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80: 거룩한 교회(823~82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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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7-26 ㅣ No.2531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세상의 빛] 80. 거룩한 교회(「가톨릭 교회 교리서」 823~829항)


교회는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집이기에 거룩하다

 

 

교회는 교회 자신을 “흠 없이 거룩하다”(823)고 믿습니다. 여기서 ‘거룩하다’란 의미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엔 ‘집 축복, 차 축복’ 등을 ‘집 축성, 차 축성’이라는 말과 혼용해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축복’과 ‘축성’은 차이가 있습니다. 축복한다고 거룩해지지는 않지만 축성하면 거룩해집니다. 집과 차는 아무리 축복을 해도 그것이 거룩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당은 축성하기에 거룩하고 제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축복과 축성의 정확한 의미 차이는 무엇일까요? 축복은 하느님의 선물인 은총을 빌어주는 것이라면, 축성은 하느님 자신이 선물이 되어 그것 안으로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만약 부활 달걀을 축복한다면 그것 안으로 하느님의 축복이 들어가기는 하겠지만 하느님 자신이 들어가시지는 않으십니다. 그러나 밀떡과 포도주를 축성한다면 그 안에 하느님께서 직접 들어가십니다.

 

그렇다면 죄 없이 깨끗한 천사들은 거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죄없이 깨끗하다고 해서 다 거룩한 것은 아닙니다. 천사들은 하느님을 향해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이사 6,3; 묵시 4,8)라며 찬미합니다. 자신들도 거룩하다면 하느님께 “거룩하시다”라고 말하는 것은 찬미가 될 수 없습니다. 천사들은 깨끗하게 축복받은 존재들이지만 거룩하지는 않습니다. 축성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시편 저자가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거룩하시다”(시편 99,9)라고 하는 것처럼 거룩하신 분은 오직 ‘하느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흠 없이 거룩하다고 믿어진다”(823)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단순합니다. 교회 안에 하느님께서 머무심을 믿으면 됩니다. 성체는 거룩합니다. 성체가 거룩하게 된 것은 하느님께서 그 밀떡을 당신 거처로 삼으셨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가 거룩한 이유는 교회 안에 하느님께서 거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피조물 안에 들어오셔서 그 피조물을 거룩하게 하시는 방식은 성자께서 성모 마리아 태중에 ‘성령으로’ 잉태되시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십니다. 인간이 당신께서 들어오시는 것을 허락한다면 성자께서는 성령으로 그 사람 안에 들어가 사십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령으로 “그리스도와 결합된 교회는 그분을 통하여 성화됩니다.”(824)

 

이렇게 성령으로 축성되어 하느님의 집이 된 피조물을 ‘성사’(聖事)라 부릅니다. 그리스도를 잉태한 성모 마리아도 하나의 성사라 할 수 있고, 그분을 모신 교회도 성사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교회는 성령강림을 통해 거룩하게 되었고 그 구성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성사는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고 또 누군가의 양식이 되어 그 사람을 거룩하게 만드는 축성의 도구가 됩니다. 성모 마리아도 그리스도를 잉태하시고 바로 엘리사벳을 찾아가 그녀와 태중의 아기를 성화시켰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를 모신 “교회도 그분을 통하여 그분 안에서 성화시키는 도구가 됩니다.”(824) 우리를 거룩하게 하려고 성체가 축성되듯, 교회도 세상을 거룩하게 하도록 축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사랑은 “우리가 부름 받은 거룩함의 핵심”(826)입니다. 사랑은 거룩하게 된 자기 자신을 이웃에게 양식으로 내어주어 그 이웃 또한 거룩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축성된 이들의 “심장이 사랑으로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826) 성령으로 축성되어 그 집의 주인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성령의 힘으로 그 사람 심장에 사랑의 불을 놓으십니다. 성사 안에 계신 하느님은 머리가 되시고 그분을 받아들인 피조물은 몸이 됩니다. 즉, 신랑과 신부의 뜨거운 사랑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823 참조)

 

그러나 교회는 또한 성모님과 성인들의 모범 안에서 끊임없이 쇄신되고 자라야 합니다.(828 참조) 교회는 아직 죄인들인 인간들로 구성되었기에 “언제나 정화되어야 하는”(827) 처지입니다. 그렇다고 거룩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흠이 있는 밀떡이라고 해서 축성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흠이 없으신 성모님께서 교회 안에 계시기에, “성모님 안에서 교회는 이미 지극히 거룩합니다.”(829) 그러나 우리는 “피와 성령의 은혜로”(827) 끊임없이 자신을 더 순결한 신부로 만들어가는 여정에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7월 26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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