라는 것은 그분이 앞서신 것이 아니라, 철저히 아드님의 제자로서, 아드님의 영적 딸로써 일생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마리아께서는 누구보다 먼저 구원의 영광을 누리며 우리의 모범이 되십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셨다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셨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성 아우구스티노) 우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로서 우리 모두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로(마태 12,50) 그리스도와 영원히 함께하고자,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 신비 묵상

 

루르드와 파티마에서 발현하신 성모님께서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어떤 기도보다도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인이 청해야 할 기도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구성된 기도문과 묵상 주제인 신비 선포는 끊임없이 우리가 기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환희의 신비 1단부터 영광의 신비 5단까지 묵주기도의 신비 전체는, 성모님과 함께 예수님의 일생을 바라보며 묵상하는 구원의 신비입니다. 마리아께서는 예수님의 일생 전체를 유일하게 목격하신 분이십니다. 성모님의 시선은 처음과 마지막까지 당신의 아드님만을 바라보시며 저희가 보아야 할 것을 보게 해주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아가서의 노래를 함께 찬송하며, “내 영혼이 사랑하는 이”(1,7)를 찾듯, 예수님을 찾고, 또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찾습니다. 어머니는 일생을 통해 당신의 아드님을 찾으신 분이십니다. 잃어버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신 어머니께서는(루카 2,45 참고) 잃어버린 자녀들을 찾아주십니다. 잃으셨던 아드님을 찾으신 것처럼, 어머니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을 애타게 찾으십니다.

 

거룩한 여왕이시며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을 애타게 찾으시며, 우리 모두를 당신 아드님께 이끌어 구원받도록 하십니다.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이시며 성자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하늘로 부르시어 그 육신과 영혼이 천상 영광을 누리게 하셨으니, 우리도 언제나 하느님을 그리워하며 그 영광을 함께 해야 합니다.

 

 

묵주기도 묵상법 정리

 

우리는 앞서 신비 전체에 대한 각각의 묵상과 전례 시기와 연결되는 묵주기도 신비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실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신비 묵상을 생략하고 바로 소리 기도로 이어지거나, 형식적인 묵상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칠 때마다 매 단의 신비 주제를 선포합니다. 매 단의 신비를 낭독하거나 신비를 표현하는 적절한 표상을 사용하는 것은 이야기의 줄거리를 전개 시켜 기도하는 이의 관심을 기울이며 묵상에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성인 교황께서는 교서에서 ‘복음의 요약’으로써 신비 묵상이 잘 이루어지도록 전통적인 묵상 방식을 소개하였습니다.(교서, 29항-30항 참조) 다시 한 번 묵상 방법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① 첫 번째는 ‘신비 선포’입니다. 신비를 선포함으로써 우리의 상상력과 마음은 그리스도 생애의 특별한 사건이나 순간을 향하게 합니다. ② 두 번째는 ‘성화상(聖畫像)을 통한 묵상’입니다. 성화(聖畫, 이콘)나 성상(聖像)을 곰곰이 바라보는 묵상은 특정한 신비에 우리의 마음을 집중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③ 세 번째는 ‘성경 봉독’입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묵주기도가 성경 봉독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묵주기도는 성경 읽기를 전제로 하고 장려합니다. ④ 네 번째는 신비 선포 주제와 관련된 성경 봉독이 이루어진 다음 ‘성경 말씀에 대한 묵상’을 하는 것입니다. 신비에 대한 관련 성경 말씀을 자신의 신앙과 연결 지어 풀어내는 것입니다. ⑤ 마지막으로 말씀의 경청과 묵상은 ‘침묵’으로 더욱 풍요로질 수 있습니다. 침묵 가운데 신비에 얼마 동안 관심을 집중한 다음, 소리 기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묵주기도 신비 묵상에 대한 다섯 가지 방법은 이미 잘 아는 어떤 것을 단순히 묵상하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을 막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기도의 순간에 우리에게 직접 말씀해 주시도록 합니다. 다섯 가지는 실제 순서적으로 행할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거나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매 단의 소리 기도가 시작되기 이전에 신비에 대한 묵상을 행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저희가 묵상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우리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얼굴을 다 함께 바라보기 위함입니다.

 

가능하시다면 성경 쓰기를 하듯이, 묵상 신비와 관련된 성경 말씀을 쓰시면 더 좋습니다. 개인 묵주기도 묵상 노트를 만들 경우 링바인더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하나의 신비에 내용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노트를 폈을 때 한쪽에 성경을 다른 한쪽에 자신의 묵상을 적으시면 더 좋습니다. 묵상을 기록할 때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적으신다면 묵상하던 때의 마음으로 바로 집중하여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 느낌을 생생하게 살릴 수 있으며, 빨리만 하던 묵주기도를 이제 묵상기도와 소리기도의 조화를 이루는 기도로 바치게 됩니다.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묵주기도 묵상서가 됩니다. 개인이 하거나 가족이 함께 해도 좋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치십시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때, 가정은 작은 교회가 되어 세상의 구원을 위해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여러 제약이 있는 이때 가정 차원에서 드리는 묵주기도는 영성적 관점에서도 우리에게 더욱더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영적 가정으로 더욱 하나 되어 이 시련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단순하지만 심오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봉헌의 시간이 됩니다. 묵주기도는 한 개인의 구원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구원의 기도입니다.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어머니께서 성전에서 잃으셨던 예수님을 찾으신 것처럼, 주님께서는 거룩한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묵주기도는 그 자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성당에서, 집에서, 일터에서, 길을 걸을 때에, 여행을 할 때에도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묵주기도를 바칠 때 그곳을 거룩한 곳으로 변화시키고, 자신이 거룩해집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1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효자4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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